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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북한 열병식장서 눈길 끈 3인은

중앙일보 2017.04.16 15:38
 지난 15일 오전 김일성 105회 생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 주석단에선 몇 가지 이례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석단에 입장할 때 여동생 김여정이 따라오다 허둥지둥 카메라를 피하고, 김정은 뒤를 따르던 김영남이 뭔가를 물은 뒤 주석단에서 빠져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런 모습은 열병식을 생중계한 조선중앙TV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주석단은 북한의 권력지도
9개월 만에 나타난 김여정 대놓고 오빠 챙기기
국가수반 김영남은 화면에서 사라져
혁명화 갔던 김원홍은 수척한 모습으로 깜짝 등장

 
주석단은 김정은을 비롯해 북한 지도부들이 자리하는 곳으로 일종의 헤드 테이블이다. 그런만큼 북한의 당ㆍ정ㆍ군 고위인사들이 총출동해 최대의 행사로 치른 열병식 주석단은 최근 북한의 권력구도를 보여주는 잣대라 할 수 있다.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105년 기념 열병식장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석단에 입장하는 가운데 그의 여동생 김여정(왼쪽 원안)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정은을 따라 오다 황급히 다른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오른쪽 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주석단까지 입장했으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조선중앙TV 캡쳐]

지난 15일 김일성 생일 105년 기념 열병식장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주석단에 입장하는 가운데 그의 여동생 김여정(왼쪽 원안)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김정은을 따라 오다 황급히 다른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오른쪽 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주석단까지 입장했으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조선중앙TV 캡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의 역할이다. 김여정은 지난 13일 북한이 새로 건설한 여명거리 준공식장에서 김정은이 받은 꽃다발을 받아 들며 오빠를 챙겼다. 이날도 김여정은 열병식 주석단으로 이동하던 김정은의 뒤를 따르며 북한 고위 인사들을 안내하다 주석단 문을 지나자 마자 황급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석단에 낄 직책은 아니지만 뭔가를 지시하고, 챙기는 모습이었다. 열병식 순서 등이 적힌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김정은 앞에 가져다 놓는 것도 그의 역할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정부는 현재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동안(9개월)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이 다시 등장한 이후 13일 여명거리 행사와 15일 행사때 김정은 옆에 등장하고 있어 역할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먼 발치에서 김정은을 수행하거나 선전선동과 관련한 업무를 하던 그가 직접 ‘오빠 챙기기’에 나선 게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업무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특수 임무를 맡은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만 김정은이 뇌졸중을 일으킨 다음해인 2009년 6월 15년만에 공개적인 장소에 등장해 오빠인 김정일을 챙겼던 김경희와 역할이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이 행사 담당 부부장이어서 행사를 챙길수는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며 “서기실장(김창성)이 교체됐다는 정보가 없는 데다,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간부들이 김일성 동상(만수대)을 방문 했을때 부부장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고 말했다. 어떻든 김여정의 '문고리 권력'이 확인된 이상 그의 입김이 훨씬 강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일성 생일 100회 기념 열병식이 열린 2012년 4월 15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곁을 지키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김일성 생일 100회 기념 열병식이 열린 2012년 4월 15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곁을 지키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열병식 주석단에서 '사라진' 김영남도 관심거리다. 그는 2012년 김일성 생일 100회 기념 열병식때 김정은 왼쪽(화면 오른쪽)에 서 있었다. 이날도 행사장 입구까지는 김정은 바로 뒤를 따랐다. 열병식 관련 보도를 한 16일자 노동신문도 김정은을 수행한 행사 참석자들을 소개하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명목상 국가수반)으로 그를 가장 먼저 호명했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이 주석단에 서자 김여정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뭔가를 물으며 다른 곳으로 단 뒤 주석단에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북한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주석단에 서 있다. 5년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섰던 자리에 박봉주 내각 총리가 서 있다. [사진 노동신문]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북한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주석단에 서 있다. 5년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섰던 자리에 박봉주 내각 총리가 서 있다. [사진 노동신문]

 
그는 행사가 끝난 뒤 김정은이 주석단을 한바퀴 돌며 인사를 할 때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뒤를 따랐다. 어딘가에 갔다가 왔거나 다른 자리에 앉아 있다 합류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노동신문 호명순서는 거의 권력 서열”이라며 “고령으로 2시간 이상 서 있기 어려워 잠시 휴식을 취했거나 감기등의 증상이 있어 김정은 바로 옆에 서있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생일(2월 16일) 행사에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던 것처럼 김영남 역시 건강상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열병식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발치에서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열병식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발치에서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열병식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발치에서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열병식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먼발치에서 따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무엇보다 지난해말 조직지도부 과장을 취조하다 숨지게 하는 사건으로 혁명화(김일성고급당학교나 공장, 농장 등에서 이론 재무장과 노동 등으로 재교육)에 처해 있던 김원홍 국가보위상의 깜짝 등장이 이목을 끌었다. 국가정보원은 그가 조직지도부와의 갈등으로 대장(별 넷)에서 소장(별 하나)으로 강등된 뒤 해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나 14일 열린 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추모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 당국은 그의 혁명화 기간이 길어지고, 복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그는 별 넷 계급장을 달고 깜짝 등장해 황병서 총정치국장, 이명수 총참모장, 최부일 인민보안상(경찰청장)에 이어 군부 4번째 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정부 당국자는 “그의 얼굴이 상당히 수척한 모습을 하고 있어 최근까지 고생한 흔적이 남아 있다”며 “열병식 주석단에 자리를 잡은 건 혁명화가 끝났음을 암시하고는 있지만 원래 직책(국가보위상)으로 복귀했는지, 일시적으로 참석을 했는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일 최고인민회의와 14일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그가 15일 나왔다는 건 김정은이 각종 여론을 의식해 전격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해임 사실을 당 조직지도부와 국가보위성의 권력 투쟁으로 보는 견해가 많고 북한 최고의 권력기관 끼리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 언론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사장에 나오던 김영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참이 예상됐던 김원홍은 얼굴을 내민 셈이다.  
 
비위혐의로 국가보위성의 조사를 받던 조직지도부 과장의 사망 사건으로 지난 1월 해임된 김원홍(원안) 국가보위상이 15일 김일성 105회 생일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와 14일 열린 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추모대회)에 불참해 정부 당국은 그의 복권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비위혐의로 국가보위성의 조사를 받던 조직지도부 과장의 사망 사건으로 지난 1월 해임된 김원홍(원안) 국가보위상이 15일 김일성 105회 생일 기념 열병식 주석단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 11일 최고인민회의와 14일 열린 김일성 생일 중앙보고대회(추모대회)에 불참해 정부 당국은 그의 복권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쳐]

 
  최용해 당 부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트럼프 행정부를 거론하며 비난과 위협에 나선 것도 특징중 하나다. 최용해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주권국가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끊임없이 감행하고 있다”며 “미국이 무모한 도발을 걸어온다면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북한)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종의 결사항전 의지의 표명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생일 하루 전날인 14일 이영길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대장으로 진급시키는 등 18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북한은 김일성ㆍ김정일 생일이나 군창건일(4월 25일), 휴전일(북한은 전승기념일로 주장, 7월 27일) 등 각종 기념일에 군 진급인사를 해 왔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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