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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드롭 게이트’와 달리 원칙대로 벌칙 내린 LPGA

중앙선데이 2017.04.16 00:51 527호 12면 지면보기
우승 놓친 렉시 톰슨의 4벌타
지난 3일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전 끝에 패배한 렉시 톰슨. 초유의 4벌타에 대한 동정론이 많았지만 2015년까지 벌칙이었던 실격에 비하면 완화된 규칙의 적용을 받았다. [사진 LPGA]

지난 3일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전 끝에 패배한 렉시 톰슨. 초유의 4벌타에 대한 동정론이 많았지만 2015년까지 벌칙이었던 실격에 비하면 완화된 규칙의 적용을 받았다. [사진 LPGA]

2013년 4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60인치 TV로 마스터스 골프대회를 보던 골프선수 출신 은퇴자는 화단 일을 도와달라는 부인의 요청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타이거 우즈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3라운드였지만 우즈가 5년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할 가능성이 컸다. 그 역사적인 장면을 놓치기 싫었다. 그러나 부인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는 TV를 녹화모드로 돌려 놓고 정원 일을 도왔다.

물에 빠져 다시 친 우즈 드롭 샷
제보로 잘못된 곳서 친 것 밝혀져
실격 상황인데 2벌타만 줘 비난

톰슨은 바뀐 규정대로 4벌타 받아
미국인 팬들은 “너무 가혹” 불만

 
화단에서 일하느라 15번 홀과 16번 홀 경기 장면을 놓쳤다. 경기 후 그 부분을 돌려 봤다. 호수를 건너 치는 파 5인 15번 홀, 우즈의 세 번째 웨지샷은 너무 정교했다. 깃대를 맞고 튀어 물에 빠져 버렸다. 우즈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쉰 뒤 공을 드롭하고 다시 쳤다. 이번엔 핀 옆에 붙여 1퍼트로 보기를 했다.
 
뭔가 이상했다. 세 번째 샷을 할 때 없던 큼지막한 디벗이 다시 칠 때는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녹화를 해 뒀기 때문에 다시 돌려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즈는 처음 친 자리가 아닌 곳에서 샷을 한 것이다. 벌타를 받을 상황이었다.
 
공이 물에 빠졌을 때 드롭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친 곳에서 가능한 한 가까운 곳, 또 하나는 공이 물에 빠진 곳과 홀의 연결선상 후방이다. 우즈는 공을 친 자리에서 몇 발짝 물러나 샷을 했다. 공이 물에 빠진 곳은 깃대 옆쪽 연못이었으니 뒤로 물러나려면 그쪽으로 갔어야 했다. 우즈는 두 옵션을 혼동했다. 친 자리 근처도, 빠진 곳의 후방도 아닌 친 자리 후방으로 가서 드롭을 한 것이다.
 
앞으로 간 게 아니라 뒤로 물러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잘못이다. 골프에서 원래 자리에서 친다는 것은 일종의 헌법이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클럽별로 샷거리가 일정하다. 뒤로 물러나 자신의 클럽과 맞는 거리, 혹은 가장 좋아하는 거리에서 샷을 한다면 이득이고 벌타다. 특히 웨지샷의 경우 그렇다.
 
은퇴자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오거스타내셔널의 경기위원장은 제보를 묵살했다. 우즈가 몇 발짝을 옮겼는데도 ‘가능한 한 가까운 거리’라고 결론 내고 덮었다.
 
렉시 톰슨의 4벌타 사건으로 골프계가 시끄럽다. 톰슨은 3일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 4벌타를 받고 우승을 놓쳤다. 벌이 너무 가혹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2013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는 경기위원회가 벌타 제보를 묵살하는 바람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중앙포토]

2013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는 경기위원회가 벌타 제보를 묵살하는 바람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중앙포토]

2013년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2벌타만 받았다. 그러나 우즈가 받은 타격은 톰슨의 4벌타보다 훨씬 컸다. 상황은 이렇다. 제보를 받으면 이를 확인해 의심이 가면 스코어 카드를 내기 전 선수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를 묵살했기 때문에 선수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우즈도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몰랐다. 벌타가 포함되지 않은 스코어에 사인을 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즈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15번 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잘 친 샷이 물에 들어가 아쉬웠고 이후 좋아하는 거리에서 치기 위해 원래 친 자리에서 2야드 뒤로 물러나 샷을 했다”고 말했다. 2야드는 ‘가능한 한 가까운 곳’이 아니다. 우즈는 그때까지도 룰을 혼동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방송에 나와 벌타 상황이라고 본인이 증언을 한 셈이 됐다. 틀린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한 뒤이니 명백한 실격이기도 했다.
 
밤늦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들썩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우즈에게 2벌타만 매겼다. 골프계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위원회는 ‘예외적인 사정에 따라 조치가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 경기 실격의 벌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었다. 위원회는 “위원회가 벌타가 아니라고 판단했으므로 특별한 상황”이라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룰 판정에 미국 언론은 ‘드롭 게이트’라고 썼다. 제보를 무시했고 판결도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만도 했다. 닉 팔도, 그레그 노먼 등은 “큰 업적을 쌓아 온 우즈가 특혜를 받아 명예가 실추될 상황으로 자진 실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우즈는 운이 나빴다. 제보자의 부인이 화단 일을 시키지 않았다면, TV 녹화도 없고 벌타도 없었다면 우즈는 우승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롭 게이트’의 핵심은 위원회의 제보 묵살이었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우즈라는 수퍼스타에게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그로 인해 우즈는 ‘게이트’급 펀치를 맞았고 오거스타내셔널도 커다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톰슨 사건은 다르다. LPGA는 제보를 받고 원칙에 맞게 벌칙을 내렸다. LPGA 투어도 고심했을 것이다. 한국 등 아시아 선수들이 석권하고 있는 LPGA 투어, 그것도 메이저 대회에서 미국 스타 선수가 우승을 눈앞에 뒀는데 4벌타를 매기는 것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팬들은 선수 편이다. 미국 골프팬들은 ‘4벌타는 너무 잔인하다’ ‘전날 벌어진 일을 소급 적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 ‘다시는 LPGA 투어를 보지 않겠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우즈도 ‘시청자들이 경기를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LPGA 투어가 공정하게 결정하지 않았다면 2013년 우즈나 오거스타내셔널처럼 훨씬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참고로 2016년 이전이라면 톰슨은 4벌타를 받지 않는다. 2벌타와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이다. 최종 라운드 12번 홀에서 경기위원에게 4벌타를 받게 된다는 통보를 받는 대신 경기장에서 나오라는 명령을 받아야 한다. 과거 수많은 선수가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당했다. 2016년부터 실격이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본인이 몰랐을 경우 2벌타로 줄였다. 톰슨은 실격 대신 경감된 2+2벌타를 공개적으로 받은 첫 선수다. 골프팬들이 처음 접한 4벌타는 실격보다 충격이 컸던 것 같다. 그러나 실격에 비해서는 훨씬 약한 처벌이며 실격 대신 2위를 했으니 운이 좋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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