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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끈 '우병우 수사'…검찰, "제 식구 감쌌다" 후폭풍 직면

중앙일보 2017.04.12 17:08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 종착역에서 암초를 만났다.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12일 새벽 기각되면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특검팀의 수사를 보강하고 새로운 혐의를 추가했기 때문에 다퉈 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대통령까지 구속하며 쉼 없이 달려왔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 의도와 상관 없이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혐의 내용에 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적고 ^도망의 염려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6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죄명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위증이었다. 관련 범죄 사실은 8, 9개에 이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보지 못한 사실들을 추가로 밝혀냈고 과장된 부분은 과감히 덜아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실제로 검찰은 최순실씨가 사실상 운영한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대한체육회를 점검하려는 계획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를 새롭게 포착했고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압력과 관련해서도 참사 당시 광주지검에서 세월호 수사를 지휘했던 윤대진(53)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변찬우(57) 전 광주지검장을 불러 조사했다. 전체적으로 현직 검사와 수사관 등 50여 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법조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 “검찰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결국 제 몸에는 과감히 ‘메스’를 대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해 8월부터 약 8개월간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의 주체도 ‘특별수사팀→서울중앙지검→박영수 특별검사팀→중앙지검 특별 수사본부’로 네 차례 변경됐다.  
 
첫 수사는 그의 처가와 넥슨의 강남 부동산 거래,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 등으로 촉발돼 윤갑근(53)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한 특별수사팀이 맡았다. 하지만 검사 11명이 투입된 126일간의 수사는 ‘빈손’으로 끝났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11월 첫 소환 조사를 받을 땐 검사실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조사’ 논란이 일었다. 우 전 수석 아들의 서울경찰청 운전병 특혜 발령 의혹,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횡령 의혹 등도 차기 수사팀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 때도 ‘부실’ 논란이 재연됐다. 우 전 수석을 딱 한 차례 소환조사한 뒤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법조계에선 “민정수석의 지위를 남용해 검찰 수사와 인사에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고 정부부처 인사 관여 등 주변만 건드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특검팀 내부에서부터 파견 검사들을 중심으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에 이견이 컸다. 직권남용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려면 검찰 수뇌부와 조직 곳곳을 겨눠야 하는데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이 돌았다.  
 
지난달 바통을 넘겨 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 수사팀 구성부터 공을 들였다. 이른바 ‘우병우 라인’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근수)를 중심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과 관련한 횡령·탈세 등의 의혹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처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 등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 전 수석과의 연결고리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 우 전 수석이 사실상 ‘친위대’처럼 활용한 특별감찰반에서 그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지시를 수행한 현직 검사나 수사관 등도 사법 처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국정농단 수사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보완 수사를 하거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주자들의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여론이 검찰로선 가장 큰 부담이다.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이 확산된다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될 특임검사 임명 등을 검찰이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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