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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4차 산업혁명 준비는 스타벅스처럼

중앙일보 2017.04.17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민지보스턴컨설팅그룹서울사무소 이사

김민지보스턴컨설팅그룹서울사무소 이사

“공장 자동화와 뭐가 다릅니까? ”
 
지난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을 하면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는 ‘기술로 촉발된 변화의 폭과 속도가 차원이 다르고 구조 변화까지 이끌어 내므로 기존의 공장 자동화를 생각하시면 곤란하다’는 취지로 답했었다.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별 다르지 않다고 여기셔도 된다’고 말한다. 거대 담론에 주눅들지 않게 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도처에 4차 산업혁명 담론이 넘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는 딱히 뭘 실행한 적도 없는데, 이 용어에 대한 피로감만 상당한 것 같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것을 바꿀 엄청난 흐름이지만, 어찌 보면 또 별 것 아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체가 된 기술 앞에서 작아질 필요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다국적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좋은 본보기다. 본래 이 회사는 개인 맞춤형(personalized) 마케팅에 강한 기업이었다. 그 흔한 진동벨을 안 쓰고, 굳이 손 글씨로 컵에 고객 이름을 적어 음료가 나오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서비스가 개인형 마케팅의 상징이다.
 
세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사회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위기감을 느꼈다. 온라인에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을 구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고객은 빠르게 디지털 세상으로 이동하는데 이대로 계속 가면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희미해 질 것이라 생각했다.
 
검토 끝에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플랫폼에 투자를 시작했다. 구매 행태 등 고객 데이터, 날씨·고객의 위치 같은 상황 데이터, 제 3자로부터 습득한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는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기술 활용 전인 2016년 1월, 스타벅스의 대 고객 이메일은 30종류 뿐이었다. 하지만 열 달 후, AI엔진을 활용해 수천만 명의 고객에게 1대 1, 즉 수천만 가지 서로 다른 실시간 메일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어떤 고객은 라떼 할인 쿠폰을, 다른 사람은 아침 메뉴 추천 메시지를 받게 된 것이다. 해당 기간 이 회사 매출은 1억 달러(약 1125억원) 늘었고, 고객 몰입도가 2배 증가한 것으로 측정됐다.
 
많은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오해하며, 당장 큰 일을 벌여야 할 것 같은 중압감에 시달리는 한편 동시에 여전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해 한다. 위의 커피체인 사례처럼 작게, 빨리, 구체적으로 대처하면 된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애자일(agile)’, 즉 민첩성을 택하겠다. 애자일은 무계획과 너무 많은 계획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고자 한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방법론에서 유래했다. 일정 주기를 갖고 끊임없이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 내며, 그때 그때 필요한 요구를 더하고 수정하는 실용적인 적응형 방식이다. ‘애자일’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정수다.
 
김민지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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