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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경제 병진' 큰 소리쳤지만 성과 없어

중앙일보 2017.04.14 11:02
북한 김정은이 ‘핵무력(핵무기)’ 완성으로 국방비가 줄어들면 민생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의 핵심 논리다. 
 그러나 지난 11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 예산안을 분석해보면 이런 말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오히려 핵무기 때문에 국방비를 줄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핵무기 만들면 국방비 덜써도 된다"
민생 좋아진다고 기대감 부풀렸지만
핵과 미사일에 천문학적 비용 탕진
국방비 연간 11조 이상 지출 추산

 
지난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회의가 개최됐다.[사진 중앙포토]

지난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회의가 개최됐다.[사진 중앙포토]

 
북한은 2013년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핵무기 개발과 경제분야 발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정책이다. 북한은 “병진노선의 우월성은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에서 열린 이번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 결과는 이런 기대와 차이가 난다. 재정상 기광호가 보고한 ‘2017년도 예산안’을 보면 올해 국방비 예산 비중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전체 예산 중 15.8%를 차지해 지난해 16.0%와 비교하면 0.2%P 줄어든데 불과했다.
 
지난 2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했다. 북한은 신형 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2월 김정은 위원장이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했다. 북한은 신형 무기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국방비는 수년 동안 예산대비 15.8%~16% 수준을 유지했다.‘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발표했던 2013년은 16%, 이듬해는 15.9%로 소폭 줄었다. 2015년에는 15.9%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오히려 16%로 소폭 상승했다. 북한의 기대와 달리 인민경제 부문 예산은 지난해 47.5%에서 올해 48.3%로 불과 0.8%P 상승하는데 그쳤다.
 
북한의 국방비 예산은 총액 규모와 구체적인 항목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양에서 2010년 출판된 『광명백과사전-경제』에서도 “국방비는 나라의 자위적인 국방력 강화에 돌려지는 국가예산지출의 한 형태”라며 “국방비는 국방공업의 발전과 온 나라의 요새화를 위한 기본투자와 전군간부화와 전군현대화, 전민무장화를 위한 자금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도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한국의 경우 북한과 달리 국방백서를 통해 인건비·유지비·무기체계 비용을 공개하고 개별 사업별 구체적인 규모도 드러낸다. 한국의 올해 국방비 예산은 40조 3347억 원으로 정부재정의 14.7%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정부재정 비율은 0.2%P, 국방비 총액은 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방비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며 “실제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전체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실질 군사비를 100억 달러(11조 3000억 원) 수준으로 봤다. 북한의 은폐된 군사비 지출을 반영했고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따져본 결과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3월 김정은이 핵무기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엘리트 출신 탈북자는 “북한 주민들도 당국의 국방비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북한의 국방비 지출을 추정하기 어렵다”며 “매우 무거운 비밀로 관리하며 극소수만 공유하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의 전문가는 “군사비에 핵무기 개발 비용도 포함된다”며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연 10억 달러(1조 원) 이상 지출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때문에 국방비를 줄이지 못했다고 간접적으로 자백했다. 재정상 기광호는 “엄중한 정세에 대처한다”며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한다고 국방비 편성을 설명했다. 국방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의 바람과 달랐다. 오히려 주민들에게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을 다그쳤다. 탈북자들은 “국방비가 전체 예산의 최대 절반 정도 될 수도 있다”며 “그 돈을 아끼면 주민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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