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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박지성' 조소현, 평양에서 이룬 A매치 100경기

중앙일보 2017.04.11 19: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겸 중앙미드필더 조소현은 강한 체력과 다부진 투지를 겸비해 '여자 박지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여자축구대표팀 주장 겸 중앙미드필더 조소현은 강한 체력과 다부진 투지를 겸비해 '여자 박지성'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중앙포토]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조소현(29·현대제철)이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했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자신 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꾸준히 챙겨가며 달성한 기록이라 더욱 뜻 깊다.
 
 조소현은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4차전 우즈베키스탄전에 선발출장했다. 2007년 7월 동아시안컵 예선 대만전(4-1승)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후 10년 만에 센추리 클럽 멤버가 된 것이다.
 
국내 여자선수 중 센추리클럽 멤버로는 2015년 첫 가입자가 된 미드필더 권하늘(29·103경기)과 지난해 합류한 골키퍼 김정미(33·110경기)가 있다. 남자선수까지 포함하면 1977년 처음 멤버가 된 차범근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64·136경기) 이후 12번째다.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평양 5.1경기장에서 조소현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평양 5.1경기장에서 조소현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조소현이 치른 A매치 100경기는 2000년대 한국 여자축구의 국제무대 도전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조소현은 세 차례 여자 아시안컵 본선(2008·2010·2014) 무대를 밟았고, 아시안게임(2014)과 여자월드컵 본선(2015)도 한 차례씩 경험했다. 조소현은 한국이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스페인전(2-1승)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조소현의 꾸준하게 활약할 수 있던 건 강철 체력과 남다른 투쟁심 덕분이다. 그라운드에만 서면 컨디션이나 스코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뛰었다. 한 뼘 이상 큰 상대와 몸싸움을 해도 좀체로 밀리지 않았다. 특히 상대 공격수를 묶는 대인방어 능력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했던 브라질·코스타리카·스페인 감독들은 "한국 선수 중 조소현이 가장 돋보였다. 지치지 않는 선수"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팬들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39·은퇴)의 이름을 따 조소현을 '조투소'라고 부르기도 했다. 조소현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열심히 뛰는 게 아니라, 우리 세대가 잘해야 자라나는 후배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뛴다"고 말한 적도 있다.
 
2013년 윤덕여(56) 감독이 한국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조소현에겐 '전술의 구심점'이라는 역할이 추가됐다.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경기 중간에 측면이나 공격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조소현의 위치 이동에 따라 포메이션과 전술이 바뀌는, 이른바 '조소현 시프트(shift)'다. 윤 감독이 조소현을 가리켜 "여자축구의 박지성"이라고 칭찬하는 배경이다.
여자축구 대표팀 주장 조소현(27·현대제철·윗줄 맨 오른쪽). [중앙포토]

여자축구 대표팀 주장 조소현(27·현대제철·윗줄 맨 오른쪽). [중앙포토]

 
조소현의 휴대전화 초기화면에는 '2019 프랑스월드컵, 봉 샹스(Bonne Chance, '행운을 빈다'는 프랑스어)'라는 문구가 뜬다. 2019년 여자월드컵 본선행을 자신의 축구인생 마지막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조소현의 A매치 100경기를 기념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대표팀 유니폼 차림의 조소현을 새긴 트로피를 3D프린터로 제작해 전달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여자대표팀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조투소'의 마법같은 플레이를 계속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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