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즘 모델, 몸매만큼 성격이 좋아야 성공해요"

중앙일보 2017.04.16 12:29
루이비통 2017 봄여름 캠페인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 2017 봄여름 캠페인 [사진 루이비통]

한국인 모델이 세계 패션 무대에 서는 게 더이상 새롭지 않다. 이미 수주·최소라·신현지 등이 샤넬·루이비통·프라다 같은 최고 브랜드 쇼의 런웨이에 진출했다. '진격'에 이유를 꼽자면 대개 비슷하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최근 패션계 분위기에다 '쌍커풀 없고 밋밋해서 더 매력적'이라는 장점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인종, 특히나 구매력을 염두에 두고 쓰는 중국 모델까지 생각하면 이것이 전부일 순 없다. 모델 정호연(23)이 생뚱맞은 것 같지만 정답인 이야기를 했다. 다름아닌 '성격'이다. 그는 2016년 9월 뉴욕패션위크에 첫 해외 무대에 데뷔한 이래 2017년 3월 루이비통 쇼에 월드 익스클루시브로 뽑혔다. 세계 4대 패션 위크인 뉴욕·런던·밀라노·파리 패션 위크에서 한 도시에 한 브랜드만 독점으로 오르는 것을 말한다. 수입뿐 아니라 신인에게는 대단한 '스펙'이 되는 셈. 그즈음 모델 사이트인 ‘모델스 닷컴’에서 주목할 만한 신진으로 소개된 바도 있다. 더이상 모델의 조건이 깡마른 몸매만도, 강렬한 워킹만도 아니라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그는 2016년 8월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다 3월말 잠시 귀국한 참이었다. 
 

데뷔 1년 만에 루이비통 월드 독점 모델 된 정호연
첫 면접에서 글로벌 에이전시와 계약
'멋'의 기준 달라져, 개성과 내공 있는 모델 선호
배우 이동휘 여자친구로도 유명

-패션위크가 끝났는데 활동은.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소속사가 '엘리트 월드 와이드'인데, 글로벌 브랜드의 본사가 있는 도시마다 지점이 있어서 촬영이 잦다. '자라'면 바르셀로나, 'H&M'이면 스톡홀롬 이런 식이다."
 
지난해 뉴욕에 진출해 활발한 황동을 펼치고 있는 모델 정호연. [사진 에스팀]

지난해 뉴욕에 진출해 활발한 황동을 펼치고 있는 모델 정호연. [사진 에스팀]

 
-이제 자리를 잡은 건가.
"준비가 길었던만큼 바로 적응했다. 데뷔는 2010년이고 2013년 '도전!수퍼모델 코리아3'에 3등을 하면서부터 얼굴을 알렸다. 그때 바로 해외에 나가겠다고 하니 소속사(에스팀) 언니들이 모두 말리더라. 더 경험을 쌓으라는 조언대로 국내서만 활동하다 2016년 4월 뉴욕에 무작정 갔는데 맨 처음 만난 에이전시에서 바로 계약을 했다."
 
-어떻게 첫 판에 성사가 됐나.
"보통 동양인 모델하고 좀 달랐던 거 같다. 신인은 대개 10대 후반이고,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위축되는데 난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하고 싶다면서 말이다. 나중에 회사에 물어보니 '얜 뭐지, 꽤 당찬데'라며 끌렸다고 했다. 패션 쪽에 오래 있는 사람들, 특히 뉴욕같이 수 천명 모델이 몰리는 곳에서는 '완벽하게 잘 빚어진 창조물'에 큰 감동을 못 받는다. 스스로를 표현할 줄 알고 개성을 중시한다. 요즘 내 별칭은 '스위트 걸(sweet girl)'이다. 인사하는 목소리부터 일단 한 톤이 높고 처음 보는 모델한테도 어색하지만 말을 잘 붙여서다. 소속사 임원이 '우리 회사는 성격 보는 에이전시'라고 하는 걸 들었다."
 
2017 봄여름 컬렉션 중 오프닝세리모니, 랙앤본, 마크제이콥스 런웨이에 섰던 모습. [사진 에스팀] 

2017 봄여름 컬렉션 중 오프닝세리모니, 랙앤본, 마크제이콥스 런웨이에 섰던 모습. [사진 에스팀]

 
-거기만 유별난 건 아닌가.
"아니다. 이유가 있다. 요즘 모델은 패션쇼에서 워킹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미 패션 브랜드마다 다양한 형식의 영상 콘텐트를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모델의 스펙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 역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여지느냐의 문제 아닐까. 영어가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기운도 하나의 능력이다."
  
-연기를 할 수도 있는데.  
" '맑게, 밝게, 자신있게' 뭐 성격이 좋다는 게 이런 건 아니다. 가끔 말수도 적고 쿨한 애들이 있는데 중요한 건 스스로를 알고 거기에 맞게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이건 연기로 되지 않는다."
 
-루이비통 독점 모델로 발탁된 것도 이런 이유였나. 
"캐스팅 디렉터(모델을 패션쇼 오디션에 부르는 사람)가 브랜드에 어울릴 것 같다면서 호출했다.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쇼에, 얼마나 자주 부르냐가 어쩌면 모델에겐 더 중요한 평가다. 어쨌거나 5분 여 워킹으로 모든 게 결정됐던 순간인데, 디자이너 입에서 '벨르(belle·아름다운)' '트레비앙(très bien·아주 좋은)'이라는 말이 들렸다. 캐스팅이 되고도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리허설 때 디자이너가 어떤 옷을 빼자고 하면 해당 모델은 무대에 못 서는 게 이 업계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상황들에 상처 받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올 3월 파리 루브르에서 열렸던 루이비통 쇼에 월드 독점 모델로 섰다. [사진 루이비통]

올 3월 파리 루브르에서 열렸던 루이비통 쇼에 월드 독점 모델로 섰다. [사진 루이비통]

 
-경쟁이 치열한 모델 세계지만 한편 일반인 모델이 늘고 있다.
"과거엔 옷의 아름다움을 모델의 몸으로 극대화했다면, 요즘은 개성이 드러나는 걸 멋으로 본다. 당연히 모델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젠 매력적인 사람이 모델에 어울린다. 몸매 관리를 기본적으로 해야 하지만 인격적으로, 성격적으로 잘 가꾸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선 9살 많은 남자친구(배우 이동휘) 때문에 더 이름을 알렸다.
"연예 뉴스에 더 많이 나와 속상하지만 그것 또한 나다. 거짓말이 아니니까 영향 받지는 않는다." 
이도은 기자dangdol@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