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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눈치 안보는 나만의 투자 주치의

중앙선데이 2017.04.16 01:19 527호 18면 지면보기
독립투자자문업자(IFA) 내달 도입
회사원 이미경(36)씨는 6년 전 한 은행 직원의 권유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와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두 곳에 매달 적립식으로 30만원씩 투자했다. 그러나 2년 후 두 펀드 수익률은 합쳐서 1% 초반이었다. 거치식으로 바꿔 4년을 묻어뒀지만 중국 펀드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면서 성과가 저조했다. 환매를 고민하던 이씨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로 활동하는 김준성 로드스타자문 대표에게 자문을 받았다. 김 대표는 수익을 낸 국내 주식형펀드는 정리하고 중국펀드는 여전히 성장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최대 3년간 더 묻어두길 권유했다. 3개월 뒤 다시 만나 환매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지 논의하기로 했다. 이씨는 연간 자문료로 전체 금융자산(2400만원)의 1.2%인 28만8000원을 지불했다.

은행·증권사 커미션 받지 않고
고객이 주는 자문료가 주 수입
보수 낮은 클린펀드 늘어날 듯

영·미 퇴직연금 시장 90% 차지
‘자문서비스=공짜’ 인식이 걸림돌

 
다음달 IFA 도입을 앞두고 등록 준비 중인 로드스타자문사로 구성한 가상 시나리오다. 새 제도가 정착되면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받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문턱이 낮아진다.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펀드·주가연계증권(ELS)·주식 등 금융 투자에 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의미한다. 영국·미국 등 금융 선진국은 20년 전에 도입돼 대중적인 판매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2013년부터 추진했지만 금융업종별 이해관계, 법 개정 문제 등으로 수차례 연기됐다. 박보라 금융위원회 자산운용과 사무관은 “IFA 도입이 골자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늦어도 다음달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FA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일반 투자자문업자(FA) 전환 절차를 끝낸 뒤 IFA 신규 등록절차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 자본금 5억에서 1억으로 완화
IFA가 기존 투자자문사 인력과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우선 독립 자문업자이기 때문에 특정 금융사와 제휴를 맺지 않는다. 기존에는 펀드 판매사인 증권사가 투자권유대행인이나 FA의 실적에 따라 판매수수료나 보수를 지급한다. IFA는 판매사 대신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최적의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자산 관리를 돕는 ‘투자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엔 투자자문업 최소자본금 요건이 1억원으로 기존(5억원)보다 문턱이 낮아졌다. 상법상 법인 형태만 갖추고 있으면 1인 창업도 할 수 있다. 다만 자문 범위가 펀드를 비롯해 ELS, 환매조건부채권(RP), 예금으로 한정된다. 주식(자본금 5억원)이나 부동산(8억원)까지 컨설팅하려면 기존처럼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금융 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상당수 증권사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자문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일 플랫폼 설명회를 열었다. IFA가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등록하면 펀드를 매매·관리하고, 고객별 자문 수수료를 정산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존 자문종합서비스인 ‘자문통’에 자문계약을 비롯해 사무 관리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IFA는 두 개 이상의 금융업체 상품을 취급하거나 펀드 상품을 모아 놓은 펀드수퍼마켓을 활용해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한다. IFA가 금융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거나 금융업체에 이용료를 내는 것은 모두 안 된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업체들은 사업 영역을 넓힐 기회로 본다. 로보어드바이저 ‘불리오’를 운영 중인 두물머리의 송락현 이사는 “한 달에 만원만 내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 IFA를 준비하고 있다”며 “컴퓨터 알고리즘을 사용해 고객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일대일로 상담해 주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목형 ELS 등 ‘묻지마 투자’ 줄 듯
IFA 도입으로 가장 영향을 받는 건 펀드 투자자다. 국내에선 판매사는 1%수준의 판매수수료(A클래스)를 받지만 팔고 나면 끝이다. 그동안 중국펀드, 브라질채권, 종목형 ELS 등에 ‘묻지마 투자’가 몰렸다가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판매사가 앞다퉈 수수료 수익이 큰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한 영향이 크다. 수수료를 미리 떼 가지 않으면 투자수익률에 영향을 주는 판매보수(C클래스)가 커진다. 펀드 보수는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운용보수와 판매회사에 들어가는 판매보수로 나뉜다. 운용보수는 어디서 가입하더라도 동일하지만 판매보수는 판매 채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달 14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삼성차이나2.0본토펀드’를 금융사 창구에서 가입하면 판매보수는 1.5%다. 반면 고객이 직접 온라인 펀드로 가입하면 0.5%가 안 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판매보수를 수익에서 먼저 차감한 뒤 펀드 수익률을 계산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며 “판매사와 직접 연관이 없는 IFA는 고객에게 더 높은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최대한 수수료와 보수가 낮은 상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FA에게 상담을 받고 창구에서 펀드 가입만 하는 경우엔 판매수수료와 보수를 낮춘 ‘클린클래스’를 신설하기로 했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려면 기존처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이용하면 된다.
 
해외에서도 IFA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가 수수료 수취 목적의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1988년 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양극화 규정’을 시행하며 IFA를 도입했다. 개인 퇴직연금 시장에서 IFA가 차지하는 판매비중은 89%(2011년 기준), 펀드는 56%(2010년)에 이른다. 하지만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개인연금, 보험 등에서 여전히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소매판매채널 개선방안(RDR)’을 발표한 뒤 IFA가 상품 공급업자로부터 수수료 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IFA가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을 막거나 수수료 비용을 정확하게 공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는 2012년부터 ‘고객최선이익’ 원칙을 주장하며 수수료 수취를 금지했고, 캐나다와 독일은 고객이 부담하는 비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IFA 시간당 자문료는 21만원
그러나 IFA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자문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IFA가 자문 수수료만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업 투자자문사는 자문보다 투자 업무를 대행하는 일임 서비스를 통해 돈을 벌었다. 금융사의 PB서비스 역시 자문수수료를 받지 않고 판매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었다. 더욱이 IFA는 PB와 달리 일반 투자자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자문료를 높게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영국 IFA는 매년 고객 금융자산의 2.56%를 받고 있다. 시간제 평균 자문 비용은 150파운드(약 21만원)다. 미국은 자문해 주는 고객 자산의 최대 2%까지 받는다. 또 전체 IFA(약 78만명)의 4.5%는 여전히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IFA 제도가 정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영국은 2012년 수수료 수취를 철저히 차단하는 RDR시행 이후 IFA가 1만명 가량 줄었다”면서 “한국도 수익구조가 불안한 IFA보다 판매사에게 커미션을 받을 수 있는 기존 투자자문업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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