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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중 한국닛산 신임 사장] “닛산의 도전·혁신적 이미지 알리겠다”

중앙일보 2017.04.16 00:02
닛산의 첫 한국인 CEO로 선임 … 서울모터쇼에서 미래차 기술로 부스 채워
 
2007년 방한한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던 허성중 사장은 10년 만에 꿈을 반쯤은 이뤘다.

2007년 방한한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던 허성중 사장은 10년 만에 꿈을 반쯤은 이뤘다.

허성중(43) 한국닛산 사장은 4월 9일 막을 내린 ‘2017 서울모터쇼’에서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를 주제로 잡았다.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는 ‘배출가스가 없고, 자동차 사고로 사상자가 없는 사회’를 구현하려는 닛산의 새로운 청사진이다. 허 사장은 실제로 가솔린 엔진으로 모터를 구동해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그립즈’의 콘셉트 모델, 100% 전기차 ‘리프’, 자율주행 로봇 자동차 ‘에포로’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에포로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서로의 위치를 공유해 충돌을 피하는 기술을 적용한 로봇 자동차다. 언뜻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닛산의 자율주행 기술과 커넥티드카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다.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는 닛산의 DNA인 도전과 혁신의 결정체”라고 말하는 허 사장 역시 새로운 도전의 시동을 걸었다. 한국닛산은 물론 닛산 전체의 첫 한국인 최고경영자(CEO)로서다. 닛산은 한국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필리핀닛산에서 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던 허 사장을 불러들였다. 2005년 한국닛산 창립 멤버로 합류한 그는 2011년 호주닛산, 2013년 필리핀닛산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지난 2월 1일 부임한 그는 “12년간 닛산에서 일해 브랜드 이해도가 높은 데다 한국인이라 한국 시장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한국적 정서로 고객과 소통하는 데 적합하다고 여긴 것 같다”고 본사의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허 사장은 닛산의 도전적·혁신적 이미지부터 한국 고객들에게 각인시킬 생각이다. 닛산은 2005년 인피니티 브랜드를, 2008년 닛산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왔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닛산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닛산이 자동차 회사라는 것은 많은 한국인이 알지만 닛산이 어떤 자동차 회사인지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닛산의 도전적·혁신적 기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경쟁사와 달리 당장 팔 차가 아닌 미래차 기술로 닛산 부스를 가득 채운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한국은 닛산에 중요한 시장”
에포로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서로의 위치를 공유해 충돌을 피하는 기술을 적용한 로봇 자동차다.

에포로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하고, 서로의 위치를 공유해 충돌을 피하는 기술을 적용한 로봇 자동차다.

미래 자동차라고 해도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허황된 차는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대표적이다. 허 사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닛산의 자율주행차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한 차선에서만 달리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지만 내년에는 여러 차선으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나옵니다. 2020년까지는 교차로에서 주행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도전적·혁신적 기술을 말하자면 도요타나 혼다 등 다른 일본 차 브랜드도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허 사장이 생각하는 닛산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닛산은 일본 자동차 특유의 제품력이 뚜렷한 브랜드입니다. 단순한 퍼포먼스(성능)뿐만 아닙니다. 쥬크나 리프에서 보듯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남다릅니다. 닛산차는 개성이 있잖아요. 거기에 달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품 품질력과 디자인, 성능이 조화를 이룬 하이브리드적 브랜드가 닛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흔히 ‘판매와 마케팅의 도요타’, ‘엔진의 혼다’, ‘기술의 닛산’이라고도 한다. 엔진의 혼다와 기술의 닛산의 차이는 뭘까. “이른바 ‘기술의 닛산’이라는 말은 기술을 잘 구현한다는 뜻도 있지만 도전정신에 근거한 닛산 브랜드의 가치도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프만 봐도 그렇죠.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최초의 전기차이고, 현재까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요. 닛산은 그런 새로운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죠.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그런 노력의 산물입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한국닛산은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에 한국에서 6049대를 팔았다.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치이지만 닛산 전체로 보면 미미한 수치다. 닛산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560만 대를 팔았다. 그런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닛산의 전체 판매량 가운데 한국 비중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이 가진 성장성은 크다고 봅니다. 닛산이 알티마·맥시마·무라노를 아시아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내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는 가처분소득이 높기 때문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를 어떻게 알리느냐가 중요하죠. 아시아 전체를 봐도 한국은 중요성이 높은 시장입니다. 한국에서 시도를 해보고, 고객의 반응을 살피면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다양한 시도가 먹히면 판매 증가로도 연결될 것으로 봅니다.”
 
판매량 증가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그가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본사와 딜러 간 동반성장 체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그는 부임 후 60일 동안 딜러 사장들을 두루 만났다. 그는 딜러의 고충을 해소하고 본사도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모든 것을 혁신하자’는 사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2007년 곤 회장에게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말해
다만 올해 내놓을 신차는 마땅치 않다. 올 하반기에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패스파인더의 페이스 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다. 올해 주력 판매 차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알티마다. 지난해 알티마를 2000만원대에 선보이면서 화제가 됐다. 허 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주말마다 닛산의 여러 차를 타보고 있는데 알티마가 혼자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나의 라이프 스타일과 잘 맞았다”며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세운 것도 주효했는데 올해도 알티마가 효자 차종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출신인 그가 2005년 한국닛산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새로운 회사라 도전거리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특히 한국닛산 초대 사장이었던 케네스 엔버그가 그에게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의 저서 [시프트(Shift)]를 건네며 꿈을 키우게 했다. “브라질 국적인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CEO를 하고 있는데, 노력하면 나도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고 다시 다짐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허 사장은 2007년 방한한 곤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꿈을 반쯤은 이뤘다.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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