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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은 우리 학교 해결사"…폐교 위기 시골 중학교 살린 이의현 회인중 교장

중앙일보 2017.04.11 11:41
지난 10일 회인중 이의현 교장과 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팔씨름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양은경(13)양, 고명재(13)군, 양승예(12)ㆍ이지현(12)양, 이의현(60) 교장. 보은=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0일 회인중 이의현교장과1학년 학생들이 교실에서 팔씨름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양은경(13)양, 고명재(13)군, 양승예(12)ㆍ이지현(12)양, 이의현(60) 교장. 보은=프리랜서 김성태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산골 중학교에 웃음꽃이 폈다. 충북 보은에 있는 회인중은 올해 3월 '금쪽같은' 신입생 4명이 입학하는 경사를 맞았다. 이 학교는 지난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충북지역 중학교에서 유일하게 입학식을 치르지 못했다. 지난 1년간 2·3학년 학생 12명 만으로 학교가 운영됐다. 주민들은 올해 3학년이 졸업하면 폐교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올해 신입생 유치로 52년 전통의 회인중은 폐교 위기를 면했다.
이의현(60) 회인중 교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해 지난 1년간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의현(60) 회인중 교장은 지난해 3월 부임해 지난 1년간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 프리랜서 김성태

회인중을 살린 주인공은 지난해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의현(60) 교장이다. 이 교장은 “김병우 충북교육감과 간담회 자리에서 ‘반편성 요건인 학생 2명을 유지하면 소규모 학교로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1년간 신입생 유치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1년간 발품 팔아 신입생 4명 유치…지역발전위원회 월례회의 참석해 학교 홍보
하굣길 순찰차 귀가 서비스에 야간 공부방 운영도
학군 대전시와 공유하는 회남초 졸업생 3명 농촌 학교로 발길 돌려

 
회인중 입학생 대부분은 같은 면 소재지에 위치한 회인초 졸업생들이었다. 이곳에서 15㎞ 떨어진 회남초 졸업생들도 일부 입학했지만, 왕복 버스 노선이 5대에 불과해 회인중 입학을 기피했다.
 
이 교장은 부임 후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 실태 파악에 나섰다. 회인초 졸업예정자 2명 중 1명은 회인중 진학을 희망했지만, 회남초 졸업생 3명은 입학이 불투명했다. 이 교장은 “부임 직후 지역발전위원회·이장단협의회 등 월례 회의에 참석해 ‘아이들을 보내 주시면 잘 가르치겠다’고 했다”며 “거리가 먼 회남초 학부모들에게는 등·하굣길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회인중은 지난해 3월 회인파출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순찰차를 이용해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 준다. 현재 전교생 10명 중 6명은 경찰이, 나머지 학생들은 교사들이 돌아가며 귀가를 시켜준다. 이 교장은 “거리가 먼 회남초 입학생은 등굣길 버스비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운영한 ‘회인중 공부방’은 학원이 없어 사교육을 받지 못한 농촌 학생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회인중 전교생은 매일 오후 7시~8시30분까지 학교에서 맞춤형 교과 지도를 받는다. 저녁 식사를 학교에서 제공하고 늦은 시간까지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교장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남아 뒤쳐진 과목을 지도해줘서 따로 학생들이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부모가 농사를 짓느라 집에 가도 혼자있을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조손 가정 학생도 있어 돌봄교실 형태의 공부방을 운영하게 됐다”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회남초 5·6학년 학생들을 회인중으로 초청하는 ‘우리학교에 놀러와’ 행사도 가졌다. 회인중 재학생들과 회남초 아이들이 함께 요리만들기 체험을 하고 발표회, 게임을 즐기는 교류 프로그램이다. 이 교장은 “학교소식지를 발행해 면사무소와 학부모, 이장 25명에게 보내 학교 소식을 알리고 홍보했다”며 “이 소식지에 한 학생이 직접 그린 꽃다발 그림과 신입생 모집 광고를 실었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회인중 1ㆍ3학년 학생들이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북댄스 연습을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보은=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7일 오후 회인중 1ㆍ3학년 학생들이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북댄스 연습을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보은=프리랜서 김성태

회인중은 정규 교과과정 외에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바이올린 등 악기연주, 제과제빵 실습, 댄싱북 등을 배운다. 특기적성 프로그램 강사비는 이 지역 장학회가 주는 연간 2000만원의 사업비로 운영된다. 회인중 동문들은 올해 신입생 4명에게 각각 100만원의 장학금을 줬다. 이 교장은 “학교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뜻을 믿어준 지역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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