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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권 싸움으로 번진 금호타이어 매각 갈등

중앙일보 2017.04.19 01:00 경제 4면 지면보기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차입금 만기, 방산부문 분리 등
매각 완료까지 돌발 변수 많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매각절차에 더는 응하지 않으며.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겠다”고 18일 밝혔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전날 최종 거부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자신들이 통보한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인 19일이 지나면 절차대로 금호타이어 주식을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은 등 채권단이 매각하려는 주식은 6636만여주(지분율 42.01%), 9550억원어치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금호 측은 지난 12일 “17일까지 컨소시엄 허용과 매매조건 확정에 대해 회신하지 않으면 우선매수권을 이번에는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이날엔 소송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검토했지만 금융권을 상대로 한 소송은 이번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문장에 모두 ‘이번에는’이 들어가 있다. 업계에선 이번이 아닌 다음 기회를 노린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로선 금호가 노리는 ‘다음’이 6개월 뒤일 가능성이 높다. 금호 측 관계자는 “이번에 포기한 우선매수권은 6개월이 지나면 다시 효력이 생기므로 6개월 뒤까지 매각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다시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이 있느냐는 것. 산은과 더블스타가 6개월 내에 매각 절차를 끝내면 다음 기회는 사라진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아 6개월 내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장 큰 산은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다. 이 키를 금호아시아나가 쥐고 있다. 상표권이 금호산업에 있기 때문이다. 산은은 “금호산업이 지난해 9월 공문을 통해 상표권 사용을 허락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 측은 “사용료와 기타 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이 공문에 포함돼 있을 뿐이다. 이걸 상표권 사용을 허락했다고 해석하는 건 말도 안되는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표권 사용을 허락하는 건 금호산업의 당연한 권리”라는 말도 덧붙였다. 관련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또 산은은 금호타이어 대출 차입금 만기 연장, 방산부문 분리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6개월이 충분한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정치권과 노조 등에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 11일 노조 측이 연 ‘금호타이어 매각 반대집회’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이 참석해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도 이미 매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광주·전남지역 여론도 매각에 긍정적이지 않고, 사드 보복 등으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산업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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