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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땅 아이티 도우라 했더니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동 성착취

중앙일보 2017.04.14 01:15 종합 14면 지면보기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 [사진 위키미디어]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 [사진 위키미디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9명의 아이티 어린이들이 적어도 134명의 스리랑카 평화유지군이 연루된 성착취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은 유엔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평화유지군의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아 등 떠도는 어린이 9명 피해
스리랑카 군인 134명 연루 드러나
대부분 처벌 안 받아 근절 안 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 1호(Victim No.1)’로 불린 아이티 소녀가 스리랑카인 유엔평화유지군과 첫 성관계를 한 건 겨우 12살 때였다. ‘피해자 9호’ 소년의 시련이 시작된 건 15살 때의 일이다. 이후 3년간 100명 이상의 스리랑카 평화유지군과 성관계를 했다고 9번 소년은 증언했다.
 
아이티의 피해 어린이들은 1980년대에는 휴양지로 유명했으나 이제는 폐허가 된 리조트에 살고 있다. 고아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이 모여 사는 곳으로 스리랑카군의 기지가 아이들이 살던 곳 근처에 구축됐다.
 
‘피해자 2호’는 “콧수염이 있고 금반지를 낀 뚱뚱한” 스리랑카 사령관과 적어도 3번 이상 성관계를 했다고 유엔 조사팀에 증언했다. ‘피해자 3호’는 사진을 보고 11명의 스리랑카 군인을 찾아냈다. 14살이던 ‘피해자 4호’ 소녀는 돈이나 쿠키·주스를 받고 매일 군인들과 성관계를 했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8호’ 소년은 20명 이상의 스리랑카 군인과 성관계를 했는데, 그들은 대부분 소년을 트럭으로 밀어 넣기 전에 이름표를 제거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쿠키나 단돈 몇 달러를 성관계 대가로 받았다. 아이티 법에 따르면, 18세 이하와 성관계를 하는 건 성폭행으로 간주한다. 유엔 행동 강령 역시 이와 같은 착취를 금지한다. 이와 관련해 114명의 군인이 본국에 송환됐지만, 성범죄로 감옥에 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AP통신은 자체 조사 결과 세계 곳곳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과 유엔 직원이 성범죄나 성착취에 연루됐다는 증언이 지난 12년간 약 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 혐의는 300건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겨우 일부만 투옥됐을 뿐이다.
 
유엔의 성범죄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월 평화유지군의 위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AP통신은 유엔은 10여 년 전에 이미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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