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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하겠다. 국회도 '정경유착 금지법' 만들어 달라"

중앙일보 2017.04.16 16:27
14일 오전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4일 오전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금 창립 이래 최대 위기다. '최순실 스캔들'의 여파로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회원사들이 연이어 빠져나가고,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전경련 해체'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지난달 말 혁신안 발표에 이어 지난 13일에는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까지 받기 시작했다. 누란지세(累卵之勢)의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권태신(68ㆍ사진) 상근부회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전경련 구원투수 등판한 권태신 상근부회장
정통 경제관료 출신, 2014년부터 한경연 원장
"이승철 부회장 20억 퇴직금은 줄 돈도 없고 못준다 "
"회원사와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기회달라."

전경련의 형편이 아주 어렵다는데.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회비수입이 지난해의 3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설상가상 서울 여의도 전경련빌딩의 14개 층을 차지하고 있던 LG CNS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마곡지구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임대수입에도 타격이 크다. 이 때문에 전경련은 조직 축소는 물론 최근 직원들의 희망퇴직까지 받기 시작했다. 임원도 기존 11명에서 6명으로 줄이고, 월급 40% 삭감에 임원 차량도 없앴다. " 
 
한경연 원장으로 있으면서 최순실 스캔들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텐데.
“2015년 말 전경련 유관기관 회의 때 처음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얘기를 들었다. 문화창달과 체육진흥은 국가 고유의 기능이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하게 돼 있는데 '왜 전경련이 나서서 기업 돈을 모금하느냐.그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후엔 나도 몰랐다. 전경련에서 비밀로 했다. 지난해 가을 언론을 통해서 다시 얘기가 나오면서야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걸 알게 됐다. 전경련이 서둘러 대국민 사과를 하고 혁신안을 내야 한다고 회장단과 사무국에 여러 차례 얘기했다.”
 
뭐가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이 말한다고 경제수석이 무조건 들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수석이 얘기하더라도 그대로 따라한 전경련 사무국도 문제가 있다. 전형적인 ‘에이전시 프라블럼’(agency problemㆍ대리인 문제:주인이 특정한 행위를 위임했을 때 대리인이 주인보다 뛰어난 전문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도덕적 문제)이다.  대리인이 너무 ‘오버’를 했다. 그게 문제의 발단이다. ”
 
그 대리인의 수장이었던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이 2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았다는데.
“아직 안줬고, 줄 돈도 없다. 전경련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전경련이 다시 회원사와 국민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까지 퇴직금을 안 줄 생각이다. (이 부회장이) 퇴직금 소송을 걸어서 (우리가) 지면 주겠다.”
 
전경련 이름은 한국기업연합회로 왜 바꾸나.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미다. 기존엔 사람(총수)이 주체였지만, 이젠 기업 그 자체로 주체가 바뀐다. 문제가 된 사회협력본부를 없애고 싱크탱크 기능을 전체의 70%가 되게 조직을 바꾼다. 사무국의 전횡을 방지하고 의사결정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회원사 회장이 아닌 전문 경영인이 참석하는 경영이사회를 만들었다. 한경연과 전경련이 법적으론 여전히 별개 조직이지만, 전경련의 상근부회장이 한경연의 원장을 겸임하도록 해 사실상 한 몸이 됐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모두 전경련을 해체하겠다는데.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 전경련이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온다면 해체할 이유가 없다. 일자리 창출과 수출증대, 생산투자 협조, 정상외교 도움 등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전경련은 필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 회원사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고 국민에 고통을 준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열심히 할 테니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대선 주자들께) 요청 드린다. 국회에도 부탁드리고 싶다. 기업에 조세부담 외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소위 ‘정경유착 금지법’을 만들어 달라.”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권태신 부회장=1975년 행시 19회로 공직에 입문해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2차관을, 이명박 정부 때는 국무총리실 실장을 지냈다. 2014년 전경련 산하 연구기관인 한경연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전경련과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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