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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묻다…“3년의 시간, 세월호는 나에게 OO이었다"

중앙일보 2017.04.16 14:13
2014년 4월 16일. 그날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화살처럼 지나간 시간이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억겁의 세월이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한 봄날이었던 이번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많은 남녀노소의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일상에 묻혀 때론 잊고 지내기도 했던 3년 전 그날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3년의 시간 동안 당신에게 세월호는 무엇이었습니까?’
중앙일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시민들은 취재진이 준비한 노란색 도화지에 각자의 답을 적어 넣었습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슬픔’이고 ‘책임’이다”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송경원(47)씨와 송예빈(18)양 부녀.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송경원(47)씨와 송예빈(18)양 부녀.

▶송경원(47)씨

"세월호는 제게 슬픔이고 책임이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겪고 나서 슬픔과 미안한 감정을 많이 느꼈습니다. 또 당시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데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죠. 앞으로 당선될 대통령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희생자가 되지 않고 모두가 공정하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내 자신'이다"
원소연(43)씨.

원소연(43)씨.

▶원소연(43)씨

“세월호는 내 자신이었습니다.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이었고, 내 가족 내 조카가 겪을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아직도 당시의 정부 대처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고 욕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사회참여’다”
황종락(59)씨

황종락(59)씨

▶황종락(59)씨
“세월호는 제게 사회참여입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TV나 신문이 ‘그랬다’라고 하면 다 믿었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보도를 보면서 언론이 꼭 정확한 것만을 보도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니 저같은 시민들도 나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아픈 기억’이다”
녹천중 1학년 강지혜(13), 서지우(13)양 일행

녹천중 1학년 강지혜(13), 서지우(13)양 일행



▶강지혜(13·맨 왼쪽)·서지우(13·왼쪽에서 두번째)양

“세월호는 저희에게 아픈 기억입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는데 어렸을 때지만 기억이 나요. 집에서 휴대폰으로 사고 뉴스를 보고 언니랑 오빠들이 물 속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는 거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세월호는 나에게 ‘트라우마’다” 
송수민(23)씨.

송수민(23)씨.

▶송수민(23)씨

“세월호는 제게 트라우마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멀리 가기 위해 비행기나 버스 등을 이용할 때면 덜컥 두려워집니다. 나도 언제 당할 지 모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언제 사고를 당할 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유가족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사고를 당해도 나라가 구해주지 않을 것 같고, 죽는다고 해도 제대로 추모 받지 못할 것 같고 그냥 잊혀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전환점’이다”
김태연(20)씨.

김태연(20)씨.

▶김태연(20)씨
“세월호는 저에게 전환점입니다. 저 역시 그랬고 우리나라 전체가 안전에 대해서 불감증이 심했는데 세월호 참사는 이러한 안전 이슈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된 거 같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고 그에 따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자성’이다”
김승규(61)씨 부부

김승규(61)씨 부부

▶김승규(61)씨
“세월호는 제게 자성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지금까지 나의 삶과 우리의 삶, 사회를 되돌아보고 반성했습니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나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역사적 비극’이다” “세월호는 나의 ‘존재’, 내 조국의 ‘존재’다”
마은주(45·왼쪽)씨와 이인숙(61)씨.

마은주(45·왼쪽)씨와 이인숙(61)씨.

▶마은주(45·맨 왼쪽)씨
“세월호는 역사적 비극입니다. 안전 문제뿐 아니라 국가의 조직적 무능과 소통 부재, 컨트롤 타워가 유명무실함을 보여준 것이 세월호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비극이 아닌 사회적ㆍ역사적 비극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인숙(61·맨 오른쪽)씨
“세월호는 나의 존재, 조국의 존재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그동안의 국가적 적폐가 드러났습니다. 앞으로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고 세월호를 그동안 쌓였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현실’이다” “세월호는 나에게 ‘깨달음’이다” 
전주 풍남중 3학년 장현준(16·왼쪽)군과 최은제(16)군.

전주 풍남중 3학년 장현준(16·왼쪽)군과 최은제(16)군.

▶장현준(16·왼쪽)군
“세월호는 저에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TV로 직접 봤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점이 드러나지 않다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나라의 현실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최은제(16)군
“세월호는 제게 깨달음입니다. 세월호 안에 많은 형과 누나들이 있었습니다.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된다는 깨달음을 제게 주었기 때문에 깨달음이라고 썼습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삶’이다” 
김수근(35)씨 부자.

김수근(35)씨 부자.

▶김수근(35)씨
“세월호는 나에게 삶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광화문 농성장에서 스탭으로 1년 가까이 일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2주기 때는 16일부터 진통이 있다가 18일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 세월호는 삶이었습니다. 세월호가 인양됐다고 해서 ‘끝났다’ ‘진실이 밝혀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고 세월호도 복원해서 나나 아이가 죽고 나서 몇 천년이 지나도 이 사건은 끝까지 후대에 알려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세월호는 나에게 ‘세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뀐다는 희망’이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이 이렇게 엉망이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동안 시민들의 행동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진실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구나’라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두 신입 취재기자도 동참했습니다. 기자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 각자의 생각을 한 자, 한 자 적어봤습니다.
중앙일보 여성국(왼쪽) 기자와 하준호 기자.

중앙일보 여성국(왼쪽) 기자와 하준호 기자.

▶여성국(29) 기자
“세월호는 제게 끝없는 질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아이들을 구할 수 없었는지, 언론과 기자는 제역할을 다했는지, 국가란 무엇인지,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끝없는 질문을 던져주는 잊지 말아야 할 사건입니다. 더 기록하고 기억하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기자가 되어야겠습니다.”
 
▶하준호(25) 기자
“세월호는 저에게 약속입니다. 2014년 4월 대학생이던 저는 당시 어른들의 무능을 보면서 절대로 저런 어른이 되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된 지금 3년 전의 약속을 되새깁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하고 투명해지도록 제 위치에서 묵묵히 나름의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여성국·하준호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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