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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이 통신비 내릴까…文 ‘기본료 폐지’에 安 ‘제로레이팅’ 맞불

중앙선데이 2017.04.16 00:22 527호 7면 지면보기
실효성 논란 불거진 통신료 인하 공약
 
대선 시즌만 되면 출렁이는 곳이 바로 이동통신 시장이다. 후보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명목으로 각종 통신요금 정책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내세운 ‘통신비 20% 인하’ 정책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휴대전화 보조금을 법으로 통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밀어붙였다. 그렇지만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번 대선에도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가 이틀 간격을 두고 통신요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장하는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제4 이동통신 도입, 제로레이팅 활성화 등 시장을 통한 경쟁 강화 대책으로 맞불을 놨다.

문 캠프, 월 기본료 폐지에
통신업체 “4G엔 해당 항목 없다”

안 캠프, 제4 이통사업자 선정에
“미국도 4개에서 3개로 축소” 반대

업계, 제로레이팅 등 미국식 해법에 긍정적
한ㆍ중ㆍ일 로밍요금 폐지엔 “난센스”

 
문 캠프 “월 1만원 일괄 인하하겠다”
지난 11일 문재인 후보는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가계 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했다. 8가지 항목 중 첫 번째로 내세운 공약은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였다. 그는 “LTE 기지국을 비롯해 통신망과 관련된 설비투자는 이미 끝난 상태”라며 “기업에 들어가는 돈을 어르신과 사회 취약계층에게 다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LTE 요금에서 기본료 항목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3세대(3G) 이동통신 때만 하더라도 기본료(1만1000원)에 음성통화·데이터 등 각각의 소비자가 본인이 쓴 만큼 추가요금을 내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4G LTE 도입 이후에는 기본료 대신 데이터 총량에 따른 월정액 형태로 요금제가 바뀌었다. 특히 2015년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도입한 이후에는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고, 일정 금액 이상의 요금제에서는 음성통신·문자를 무료로 제공한다.
 
투자를 회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이동통신업체 마케팅 담당 임원은 “LTE 투자가 끝났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에도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운영에 매년 5조~6조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KT는 2014년부터 3년간 설비투자에 6조원 넘는 비용을 투입하고 있고, SK텔레콤·LG유플러스도 연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5G(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3사는 1만1000원을 일괄인하할 경우, 3사 모두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문 후보가 통신료 정책을 발표한 지난 11일 SK텔레콤 주가는 3%,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2%, 3.4% 빠졌다.
 
문 후보 캠프는 자신들이 설정한 기본료의 개념이 소비자가 받는 요금고지서상 ‘기본료’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가 휴대전화 가입자 한 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월 1만1000원으로 보고 이만큼의 액수를 2G·3G·4G든 상관없이 일괄 할인하겠다는 논리다. 홍익표 문재인 후보 수석대변인은 “반대 논리는 통신업계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7000억원에 달해 요금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통신비 인하는 기업이 결정할 문제인데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속도조절·제로레이팅, 안 캠프 깜짝카드
잠시 시간을 2014년 10월로 되돌려보자. 국회에서 단통법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어떤 사람은 최신 스마트폰을 10만원에, 또 다른 사람은 100만원 넘는 가격에 구매하는 일은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는 것이 법안 통과의 주된 명분이었다. 진보 성향 야당 의원들이 적극 지지했다. 그렇지만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표결 처리 직전 본회의장을 빠져나왔다. 법안 통과 한 달 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에 5년간 살면서 이동통신 요금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며 “규제만 할 게 아니라 제4이동통신 허가를 비롯해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붙이는 걸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내놓은 안 후보의 통신료 공약에는 국내에선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접근법이 담겨 있다. 속도 조절(스로틀링), 제로레이팅(zero-rating) 등 현재 미국에서 쓰이는 각종 통신료 인하 방안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이다. 제로레이팅은 망 사업자와 동영상·게임 등 콘텐트사업자(CP)가 제휴해 소비자가 데이터 요금 부담 없이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말한다. 일명 ‘스폰서 요금제’라고도 불린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네이버가 통신업체 NTT도코모와 제휴해 라인·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발생한 데이터 사용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SK텔레콤이 시범적으로 증강현실(AR) 기반 게임 ‘포켓몬고’를 제로레이팅으로 쓸 수 있게 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간 통신업체는 동영상·게임 등 특정 콘텐트사업자가 정당한 대가 없이 트래픽을 과도하게 점유해 왔다고 비판했다”며 “제로레이팅은 B2C 매출은 줄어들 수 있으나 B2B 매출로 대체할 수 있어 통신업체에 희소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제로레이팅은 특정 서비스 제공업체만 밀어주는 결과를 초래해 통신시장의 공공성을 해치고 망 중립성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망 중립성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데이터 제한(Data Cap), 속도 조절 등의 방법으로 영화·게임·스포츠 중계 등 각종 콘텐트 사업자(CP)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일종의 선언적 원칙이다. 진보 진영에서 통신 정책 가운데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로레이팅은 속도·화질 등 품질에 차이를 둬 특정 CP를 차별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중소 CP에 대해 할인제를 도입하는 등 보완책만 마련하면 일반 국민 입장에선 효용이 클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가 제로레이팅 활성화 공약을 발표하고 하루 뒤인 1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그대로 따라왔다. 홍 후보와 자유한국당은 제로레이팅에서 더 나아가 망 중립성 원칙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가 내놓은 ‘온 국민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는 대표적인 미국식 속도 조절 사례다. 예를 들어 월 3만원 LTE 요금제(데이터 300MB 기준)를 쓰는 소비자가 월 5000원 안심옵션 부가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기본 제공 데이터를 다 쓴 뒤에도 비교적 느린 속도(300kbps)로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논리다.
 
다만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은 현실성 측면에서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처음 추진된 제4 이통은 이미 일곱 차례나 사업자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1월에도 3개 법인이 신청했지만 허가 적격 기준에 못 미쳐 무산됐다. 김성철 교수는 “인구 2억5000만 명인 미국 시장에서도 수익성 부족으로 T모바일과 스프린트가 합병해 이통사를 4개에서 3개로 줄이려 한다”며 “인구 5000만 명의 한국 시장에서 이통사 4개는 경제성 측면에서 무리”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제로레이팅+인강 50% 할인’ 공약  
단말기 구입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입장에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문 후보는 단통법에 따른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에 폐지하고 단말기 가격 분리공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을 제조사 몫과 통신사 몫을 따로따로 공시하라는 제도다. 2014년 단통법이 개정될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기획재정부와 삼성·LG 등 제조업체가 “영업 기밀인 제조원가가 공개될뿐더러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반대했다. 국내업체에만 적용하면 역차별, 외국 기업까지 강제하면 무역장벽 논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선 분리공시제를 도입해도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제조업체들이 판매 비중이 10%도 안 되는 국내 시장을 지키기 위해 보조금을 늘릴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조금을 공개하면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최소한 그 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결국 이통사와 제조업체가 모두 지원금을 최소화해 단말기 가격만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분리공시제 대신 단말기 자급제를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미국·중국에선 단말기만 따로 구매할 수 있다. 시장 경쟁을 통해 단말기 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공기계(언락폰)가 통신업체를 통해 구매한 스마트폰보다 비싸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자급제가 활성화되려면 단말기 보조금 대신 선택할 수 있는 통신료 20% 할인 같은 소비자 대상 인센티브가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 중에 다소 이색적인 항목도 있다. 문 후보의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 안 후보의 공공 와이파이 기지 5만 개 설치가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밍요금 폐지 공약은 해외 사업자와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센스”라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청년 구직자 대상 ‘인터넷 강의 수강료 50% 할인’ 정책을 내걸었다. 이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306만명, 청년 창업자 3만 명, 청년실업자 36만 명에게 매달 5000원어치 데이터를 추가 제공해주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아직 통신 정책 관련 공약집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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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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