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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힐링 플레이스' 범어사에서 만난 PK 민심, 문-안 중 누구?

중앙일보 2017.04.12 10:39
11일 범어사를 방문해 대웅전으로 올라가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11일 범어사를 방문해 대웅전으로 올라가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창원·부산·울산을 차례로 찾아 지역 표심 잡기에 나섰다. '정치적 고향'으로 향한 문 후보는 빡빡한 정책 발표 일정 속에서도 '민주당 부산시당 불교특별위원회 평화기원대법회' 참석차 부산 범어사를 찾았다. 범어사는 문 후보가 5년 전 대선 운동 당시에도 방문하는 등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도 범어사 주지인 경선스님과 '티타임'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문 후보가 범어사 경내로 들어서자 악수를 청하는 신도들이 눈에 띄었다. 악수 후에는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라며 기쁨을 표하거나 지근거리서 '폰카'를 찍기도 했다. 문 후보는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에게 "불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정권 교체를 위해 화합과 상생, 불교의 정신을 발휘해주십시오"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PK 빡빡한 일정서 범어사 찾아
'정치적 고향' PK 민심, 최근 안ㆍ문 사이서 흔들려
문 후보와 마주친 신도들이 전한 민심은 '팽팽'
세대간 정치 이야기 조심하기도..."한 달 지켜봐야"

 
범어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범어사에서 열린 법회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하지만 부산 민심은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놓고 흔들리고 있다. 두 후보는 부산의 명문 고교인 경남고(문재인), 부산고(안철수) 출신으로 지역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 그간 문 후보는 PK(부산·경남) 지역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맹추격을 당하며 턱밑까지 쫓기는 입장이다. 지난 4~5일 실시한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35.7%의 지지율로 안 후보(31.3%)와 접전을 벌였다. 택시기사 이원희(49)씨는 "손님들이 안철수, 문재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다들 자기 주장만 내세워서 결론이 안 난다"고 말했다. 여당·보수 성향이 강한 PK 표심이 문 후보에서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범어사를 나서면서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범어사를 나서면서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실제로 범어사에서 문 후보와 마주친 신도들에게 부산 민심을 묻자 '팽팽하다'는 답이 많았다.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나온 문 후보와 반갑게 악수를 나눈 조현아(44·여)씨는 "TV에서 본 얼굴과 실물이 똑같네. 다만 얼굴이 더 수척해보인다"면서 걱정부터 했다. 지역 표심을 물어보자 "피부로 느끼기엔 젊은 40대 이하는 문재인, 50대 이상은 안철수 쪽으로 갈린다"면서도 "부산 청년들은 문재인, 안철수 다 좋아하는데 누굴 뽑을 지 고민한다. 진짜 속마음은 찍어봐야 알지 않겠나"고 말했다.
  아이 손을 잡고 절을 찾은 김영희(35·여)씨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했다. 문 후보와 사진을 찍으려다 실패한 김씨는 "연령에 따라 지지 후보가 확연히 갈린다. 나이든 분은 안철수, 젊은 사람은 문재인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친구들과 모이면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안철수가 요즘 많이 떴다고 하지만 언론에서 일부러 띄워주는 거 같아 불편한 기분도 있다. 이번엔 능력 있고 도덕적인 대통령, 적폐청산을 잘 하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범어사에서 방명록을 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주변에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몰렸다. 정종훈 기자

범어사에서 방명록을 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주변에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몰렸다. 정종훈 기자

  보수적 성향이 강한 50대 이상 장·노년층의 표심은 큰 변수다. 조현아 씨는 "노년층은 보수적이고 자유한국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여전히 강해 안 후보를 찍을 지 고민하는 사람이 꽤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조씨와 달리 '동네 이웃' 이영숙(61ㆍ여)씨는 "아직 더 고민해봐야지예"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만복(54)씨는 문 후보를 경내에서 멀찌감치 지켜보고는 그냥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부산 사람들은 같은 지역인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이 서로 맞붙어서 관심이 크다. 나는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국민 통합 측면에선 좀 더 낫다고 생각해 그쪽을 지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한 60대 신도는 "우리도 표인데 인사 없이 스님만 보러 가시네"라며 종종걸음을 걷는 문 후보의 뒷모습을 보며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범어사에서 법회를 마친 후 방명록을 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범어사에서 법회를 마친 후 방명록을 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종훈 기자

  이렇게 세대간 입장차가 큰 만큼 정치 이야기를 조심하는 분위기도 깔려 있다. 이영숙 씨는 "서로 감정 상할까봐 다같이 모여서 선거 이야기는 잘 안 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잘 안 할 정도"라고 웃었다. 조현아 씨는 "아직도 부산엔 '야당이 싫으니까 문재인 뽑기 싫다'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대놓고 문재인을 뽑겠다는 말을 잘 못 한다. 다만 40~50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송구스러움이 깔려 있어 문재인 지지로 많이 이어지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만복 씨는 "아직까진 문재인, 안철수 둘 중 하나로 부산 민심이 쏠린 것 같지는 않다. 후보 검증이나 지역 발전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사람들도 꽤 많아서 한 달간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부산=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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