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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하는 대구사람들…『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

중앙일보 2017.04.16 11:05

"저는 학교 수업 가는 버스에서 참사 소식을 처음 들었어요. 다 구조했다는 소식에 다행이다 안도를 했는데, 수업 마치고 오보라는 걸 알았어요. 집에 와서 기사란 기사를 다 찾아 보았는데, 그때는 에어포켓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아이들을 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그런데 결국 한 명도 구해내지 못했고…." (책마실도서관장 김경희씨)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뭐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달서구에서 저녁 시간에 진행하는 세월호 서명전에 참가를 잘 하지 못해서 늘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러던 차에 연희 후배가 낮에 카페유유에서 리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노란리본공방 장정수씨)

"저도 우연히 세월호를 안 탄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아요. 어른들이 책임지지 않은 일에 학생들이 피해를 봤잖아요. 거기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고, 아직 어떻게 할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이 가고 이끄는 대로 행동하려고 해요." (호산고 2학년 임나희 학생)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서쪽 바다에서 일어났다. 세월호에 타고 있던 승객 상당수는 경기 안산시에 있는 단원고 학생들이었고, 세월호의 원래 행선지는 제주도였다. 대구·경북과는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 일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대구서 처음 발간된 세월호 관련 서적
2015년 겨울 진행한 10개 인터뷰 실어
"희생자 가족들에게 조그만 힘 됐으면"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맞춰 출간된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거리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일인시위를 하는 사람, 노란리본공방을 차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제주도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노란리본을 땅에 묻고 온 학생…. 이들은 비록 대구에 살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를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일로 생각한다.
 
『잊지 않고 있어요, 그날의 약속』(도서출판 한티재)은 세월호대구대책위원회가 기획하고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한유미씨가 썼다. 한씨는 2015년 겨울부터 진행한 10개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대구에서 세월호와 관련한 책이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책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방식으로 제작돼 더욱 의미를 더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진행된 모금은 목표액 450만원을 넘어 지난 5일 506만7000원으로 마감됐다.
 
한씨는 책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대구 시민들의 이야기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는 오히려 내가 더 위로와 힘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질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는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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