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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골칫거리, 시리아 아사드와 북한 김정은의 닮은 점

중앙일보 2017.04.14 14:30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겐 지구상에 두 골칫거리가 있다. 하나는 6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자국민에게 화학무기까지 서슴지 않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다. 또 하나는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핵과 미사일 엄포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다. 앞의 독재자에 대해선 토마호크 미사일 59대로 ‘한방’을 과시했다. “악인” “도살자”라는 표현도 동원했다. 뒤의 악당에 대해선 어떤 카드를 쓸까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시리아에 보인 액션이 예고편이라는 암시를 감추지 않으며 “그(김정은)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경고음을 연신 보낸다.
 

각각 불량국가의 권좌 세습한 독재자
해외 유학 경험에도 폐쇄적 국민 탄압
아내들, 서구 고가 브랜드 애호 공통점
시리아-북한 화학무기 개발도 긴밀 협력

불량 국가(rogue state)를 이끄는 불량 지도자들은 서로 닮는 것일까. 아사드와 김정은 사이에는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많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일단 둘 다 아버지의 급사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권력을 세습했다. 1965년생 아사드는 시리아를 30년간 폭압 통치했던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가 2000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34세에 권좌를 승계했다. 김정은(83~84년생)은 2011년 말 아버지 김정일이 심근경색으로 숨지자 20대 후반의 나이에 권력을 이어받았고 이듬해 4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유일영도’ 체계를 상속했다.
 
둘 다 장남은 아니다. 둘째인 아사드는 후계자 수업을 받던 형 바실이 1994년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기회를 잡게 됐다. 셋째인 김정은은 이복형제인 맏형 김정남이 2001년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에 위조여권으로 방문하려다 추방당해 아버지 눈 밖에 난 틈을 타서 후계자로 내정됐다.  
 
서구 사회 체류 경험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후계자로 불려 들어올 당시 아사드는 영국 런던에서 안과의사로 일하던 중이었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재임할 당시 집무실엔 단 한 번 갔고, 정치 대화는 해 본 적도 없다.”(2011년 3월 ‘보그’ 인터뷰) 정치에 관심이 없던 그는 “피를 볼 일 없고, 응급상황이 거의 없는” 안과 의사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JP모건의 투자분석가 출신인 아내 아스마 알아사드도 런던에서 만났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도 스위스 유학파 출신이다. 10대 시절(1996∼2001년 추정) 스위스 베른의 국제학교를 5~6년간 다닌 것으로 알려진다. 독일어도 서툴고 학업은 낙제점에 가까웠지만 농구와 축구에서는 굉장한 경쟁심을 발휘했다고 동창생들은 회고한다. “친구들과 함께 투표권, 발언권 등 민주주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절대 참여한 적이 없다. 단지 고개를 푹 숙이고 신발만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는 증언도 있다(2011년 영국 데일리메일).  
 
그래도 아버지 세대와 달리 넓은 세상을 경험했으니 이들의 집권 때 서방에선 체제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바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집권 초기 경제 개혁을 약속했던 아사드는  2001년 초부터 각종 집회를 통제하고 진보 성향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비상통치 체제도 부활시켰다. 이에 저항하는 시민의 힘이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분출하자 무자비한 탄압으로 일관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시리아는 내전으로 갈가리 찢긴 채 신음하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 [중앙포토]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 [중앙포토]

북한 김정은(오른쪽)과 부인 이설주가 2015년 10월 조선노동당창건 70돌 경축 행사에서 공훈국가합창단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오른쪽)과 부인 이설주가 2015년 10월 조선노동당창건 70돌 경축 행사에서 공훈국가합창단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역시 후계자로 지명될 때 ‘할아버지·아버지와 다를 것’이라거나 ‘개혁·개방 노선을 택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실체는 핵에 대한 집착과 공포정치로 나타났다. 측근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2013년 그의 후견인이나 다름없던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으로 이어졌다.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의 사주를 받은 동남아 여성 2명에게 독극물인 VX로 암살당한 사건 역시 김정은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 독재자는 반미·외세 배격을 외치면서도 해외 명품을 선호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특히 부인들은 고가제품들로 치장해 미디어에 등장하는 걸 서슴지 않는 패셔니스타들이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 [중앙포토]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 [중앙포토]

아사드의 부인 아스마는 평소 샤넬 브랜드 애호가로 알려진다. 집권 초기엔 어린이와 환자들을 자애롭게 돌보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에도 힘쓰는 이미지를 연출해 사막의 장미(‘보그’)라는둥 동방의 다이애나비(‘엘르’)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정작 시민 항쟁이 벌어지고 난 뒤 남편의 무자비한 자국민 학살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내전 발발 이후에도 프랑스 파리에서 샹들리에·탁자·촛대를 주문하는 데 수만 달러씩 썼다. 아스마는 현재 미사일 공격에도 안전한 시리아 내 방탄 벙커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도 인스타그램에 미국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사진을 올리면서 미국 정부의 오만함으로 가득한 광기 어리고 잘못된 선전선동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2012년 이설주가 걸친 코트는 이탈리아 브랜드 레드 발렌티노 제품으로 알려진다. [사진 KBS 캡처]

2012년 이설주가 걸친 코트는 이탈리아 브랜드 레드 발렌티노 제품으로 알려진다. [사진 KBS 캡처]

 
김정은 아내 이설주(북한 표기 리설주)는 북한 관영매체에 등장할 때 화려한 옷맵시로 주목받는다.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핸드백을 든 모습이 포착됐을 땐 미국 타임지가 “이설주 디오르백, 북한 근로자 1년치 봉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은도 스위스 고가 브랜드 모바도 시계를 차고 영국 최고급 원단으로 제작된 스카발 정장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가정보원은 국회에서 김정은과 이설주가 이 같은 명품 옷과 액세서리들을 애용한다고 보고했다. 1989년생인 이설주는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으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 한국을 방문한 적 있다. 김정은과는 2009년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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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북한과 아사드의 시리아는 군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다. 이들의 군사적 거래는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90년대 이후엔 특히 화학무기 개발에서 협력했다. 1990년대 북한은 시리아의 생화학무기 연구소인 시리아과학연구리서치센터(SSRC)가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는 데 참여했다. 2007년 북한이 시리아를 도와 짓고 있던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 의심시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는 일도 있었다. 내전 발발 이후에도 북한은 시리아로 방독면, 방화복 등 화학무기 관련 장비를 수도 없이 수송하다 적발당했다. 이번에 시리아 정부가 자국 민간인을 상대로 사용한 사린가스 개발에 북한의 기술이 개입됐을 거란 의혹도 있다(미 폭스뉴스). 트럼프 정부가 아사드에 대한 ‘레짐 체인지’를 입에 올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 역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왼쪽)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팔짱을 끼고 평양의 릉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사진 설명에 부인 이설주의 이름을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2012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왼쪽)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팔짱을 끼고 평양의 릉라인민유원지를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사진 설명에 부인 이설주의 이름을 밝힌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그래서인가. 두 지도자는 최근 서로 축전을 보내며 상호 협력을 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김일성의 105돌 생일(4월 15일)과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4월 11일) 및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4월 13일) 5주년을 맞아 아사드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2건의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아사드는 축전에서 “친선적인 우리 두 나라”라는 표현을 쓰면서 “양국이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복종시키고 자결권을 빼앗으려는 열강들의 야욕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자찬했다고 한다. 앞서 김정은도 지난 6일 아사드에게 시리아 집권당인 바트당(아랍사회주의 부흥당) 창건 70주년 기념 축전을 보냈다. 체제도, 이념도 전혀 다른 중동과 동아시아의 이 독재자들은 이렇게 ‘브로맨스’를 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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