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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아침에

중앙선데이 2017.04.16 00:02 527호 4면 지면보기
경복궁 앞에 있는 금호미술관에서는 지금 윤동천(60) 작가의 ‘일상_의 Ordinary’전(4월 12일~5월 14일)이 열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실에 있는 신발이나 붓을 흑백 사진으로 찍었는가 하면, 쉽게 구부러지는 공사판 철사나 발털개 같은 것을 모아 설치 작품도 만들었죠.
 
3층 전시장은 특히 천장이 높은데,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사방이 노란 색입니다. 다른 설치물은 보이지 않고 벽면 한가운데에 걸려있는 것은 오직 노란색 철제 리본뿐. 저절로 돌아가는 쇠꼬챙이 하나가 문 위에 붙여놓은 말방울을 때릴 때마다 처연한 소리가 텅 빈 전시장을 가득 메웁니다. “땡그렁~땡그렁~.”
윤동천 작가의 '노란 방'(2017)[사진 금호미술관]

윤동천 작가의 '노란 방'(2017)[사진 금호미술관]

 
윤 작가는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 일상이 예술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일상이 되는 예술과 예술이 되는 일상이라니,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의 일상은 예술이 아니었습니다. 예술이 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고통을 삭히고 녹여냈을 뿐입니다. 그 사이 바닷속에서 가까스로 끌어 올려진 세월호 동체는 침몰 1000일을 넘겨서야 뭍으로 오체투지를 하듯 몸을 뉘었죠.
 
세월호 3주기인 오늘은 부활절입니다. 다시 살아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전하고 싶은 구원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돌아온 세월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도,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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