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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에게 투표 않도록 유도하는 ‘A찍B’ 구호 먹힐까

중앙선데이 2017.04.16 02:34 527호 22면 지면보기
[세상을 바꾼 전략] 전략적 투표
제19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주요 5개 정당 후보가 모두 등록했다. 막판 후보 간 연대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모두 완주를 공언했다. 임현동 기자·[뉴시스]

제19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5일 주요 5개 정당 후보가 모두 등록했다. 막판 후보 간 연대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은 모두 완주를 공언했다. 임현동 기자·[뉴시스]

오늘 16일은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이다. 후보 등록이 마감된다고 해서 대진표가 최종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등록한 후보가 후보직을 사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보가 사퇴하지 않더라도 유권자들이 최종 후보군을 좁힘으로써 대진표를 바꿀 수도 있다.

이번 대선 지배적 화두로 떠올라
유권자들 경험·학습 통해 진화
자발적 전략 투표도 중요 변수

거부감 덜한 다른 진영과 단일화
같은 진영 단일화보다 표 확장 쉬워

이미지만으로 전략 투표하면 불행
양자 토론해야 후보 검증 효과적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좀 더 큰 차선의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도 하는데, 이는 그 특정 후보를 실질적으로 사퇴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후보 단일화가 공식적인 대진표를 조정해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후보자의 전략이라면, 전략적 투표는 실질적인 대진표를 조정하여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유권자의 전략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려면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 다른 후보에게 호감을 드러내는 후보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특정 후보나 특정 집단의 지지 선언은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후보 단일화를 좋게 보지 않는 유권자도 많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맞설 후보 단일화를 반대하는 비율은 찬성하는 비율보다 높았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자 가운데에서도 반대 비율이 찬성 비율보다 더 높았다. 대중은 선거공학으로 보이는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를 좋게 보지는 않는다.
 
설사 그렇더라도 유권자의 결집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민주화 이래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김영삼의 당선은 반(反)김대중 결집으로, 김대중·노무현의 당선은 반(反)이회창 결집으로, 이명박·박근혜의 당선은 반(反)노무현 결집으로 가능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박근혜 탄핵 소추 이후 문 후보의 지지도 급증과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이후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 급증은 각각 반(反)박근혜 결집, 반(反)문재인 결집과 관련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선거에서 반감 내지 비(非)호감의 효과는 호감 효과와 정반대라고 간단하게 규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권자들이 느끼는 비호감 후보 순위는 호감 후보 순위와 정반대일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적지 않다. 좋아하는 유권자가 가장 많은 후보라고 해서 싫어하는 유권자가 가장 적은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싫어하는 유권자가 가장 많다고 해서 좋아하는 유권자가 가장 적은 것도 아니다. 지난달 말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절대 투표하지 않을 후보’로 가장 많이 응답된 후보는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후보였고, 거부감이 가장 적게 조사된 후보는 지지도 꼴찌를 다투는 후보였다.
 
비호감, 호감만큼 선거 결과에 영향
호감의 정도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과 비호감 정도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은 결과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호감 정도로 선출하는 방식의 예는 토마스 헤어가 제시한 단기이양투표다. 이 방식은 득표수가 제일 작은 후보를 빼고 다시 투표해서 1인의 후보가 남을 때까지 계속 진행하는 방식이다. 여러 후보에 대한 선호 순서를 한꺼번에 기입하여 투표하면 한 차례의 투표로 당선자를 선출할 수 있다.
 
비호감 정도에 따라 선출하는 예는 클라이드 쿰스가 제시한 투표방식이다. 이는 싫어한다는 표가 제일 많은 후보를 빼고 다시 투표해 최종적으로 남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이다. 기준이 호감이냐 비호감이냐는 차이 말고는 매우 유사한 헤어 선거 방식과 쿰스 선거 방식은 서로 다른 당선자를 내기도 한다.
 
가장 혐오하는 후보를 하나 선택하게 한 후 집계하여 선출하는 방식뿐 아니라 각 후보에 대해 호감·비호감을 선택하게(비호감 후보 모두를 고르게) 해 집계하는 선출 방식도 있는데, 선거 방식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짐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비호감이 적어도 호감만큼 후보 선택에 중요하게 작동하고 또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는 이미 지배적인 화두가 되어 있다. A를 찍으면 B가 당선된다는 ‘A찍B’의 3글자로 이뤄진 여러 조어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거 후보자뿐 아니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같은 외부의 인물까지 끌어들이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슬로건이다. 사실 이런 전략적 투표를 유도하는 구호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년 전의 제15대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이인제 후보를 찍으면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다’는 표현이 그런 예이다.
 
반○○ 결집이나 전략적 투표는 모든 후보의 득표율 합이 100%인 선거의 제로섬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제로섬 관계는 경쟁 진영 간에는 물론이고 진영 내에서도 관찰된다. 상대 진영과 싸울 때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자기 진영에서 일단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초식동물들이 육식동물의 포식에서 벗어나려면 육식동물보다 빨라야 한다기보다 다른 초식동물보다 빨라야 한다. 실제로 안 후보의 지지도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에 따라 낮아졌다가 반기문·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안희정 충남지사의 불출마 선언 또는 경선 패배 직후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표의 확장성은 같은 진영에서보다 거부감이 없는 근처의 다른 진영에서 더 용이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가운데 안 후보와 지지층을 공유하는 후보는 유 후보이지만, 홍 후보로 단일화해 유 후보가 사퇴하면 문 후보가 당선되는 반면에, 유 후보로 단일화해 홍 후보가 사퇴하면 안 후보가 당선된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안 후보에게는 유 후보의 사퇴보다 홍 후보의 사퇴가 득표에 더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다. 안 후보와 중첩되는 유 후보의 지지층이 이미 얇아져 있어 안 후보가 유 후보로부터 새롭게 넘겨받을 표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 후보의 사퇴가 안 후보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실제 유 후보 지지자보다 홍 후보 지지자가 더 반(反)문재인적이다.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의 5자 대결에서 홍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문-안의 양자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안 후보에게 쏠렸지만 유 후보의 지지자들은 그 쏠림 정도가 덜함을 여론조사들이 보여주고 있다. 너무 달라도 또 너무 같아도 후보 단일화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다. 서로 다른 주머니를 차고 있으면서도 그 주머니를 상대에게 넘길 수 있는 정도로 가까워야 후보 단일화는 성공한다. 양자 대결에서는 중원으로 진출하되 자신의 후방에서 지원해 줄 세력을 확보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사표 방지 심리에서 전략적 투표 나와
단일화된 후보의 지지도는 대체로 단일화 전 후보들 지지도의 합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컨벤션, 여론조사 발표, 전략적 투표 독려 등에 의한 결집이 있어야 지지도 증대가 가능하다. 전략적 투표는 사표 방지 심리에서도 나온다. 선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후보에게 투표함으로써 선거 결과를 바꾸고 싶어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선거에 무관심해 있다가 여론조사에서 떠오르는 후보를 지지하게 된 유권자도 있을 것이고, 또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지 후보를 이미 바꾼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대결이었기 때문에 당선된 사례가 종종 있다. 민주화 이래 30년 전인 1987년 노태우 후보 그리고 20년 전인 1997년 김대중 후보는 선거가 양자 대결로 결집되었거나 또는 결선투표제가 있었더라면 당선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 당일의 판세가 일반 유권자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선거 결과가 가능했다.
 
한국 유권자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진화해 왔다. 인위적인 후보 단일화를 넘어 유권자의 자발적인 전략적 투표가 발현되기도 한다. 후보 자신의 포지티브·네거티브뿐 아니라 유권자의 전략적 사고 전개에 따라 후보들의 지지도는 등락을 거듭할 수 있다.
 
이미지만으로 후보 단일화나 전략적 투표가 진행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양자 판세보다 더 필요한 것은 후보자 간 양자 토론이다. 양자 토론은 다자 토론보다 후보 검증에 더 효과적이다. 5인의 후보가 양자 토론에 참가하더라도 토론회 횟수는 총 10차례에 불과하고 후보자 당 양자 토론회 횟수는 4번뿐이다.  
 
후보들이 양자 토론을 피하면 감표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 대부분이 양자 토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다. 토론회 개최 순서도 합의가 잘 될 것이다. 지지도를 당장 끌어올려야 하는 군소 후보들은 가급적 일찍 양자 토론회를 갖고 싶어 할 것이고, 1, 2위 후보들은 굳이 일찍 토론회를 가지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양자 토론회 일정 조정은 쉬울 것이다. 물론 후보 간 토론을 본 후 투표 선택을 바꾸는 유권자보다 바꾸지 않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나, 그 바뀌는 소수의 유권자 때문에 선거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후보들에 대한 선호가 바뀌지 않아도 유권자는 자신의 표심을 다자 대결 또는 양자 대결이냐에 따라 다르게 드러낼 수 있다. 같은 유권자 선호에서 다른 선거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바람직한 선거 결과를 얻으려면 후보들의 자질 검증은 필수적이다.
 
 
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정 치학 박사. 2009년 미국 후버 내셔널 펠로. 2010년 교육부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정치 현상의 수리 적 분석에 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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