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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ABT 수석무용수가 키우는 발레 꿈나무들 …뉴욕 콩쿨을 빛냈다.

중앙일보 2017.04.16 17:15
 올해초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한 양준영(19) 군은 지난해 약간의 부상을 입으면서 코리아국제콩쿠르와 같은 중요한 콩쿠르 본선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다행히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의 수석무용수 서희(31)씨가 지난해부터 영재발굴 프로젝트로 시작한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코리아 예선에 나가 뉴욕본선에 출전할 티켓을 확보한 게 한가지 희망이었다.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뉴욕본선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과 서희 ABT 수석무용수가 함께 촬영한 화보사진.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뉴욕본선에 참가한 한국 학생들과 서희 ABT 수석무용수가 함께 촬영한 화보사진.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뉴욕 본선에서 입상한 한국학생들. 왼쪽부터 주니어 여자 1위 박한나, 프리주니어 여자 1위 장유진, 서희 ABT 수석무용수, 시니어 남자2위 양준영.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뉴욕 본선에서 입상한 한국학생들. 왼쪽부터 주니어 여자 1위 박한나, 프리주니어 여자 1위 장유진, 서희 ABT 수석무용수, 시니어 남자2위 양준영.

 

YAGP 시니어, 주니어 1~2위 석권하며 주목
양준영 군은 비엔나발레단 입단제의 받기도
현역이면서 영재발굴 나서겠다며 재단까지 설립
자신처럼 일본이나 선진국 예선갈 필요없이
후배들이 그 다음 후배에게 도움주는 선순환 기대

지난 12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본선은 꿈에 그리던 무대를 밟아본다는 의미만으로 최고였다. 양군은 열심히 점프했고, 혼신의 힘을 내 연기했다. 클래식과 현대무용 등 YAGP가 요구한 레퍼토리 작품에 지난해 부상의 아픔으로 겪은 설움과 외로움을 한껏 쏟아넣었다. 세계 유수의 발레단장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채점한 결과 양군이 시니어(15∼19세) 부문 남자 종합 2위에 올랐다. 
 
심사위원 가운데 비엔나 오페라 발레단장인 마누엘 리그리가 그에게 입단제의를 했다. 병역혜택에 이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양군은 “가능하면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었던게 꿈이었는데, 진짜 꿈만 같다”면서 “이렇게 규모가 큰 국제콩쿠르를 경험할 기회를 주고, 외국 진출을 도와준 서희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올해 YAGP 뉴욕 본선에서는 ‘서희 꿈나무’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전세계 18개국에서 온 1300여 명과 경쟁을 벌여 양군을 비롯해 주니어(12∼14세) 부문 여자 1위를 차지한 박한나(14·선화예술학교)양, 프리주니어(9∼11세) 여자 1위에 오른 장유진(11·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양 등이 쾌거를 올렸다. 지난해 9월 YAGP 코리아 예선을 거쳐 선발돼 이번 뉴욕 본선에 참가한 15명 대부분이 세계적인 발레학교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입학 기회를 얻었다.
 
서씨는 “한국에는 발레에 재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이 좀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발레단을 골라서 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주니어 여자 1위인 박한나 양만 해도 ABT와 캐나다내셔널 발레, 모나코왕립발레, 취리히 발레 등에서 장학금과 함께 입학 제의를 받았다.
YAGP가 끝난뒤 서희와 학생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YAGP가 끝난뒤 서희와 학생들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발레 저변확대를 위해 2015년 설립된 사단법인 서희 재단은 지난해 처음으로 YAGP코리아 대회를 열고 올해 뉴욕본선에 참가할 학생들을 선발했다. ‘서희 꿈나무’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서씨는 긴장됐던 표정을 풀고 웃음기 가득 환해졌다.
 
서씨가 YAGP에 갖는 애정은 특별하다. 자신 또한 2003년 미국 유학시절 시니어 여자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오늘의 ABT 수석무용수로서 활동하는 등용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서씨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012), 선화예술학교 김신영(2015), 영국로열발레학교 전준혁(2016)이 YAGP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씨는 “YAGP코리아 대회가 있기 전에는 일본이나 선진국 예선무대에 참석해야 하는 애로가 있었다”면서 “뉴욕본선에 올라와서도 어디에 뭐가 있고, 입단제의를 받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미숙한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후배 무용수들을 위해 해주고 싶었던 역할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대부분의 발레리나는 은퇴 후에 후진양성을 염두에 두지만 서씨는 달랐다. 이미 2012년 세계 발레계를 제일 잘 알고있는 현역시절에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결심한 것이다. YAGP 조직위원장이자 창설자인 라리사 사벨리에프와 오랜 인연이 YAGP 코리아 관련 업무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토슈즈를 벗고 열심히 뛰었다. 덕분에 각계각층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표적인 이가 뉴욕에서 활동중인 설치미술가 강익중 화백. 맨해튼의 자택을 기금 마련 장소로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서씨의 토슈즈에 영감을 받아 작품을 만들어 경매에 제공했다. 기금마련 행사에서 경매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은 총 2만 달러. 그러나 아직 YGAP 코리아 사무국을 운영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YAGP 일정 이외에 서씨 자신의 일정 또한 만만치 않게 촘촘하다. ABT는 파리오페라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과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힌다. 그런 ABT에서 수석무용수라고 하면 이미 세계 최정상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당연히 서야할 무대스케줄이 줄을 잇는다. 5월부터 7월까지는 뉴욕무대에 계속 나간다 . 7월 휴가 때에는 YAGP코리아 예선심사를 위해 방한하고 9월 서울에서 YAGP코리아를 통해 내년 뉴욕본선 참가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서씨는 “후배들이 좋은 경험을 통해 무용수로 성공하거나, 또는 한국으로 돌아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는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심재우 뉴욕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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