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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악몽 잡는 그물 완성… 이제 좋은 꿈꾸며 푹 잘 수 있겠죠

중앙일보 2017.04.11 09:34 12면
악몽 때문에 잠드는 게 무서웠던 적 있나요? 꿈속에서 잔인한 장면을 목격하거나 기묘한 일을 겪으면 쉽게 잊히지 않죠. 침대에 누워있어도 눈을 쉽게 감지 못합니다. 또 다른 악몽이 밤을 망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죠. 이럴 때, 나쁜 꿈을 잡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악몽으로 고생하는 소중 학생기자들이 모여 나쁜 꿈을 걸러주는 마법의 그물, 드림캐처를 만들어봤습니다.
 
 윤성미 퍼플박스 대표와 소년중앙 TONG 기자 3명이 드림캐처를 만들고 있다.

윤성미 퍼플박스 대표와 소년중앙 TONG 기자 3명이 드림캐처를 만들고 있다.

 
 
학생기자들이 털어놓은 악몽 이야기
3월 21일, 대학로 뒤편에 위치한 공방 ‘작업실00e’에 소중 학생기자 3명이 모였습니다. 처음 만난 자리라 그런지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잊지 못할 악몽’을 꾼 경험이 있다는 거죠. 악몽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어색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민성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악몽을 꾼 기억을 털어놨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엄마하고 동생이랑 엄청 높은 곳에서 자게 됐는데 그 밑으로 구름이 떠다니는 게 보였어요. 욕조와 비슷하게 생긴 베란다가 있었는데 그 안에 날카로운 것들이 박혀 있었어요. 전 그게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아버렸죠. 조금 뒤에 용기를 내서 한 발을 내디뎠는데 갑자기 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꿈에서 깼는데도 너무 무서웠죠. 가만히 있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어요.”

서윤이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어요.

“어두운 밤이었어요. 아파트 주차장에 서있었는데, 온통 검은색의 형체가 제게 다가오는 거예요.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쳤어요. 그런데 검은 형체가 분리되더니 문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거예요. 그리고 저를 덮치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어요. 실제로 누군가에게 쫓긴 것처럼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숨이 찼어요. 그 공포감이 아직도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어요.” 윤지의 꿈은 ‘루시드 드림’이라고 합니다. 스스로 꿈이라는 걸 자각하면서 꾸는 꿈을 말하죠.
 
“꿈인걸 알고 나니 옥상에서 한번 뛰어내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꿈에서 ‘난 날 수 있다’고 생각한 다음 뛰어내리면 정말 날 수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거든요. 하지만  깜깜한 밤에 옥상까지 올라가는 건 꿈이라도 무서웠어요. 그때 제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유괴범이더라고요. 지나가는 사람 휴대전화를 훔쳐 112에 신고하려는 순간 눈이 떠지며 꿈에서 탈출할 수 있었어요.”
 
 
드림캐처 (Dream catcher).

드림캐처 (Dream catcher).

드림캐처의 유래
소중 친구들도 기억에 남는 악몽이 있나요? 나쁜 꿈이 계속 떠올라 잠을 설칠 때면 누군가 나타나서 좋은 꿈만 꾸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지죠. 이런 생각은 아메리칸 인디언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을 지켜주는 거미 여인(Spider Woman)이 있었죠. 거미 여인은 착한 인디언 가족에게 ‘드림캐처’를 선물하게 됩니다. 드림캐처는 나쁜 꿈(dream)을 잡아(catch) 걸러내고 좋은 꿈만 꾸게 해주는 그물이었죠.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각지로 흩어지게 되었는데 거미 여인의 보살핌을 못 받게 될까봐 걱정이 됐어요. 그때부터 그들은 스스로 드림캐처를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거미 여인이 자신을 보호해주고 있다고 믿으면서요. 그렇게 드림캐처는 세계 곳곳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드림캐처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2013년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의 영향도 컸죠. 주인공 차은상(박신혜 분)은 김탄(이민호 분)에게 드림캐처를 선물하며 “좋은 꿈을 꾸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 드라마 속 드림캐처는 남녀 주인공을 이어주는 상징이 됐고요. 덕분에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처음 만든 드림캐처를 한국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죠. 소중 학생기자들도 드림캐처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드림캐처 만들기
재료: 둥근 와이어(지름 10㎝, 두께 3㎜), 와이어를 감쌀 리본(55㎝), 실(그물용 130㎝, 고리용 20㎝), 비즈, 깃털, 오링(비즈·깃털을 실에 연결하기 위한 고리), 펜치, 접착제
 
드림캐처 (Dream catcher) 만들기 준비물.

드림캐처 (Dream catcher) 만들기 준비물.

1. 와이어 만들기: 그물을 엮기 위한 고리
공방 안쪽에서 윤성미 선생님(purple box 대표)이 등장했습니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드림캐처를 만드는 일을 하는 선생님입니다. 윤 선생님은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으니 잘 보고 따라해라”고 말했죠.

처음 단계는 그물을 엮기 위한 와이어를 다듬는 일이예요. 둥근 와이어 테두리에 양면테이프를 감은 뒤 리본을 사선 모양으로 감아주면 됩니다. 리본을 겹치지 않게 사선 모양으로 감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죠. 낑낑거리며 모양을 만들던 윤지는 결국 선생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리본을 와이어에 다 감고 나면, 1㎝ 정도 리본 끝이 남게 됩니다. 이 부분을 정리하려면 라이터가 필요하죠. 선생님이 불을 붙이자 학생기자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나왔어요. 라이터 불로 지지면 리본 끝이 깔끔해지죠.  
 
드림캐처 (Dream catcher) 만들기의 첫번째 단계인 와이어 다듬기.

드림캐처 (Dream catcher) 만들기의 첫번째 단계인 와이어 다듬기.

 
2. 그물 만들기: 드림캐처의 핵심
와이어를 다듬고 나면 드림캐처의 핵심, 그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얇은 실을 이용해 만드는 그물이죠. 먼저 와이어를 총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각 지점을 연필로 표시해줍니다. 더 화려한 모양의 드림캐처를 만들고 싶다면 10등분을 해도 됩니다. 앞서 와이어 만들 때도 조금 어려워하던 학생기자들은 입을 모아 “욕심 부리지 않고 5등분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표시한 지점 중 한 곳을 시작점으로 잡고 그 위에 접착제를 바릅니다. 준비된 실을 붙인 뒤 각 지점을 차례로 이어가며 실을 와이어에 감아줍니다. 먼저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실을 앞으로 뺐다 뒤로 넣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니 손쉽게 별 모양이 완성됐죠. 그런데 직접 해본 학생기자들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실로 매듭을 짓다보면 구멍이 많이 생기는데, 이 때문에 어디에 실을 넣어야할지 헷갈리게 됩니다. 그물 만드는 단계가 가장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죠. 덕분에 화기애애했던 아까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다들 실과 사투를 벌이느라 공방이 고요해졌습니다. 실을 잘못 넣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돼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어요.
 
가장 먼저 민성이가 선생님 도움 없이 첫 매듭을 완성했어요. 집중하느라 굳어있던 표정도 그제야 밝아졌습니다. 이에 질세라 서윤이도 엄청난 속도로 오각형 모양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죠. 윤 선생님도 “이렇게 잘 만드는 학생은 처음 본다”며 놀라고 말았어요. 전 단계인 와이어 만들기에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던 윤지는 천장에 달려있는 완성된 드림캐처를 보며 여기저기 실을 넣어봤어요. 그러던 중, 선생님이 주는 힌트를 듣고 나서 곧바로 매듭을 완성했죠. 우여곡절 끝에 세 명 모두 그물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3. 장식하기: 나만의 개성을 담아서
마지막 단계는 장식입니다. 와이어 밑 부분에 리본이나 깃털, 구슬 등의 갖가지 장식을 달아주는 거죠. 학생기자들은 그물 가운데에 구슬을, 와이어 밑에는 리본과 깃털을 달기로 했습니다. 장식용 구슬을 달려면 공구도 필요합니다. 구슬 끝부분에 달린 고리를 펜치로 살짝 조여 그물 가운데에 달아줍니다. 쉬워 보이지만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죠. 윤지는 펜치를 잡은 손에 힘을 너무 준 바람에 구슬에 달리 고리가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서윤이는 선생님이 알려주기도 전에 구슬을 달아 모두를 놀라게 했죠. 리본은 일반 매듭처럼 한 번 묶어주면 되고 깃털은 고리를 이용해 실과 연결하면 됩니다. 리본의 길이가 제각각일 경우, 가위로 길이를 맞춰주면 훨씬 깔끔해 보이죠. 길게 늘어선 리본을 싹둑 싹둑 자르는 모습이 긴 생머리를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미용사 같아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죠. 완성된 드림캐처를 위로 들어 살피던 서윤이는 “리본이 움직이는 모습이 게다리춤을 추는 것 같다”고 말해 또 한 번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림캐처 윗부분에 매달기 위한 실을 달아주면 완성입니다.  
완성된 드림캐쳐.

완성된 드림캐쳐.

 
 
(학생들 소감)드림캐처 만들어 보니 
민성 “집에서 영상을 찾아보며 만들 땐 한계가 있었는데 선생님께 직접 배우니 훨씬 이해가 잘 가요. 그물 만드는 부분이 어려웠지만 이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 날 때 집에서 해보려고요. 아, 그리고 저는 원래 악몽을 자주 꾸는 편인데요, 오늘 만든 드림캐처를 보니 좀 안심이 돼요. 이제 좋은 꿈도 꾸고 푹 잘 수 있겠죠?”
 
 
윤지 “전 드림캐처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런데 공방에 전시된 드림캐처를 처음 보고 무척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만의 드림캐처를 만들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고요. 제일 어려웠던 건 그물 만드는 단계였어요, 선생님께서 도와주셔서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죠. 오늘 집에 가자마자 침대 위에 드림캐처를 걸어놓을 생각이에요. 악몽을 안 꾸게 될지 정말 궁금하네요.”
 
 
서윤 “만드는 내내 진짜 재밌고 즐거웠어요! 선생님께 칭찬받으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다른 학생기자와 함께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어요. 집에 가서 방에 걸어놓으면 제 방이 특별해 보일 것 같아서 기대돼요. 다음번엔 조금 어렵더라도 더 크고 예쁜 드림캐처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윤성미 퍼플박스 대표(오른쪽)와 소년중앙 TONG 기자 3명이 완성된 드림캐쳐를 뽐내고 있다.

윤성미 퍼플박스 대표(오른쪽)와 소년중앙 TONG 기자 3명이 완성된 드림캐쳐를 뽐내고 있다.

 
글=이형진 인턴기자 lee.hyungji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동행취재=배민성(서울 월곡중 1)·임윤지(서울 영훈초 5)·정서윤(서울 창경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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