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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산업스파이에게도 책임 묻는 일본 기업

중앙일보 2017.04.19 01:00 경제 6면 지면보기
일본 기업이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 숨진 사람에게도 관용은 없었다.
 

신일철주금, 소송 취하하는 대신
합의금 10억 가족이 내도록 해

일본 최대 철강사인 신일철주금(전 신일본제철)은 회사 기술을 유출한 전 직원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1인당 최대 1억 엔(약 10억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사망한 경우에는 가족이 합의금을 내도록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신일철주금이 2015년 포스코에 300억 엔(약 3137억원)을 받고 화해한 데 이어 기술을 유출한 전 직원 10여 명과도 합의해 기술 유출 문제가 종결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단순 합의가 아니었다. 5년 동안 소송을 벌이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결국 직원의 무릎을 꿇렸다.
 
일본 기업은 산업스파이 사건에 개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드물다. 이번엔 달랐다. 신일철주금 법무팀 관계자는 “개인이 책임을 회피해도 된다는 인식이 커질 경우 기술 유출 위험은 커진다. 개인의 잘못을 용인하는 일이 없어야 산업스파이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기술은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 방법이다. 이 강판은 변압기나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강판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카·신재생에너지 소재로 폭넓게 사용된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이 기술을 경쟁사인 한국 포스코에 넘겼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를 한국과 미국·일본 법원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영업비밀(기술)의 사용금지와 986억 엔(약 1조318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점을 고려해 포스코와 2015년 9월 합의하고,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다만 기술을 유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었다. 10여 명의 전 직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에 걸쳐 포스코 측에 영업 비밀을 제공했다.
 
신문은 “앞으로 산업스파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혁신에 나선 일본 정부도 지난해 법을 개정해 산업스파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부정 경쟁 방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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