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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해지려면 힙합이 답이다

중앙선데이 2017.04.16 00:02 527호 14면 지면보기
아디다스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후원하면서 래퍼 도끼(Dok2)를 내세워 컬래버레이션 광고를 만들었다. 사진 아디다스

아디다스는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후원하면서 래퍼 도끼(Dok2)를 내세워 컬래버레이션 광고를 만들었다. 사진 아디다스

“쏘쿨(So Cool)!”  
 

김상훈의 ‘컬처와 비즈니스’:
힙합 마케팅

활명수 광고를 보다가 이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람보르기니나 골드문트가 아니라 정말 활명수다. 동화약품이 미인활명수 광고에 엠넷(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3 우승자인 여성래퍼 자이언트 핑크와 도끼(Dok2)를 썼다. “얼굴만 착하면 뭐해. 섹시한 척하면 뭐해”라는 가사가 귀에 착착 감긴다. 120년이 되어 가는 장수 브랜드가 어쩌자고 힙합을 끌어들인 걸까.
 
그건 바로 힙합이 쿨하기 때문이다. ‘쿨함’과 ‘언쿨(uncool)함’을 힙합 세대가 결정한다는 말도 있다. 스티브 스타우트(Steve Stoute)는 『태닝 오브 아메리카(Tanning of America)』라는 저서에서 오늘날 문화 마케팅의 핵심에 힙합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힙합세대(the tan generation)가 SNS를 통해 ‘쿨한 제품’과 ‘구린 제품’을 가려 줌으로써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우유소비 증진을 위한 광고에 래퍼 넬리(Nelly)가 등장한 이후 우유를 마시는 게 쿨해 보여 소비가 늘었다는 말이 나올까. 미국 소비자 지출의 25%가 힙합의 영향을 받는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애플이 아이팟(ipod) 판매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애플은 아이팟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간접광고 계약을 맺은 후, 인기 힙합 가수 피프티센트(50Cent)의 대표곡 ‘P.I.M.P’의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 아이팟을 노출시켰고 힙합 팬들의 즉각적인 반응 덕분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의류브랜드 갭은 여성 힙합 아티스트 미씨 엘리어트(Missy Elliott) 광고를 제작했고, 하이네켄은 제이지(Jay-Z)에게 아예 TV광고 제작을 맡겼다.  
 
소비 트렌드 좌우하는 힙합 세대
힙합 공연의 후원은 줄을 서야 한다. 리복은 제이지와 피프티센트의 순회공연을 후원했고 코카콜라는 ‘뉴 클래식 소울’이라는 힙합 공연을 개최했다. 특히 스프라이트의 힙합 사랑은 남다르다. 유럽에서 공연한 최초의 힙합 가수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를 내세운 1986년 ‘아이 라이크 스프라이트 인 유(I like Sprite in You)’ 캠페인으로 시작된 스프라이트의 힙합 마케팅은 프리스타일, 랩 배틀, 비보잉, 나아가 농구에 이르기까지 힙합 문화를 망라하는 ‘오베이 유어 써스트(Obey Your Thirst)’ 캠페인으로 이어지면서 3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스프라이트는 2015년 6월 유명 힙합 뮤지션들의 인터뷰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드레이크(Drake), 나스(Nas), 노토리우스빅(Notorious BIG), 라킴(Rakim) 등 4명의 힙합 가수를 선택해 그들의 랩 가사를 스프라이트 캔 디자인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국인의 힙합 사랑을 간파한 기아자동차는 2010년 미국에서 방영된 소울(SOUL) 광고에 힙합을 채택해 큰 성공을 거뒀다. “기아는 어떻게 랩을 통해 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나?”라는 제목의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기사에 따르면, 당시 기아자동차는 JD파워사의 품질평가 순위가 10단계 하락하고 컨슈머 리포트의 추천리스트에서도 배제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러니까 그 해 15퍼센트의 기적적인 매출 상승은 고스란히 광고에서 춤추면서 신나게 랩을 불러준 귀요미 햄스터들의 공인 것이다.
 
동화약품은 여성용 소화제 ‘미인 활명수’ 홍보 영상을 힙합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여성 래퍼 자이언트 핑크의 모습. 사진 동화약품

동화약품은 여성용 소화제 ‘미인 활명수’ 홍보 영상을 힙합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여성 래퍼 자이언트 핑크의 모습. 사진 동화약품

“진부한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라”
활명수 광고 얘기로 글을 시작했지만, 국내 기업들의 힙합 마케팅 사례도 찾아보면 꽤 된다. 그 중에서도 현대카드의 ‘MC 옆길로새’ 광고는 압권이다. “메이크, 브레이크, 메이크(Make, Break, Make)”라는 구호와 함께 황금 목줄을 한 앵무새의 “뻔한 길로 가지 말고 옆길로 새”라는 유혹적인 멘트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당장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광고 보다가 리듬 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음악이나 비주얼의 완성도도 높다(인터뷰 영상도 놓치지 말 것!).  
 
현대자동차도 2013년 “당신이 만들고 세계가 만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노래”라는 주제로 ‘브릴리언트 이즈(Brilliant Is)’라는 캠페인을 전개했는데 무려 17만 개의 사연을 바탕으로 매드클라운, 긱스, 더블K, 지코 등의 힙합 뮤지션들이 참여해 릴레이 형식의 곡을 만들었다. 작곡 및 총 프로듀싱은 가수 리쌍의 길이 맡았다.  
 
최근에는 식품업계도 힙합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제과의 빼빼로가 힙합 가수 빈지노와 ‘스낵앨범 프로젝트’ 콜라보레이션을 전개한 것과 프링글스가 신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래퍼 사이먼 도미닉과 함께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 좋은 예다. 아디다스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시즌 4, 5를 후원하면서 래퍼 도끼와의 콜라보레이션 광고를 만들었는데, 아디다스의 브랜드 정체성과 최고의 싱크로율을 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무엇이 제품(과 사람)을 쿨하게 만드는가?(What makes things cool?)” 이것은 콜로라도 대학의 칼렙 워렌, 마거릿 캠벨 두 교수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이들이 수차례의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얻은 답은 자율(autonomy) 즉 “불필요하거나 진부한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힙합이 추구하는 이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뉴욕 브롱스의 파티음악으로 시작한 힙합이 80년대 후반에 메인스트림을 장악하고 90년대 이후 대중문화의 ‘결정자’로 등극하게 된 것은 언더독으로 치부되는 비주류 뮤지션들이 비뚤어진 모자에 무대의상이 아닌 헐렁한 일상복을 입고 적나라한 개인사와 사회문제를 주저리 주저리 마음대로 떠들어댄 결과다.  
 
디제잉, 랩, 그래피티, 브레이크 댄스로 대표되는 힙합의 영역을 찬찬히 생각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반항인지 저항인지 모를 몸짓, 자유 혹은 자율에 대한 애타는 호소. 힙합은 미국 뉴욕 한 동네 10대들의 문화로 시작되었지만 이미 전세계적인 대중문화의 핵심 코드가 되었다. “그래도 난 힙합이 싫어”라고 자신의 취향을 당당히 밝힐 수는 있겠지만 힙합을 모르고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
 
 
김상훈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미술경영협동과정 겸무교수. 아트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트렌드와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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