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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

중앙선데이 2017.04.16 00:02 527호 22면 지면보기
삼각지 입체 교차로(1967~1994)

삼각지 입체 교차로(1967~1994)

“삼각지 로타리에 궂은 비는 오는데 /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새 연재:
정연석의 Back to the Seoul

1960년대 후반을 풍미했던 당대의 명가수 배호(1942~71)의 노래 ‘돌아가는 삼각지’를 통해 ‘국민 로터리’에 등극한 바 있는 삼각지 로터리는 지금 이 세상에 없다. 지하철 4, 6호선 삼각지역을 나오면 서울역과 한강대교를 잇는 한강대로를 백범로와 이태원로가 양쪽에서 접속하는 특별할 것 없는 4거리 교차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배호의 노랫말 속에 등장했던 그 ‘삼각지 로타리’가 있던 곳이다.  
 
이 ‘추억의 로터리’를 없애고 그 위에 국내 최초의 회전식 입체 교차로를 만든 것이 1967년.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래서 ‘3억 원짜리 도나츠’라 불리던 이 덩치 큰 공중도로는 당시 사람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시골 버스가 겁 없이 교차로에 올랐다 내려갈 길을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았다거나 한 바퀴 돌면 1년을 더 살 수 있다는 얘기에 어르신들을 태운 관광 버스가 7바퀴나 제자리를 돌았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는 내비게이션이 갈 길을 꼼꼼하게 알려주는 빈틈없는 요즘 세상과 비해보면 실로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차량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만들어진 삼각지 입체 교차로는 자동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오히려 교통 정체의 원인이 되었고 구조물도 노후화되어 결국 94년 철거되고 만다. 이제는 지극히 평범한 교차로로 변해버린 사거리 한구석에는 배호의 노래비(옆 사진)만 옛날 기억을 겨우 붙들고 있다. 마침 24일은 배호의 75주년 탄신일. 노래를 마저 불러본다. “…떠나버린 그 사랑을 그리워하며 / 눈물 젖어 불러보는 / 외로운 사나이가 / 남몰래 찾아왔다 돌아가는 삼각지.” 
 
 
정연석 :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스스로 도시 유목민을 자처한다. 드로잉으로 기록한 도시 이야기 『기억이 머무는 풍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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