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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태어난 볼트EV 뜯어보니…핵심부품·디자인 'made in korea'

중앙일보 2017.04.16 15:55
 전기차 ‘볼트(BOLT)EV’는 미국차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제일 큰 제너럴모터스(GM)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태어난 곳도 미국 미시간주의 오리온 공장이다. 그러나 볼트EV에선 한국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차를 뛰게 하는 심장에도, 핏줄에도, 얼굴과 피부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새겨져 있어서다. 
 

LG, 모터 등 구동시스템 핵심부품 공급
휠ㆍ그릴ㆍ사이드미러는 중견업체가
"디자인도 한국GM 디자인센터 작품"

한국GM에 따르면 볼트EV에 부품을 공급한 한국 업체는 40여 곳. 자동차엔 수만 개의 부품이 사용되는 까닭에 한국산의 비중이 적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GM 관계자는 “업체 수나 부품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고 "볼트의 핵심 부품 공급과 디자인 작업에 한국 업체와 인력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볼트EV는 지난 2015년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볼트(Volt)와 달리 순수전기차인데도 1회 충전으로 321km 이상 운행할 수 있는 데다 3000만원 대에 판매된다는 계획이 발표되며 '전기차 대중화'를 실현할 차로 기대를 모았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이지만 지난달 사전예약에서 이미 초도물량 400대가 완판됐다. 
볼트EV에 장착된 한국 업체 부품

볼트EV에 장착된 한국 업체 부품



실제 모습을 드러낸 볼트EV의 정체성도 ‘충전 걱정을 완화한 순수전기차’라는 점에 있다. 한국GM은 "1회 충전에 383㎞를 주행할 수 있어 충전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고효율 모터와 배터리 시스템 등을 갖춰 가능한 일이다. 구동축에 동력을 제공하는 모터는 기존 화석 연료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전기차의 심장이다.
 
 이 모터를 만든 것이 한국의 LG전자다.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분산되는 모터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재충전하고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핵심기술을 GM에서 설계했고, LG전자가 생산을 맡았다. 이 모터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고 출력 204마력의 주행성능도 끌어낸다. LG전자는 이 외에도 ‘인버터’(직류 전기를 교류로 변환하고 모터를 제어하는 장치) 등 11종의 부품을 공급했다. 모두 볼트EV의 핵심을 이루는 부품들이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시스템 등도 LG전자의 솜씨다.
 
 
<볼트EV에 들어간 한국 업체 부품>
업체공급 부품
LG전자구동모터ㆍ인버터ㆍ차내충전기ㆍ전동컴프레셔ㆍ전력분배모듈ㆍ배터리히터ㆍDC-DC컨버터ㆍ급속충전통신모듈ㆍ계기판ㆍ인포테인먼트 시스템
LG화학리튬이온 배터리
이래오토모티브하프샤프트
센트랄콘트롤암
SL서봉익스테리어 램프
핸즈코퍼레이션
삼신화학공업그릴
SMR사이드미러
신진화학어플리케
이든텍루프렉
 
 또 하나의 일등공신을 뽑으라면 LG화학이다. 이 회사는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결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했다. 
LS전선도 LG전자를 통해 구동모터에 코일 형태로 감아 전기에너지를 기계에너지로 변환하는 권선을 납품했다. 구동 모터가 심장이라면 권선은 심장과 연결된 혈관과 같은 부품이다.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구동이나 디자인과 관련한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며 볼트EV 탄생에 큰 역할을 했다. 
볼트EV의 카탈로그에는 ‘실버에 블랙을 음각시킨 독특한 디자인의 17인치 투톤 알로이 휠로 스포티하고 세련된 감각을 부여했고, 선명하고 또렷한 HID 헤드램프와 LED가 장착된 시그니처 주간 주행등으로 스타일을 완성했다’고 적혀 있다. 카탈로그에 언급된 휠을 핸즈코퍼레이션이, 램프를 SL서봉이 공급했다.
 
전기자동차의 동력을 바퀴에 전달하는 부품인 하프샤프트와 콘트롤암은 각각 이래오토모티브와 센트랄에서 만들었다. 이외에도 사이드 미러 등 유리 제품을 SMR에서 만들었고, 카메라 레이더를 고정하는 부품인 어플리케의 제작은 신진화학이 맡았다. 정면에서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삼신화학공업이, 위에서 보이는 루프렉은 이든텍이 납품했다.
 
이들 업체 중 이래오토모티브와 신진화학은 GM이 선정한 ‘우수 협력사’이기도 하다. GM 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한국 부품 업체는 2005년 5개사에서 지난해 27개사로 늘었다. 미국을 제외하고 지난 9년 동안 매년 가장 많은 우수 협력사를 배출한 국가가 한국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전기차를 움직이는 드라이브 유닛(구동시스템)부터 외형적으로 눈에 띄는 휠ㆍ램프ㆍ사이드 미러, 그리고 운전자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볼트EV의 핵심 요소 곳곳에 한국 부품 업체의 기술력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와 현재가 공존하는 디자인’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볼트EV의 디자인도 한국 디자이너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한국GM 디자인센터가 개발 초기단계부터 디자인 작업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한국 디자인센터는 GM이 갖고 있는 전세계 디자인센터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스파크와 트랙스의 디자인도 여기서 탄생했다. 
한국GM 디자인센터의 조상연 상무는 “볼트EV의 외관은 100% 한국GM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라며 “한국GM이 소형차를 만드는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고, 글로벌팀에서도 이런 강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볼트EV의 핵심부품과 디자인을 구축한 경험은 다른 글로벌 업체와 관계를 구축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기수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행정홍보실장은 “GM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하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해당 업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될거고, 실제 계약을 맺는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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