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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억원어치 X-레이 장비, GE·필립스 제치고 터키서 주문 따내

중앙일보 2017.04.19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정병 대표.

박정병 대표.

디알젬은 X-레이(이하 X선) 장비 전문 제조업체다. 직원 150여명, 지난해 매출 360억원의 중소기업이지만 이 회사 박정병 대표는 “쟁쟁한 세계 기업들도 연신 물리쳐온 경쟁력이 있다”고 자랑한다. 지난해 12월 터키에서 있었던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입찰에서 낙찰 받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디알젬 박정병 대표
디지털 X선 주목한 핵물리학 박사
제너레이터·튜브 등 부품 자체 설계
같은 성능기기 30% 싼 값에 공급

터키 보건성이 병원 현대화 사업의 목적으로 여는 이 입찰에서 디알젬은 1100만 달러(125억원)어치의 X선 장비 공급 업체로 최종 선택을 받았다. GE·필립스·지멘스 같은 글로벌 업체들을 제치고 따낸 성과다. 사실 이 입찰에서 디알젬이 두각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전해에도 같은 입찰에서 800만 달러(91억원)어치 물량을 수주하는 등 4년 연속 낙찰에 성공했다. “같은 성능의 기기를 이들 회사보다 30% 정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이지만 이같은 ‘가성비’를 갖춘 건 14년간 한 우물을 파며 쌓아온 기술력과 스마트 공장 투자로 확보한 생산 효율이 배경이 됐다. 경북대 핵물리학과 박사 출신인 박 대표는 박사 학위 때부터 디지털 X선 촬영 장비 분야를 파고들었다. 이후 “디지털 X선 장비가 대세가 된다”는 확신으로 학자의 길을 접고 2003년 디알젬을 설립했다. 실제로 디지털 X선 장비 시장은 최근 급속히 커지고 있다. 방사선 조사량이 아날로그 장비에 비해 낮고, 찍는 사람의 숙련도에 상관없이 화질이 고르다는 장점이 부각돼서다.
 
지난 1월 ‘누적 수출 1억 달러 기념식’에서 디알젬 직원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디알젬]

지난 1월 ‘누적 수출 1억 달러 기념식’에서 디알젬 직원들이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디알젬]

디알젬의 기술력은 핵심 부품을 보면 알 수 있다. 디알젬은 X선 장비의 엔진 격인 ‘제너레이터(고전압 발생장치)’, X선을 발생시키는 부품인 ‘튜브’를 모두 직접 설계하고 만든다. 박 대표는 “이들 부품을 모두 자체 개발하는 X선 장비 회사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며 “자체 개발 및 생산 역량을 갖췄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내놓는 글로벌 회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구미에 마련한 스마트 공장이다. 경기 광명시와 서울 구로 지역에 분산돼 있던 공장을 구미로 통합, 확장하면서 생산 효율이 크게 뛰었다. 디알젬의 다음 목표는 역설적으로 국내 시장이다. 그동안 해외 수출에 힘을 쏟다 보니 전체 매출의 8할 정도를 해외 80여개국에서 올렸다. 지난 1월엔 누적 수출액 1억 달러를 넘기며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특히 해외 수출 물량의 약 30%는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일본 지역으로 나간다. 박 대표는 “3년 전만 해도 5%도 안됐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6%로 뛰어오를 정도로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물량 기준(연간 1500만대) 세계 5위인 회사 위상을 세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별 기자 ahn.b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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