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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엉뚱한 생각도 함께 풀다보면 기발한 설계도로 변신하죠

중앙일보 2017.04.11 09:21 8면
이번 주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춘천 강원대학길)의 영 메이커 도전자들을 소개합니다. 4월 1일 열린 4회차 프로젝트에서 강원 지역 영 메이커들은 '나만의 집 만들기'를 통해 메이커 일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들을 다져나갔습니다. 이와 함께 신기한 기계들로 가득한 센터 내 메이커스 랩도 살펴봤죠.  
※소중의 ‘도전! 영 메이커 프로젝트’는 전국 5개 지역(서울·경기·인천·강원·대구)의 9개의 거점 교실(서울혁신파크·캠퍼스D·이문238·영등포고등학교·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국립과천과학관·인천대 무한상상실·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K-ICT 대구 스마트 미디어센터)과 함께 합니다.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리더=박세영, 추형욱 멘토=이윤환, 장재성, 황윤상
영 메이커 참가자=박태근(강원 동춘천 5)·서영석(강원 성원초 5)·서예음(강원 부안초 4)·신효섭(강원 와수초 6)·이기성(강원 남부초 6)·한종완(강원 장학초 6)·홍승호(강원 남부초 6)·함주혁(강원 소양초 4)·박서진(강원 춘천초 5)·김병후(강원 소양초 5)·송지인(강원 춘천교대부초 2)·김가은(강원 석사초 3)·전지민(강원 춘천교대부초6)·이시윤(강원 동부초 3)
 
자신이 그린 설계도를 바탕으로 나만의 상자 집을 만들고 있는 영 메이커들.

자신이 그린 설계도를 바탕으로 나만의 상자 집을 만들고 있는 영 메이커들.

혁신과 공유. 메이커 운동을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이 두 단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혁신이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하는 말이에요. 프로젝트 시작 전, 이지선 숙명여대 시각디자인영상학과 교수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 모인 15명의 영 메이커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들 것입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것이 아닌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 센터에 모인 영 메이커들이 이뤄내고자 하는 혁신이죠. 추형석 멘토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영 메이커 프로젝트의 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만든 것을 메이커 페어에 가지고 가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거에요. '와'하고 감탄이 날 정도로 잘 만들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이처럼 메이커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는 참가자들이 이뤄낸 것과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있습니다.
 
 

도구가 주는 '만들기 자신감'
이날 강원 지역 영 메이커들이 만들어본 것은 '내 맘대로 하우스'였습니다. 집에서 가지고 온 빈 박스를 가지고 살고 싶은 집의 모형을 만들어보는 것이죠. 추 멘토는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을 나눠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오늘 가장 중요하게 배울 것은 커터칼 사용법인데요. 본격적으로 집을 만들기 전에 우선 칼 쓰는 연습부터 해봅시다."
 
3D 프린터로 만든 로봇 손을 보고 좋아하는 영 메이커들.

3D 프린터로 만든 로봇 손을 보고 좋아하는 영 메이커들.

영 메이커들에게는 칼을 사용해 두꺼운 골판지를 2분의 1로 나누라는 미션이 주어졌죠. 다른 얇은 종이들과 달리 골판지를 자르는 데는 손힘이 많이 필요해요. 칼 쓰는 것도 아직 서툰데 작은 손으로 힘까지 들여 칼질을 하려니 만만찮았죠. 추 멘토는 요령을 설명했습니다. "금을 따라 잘릴 때까지 여러 번 그으세요. 흥분하지 말고 최대한 침착하게 집중해서 해보세요."
 
프로젝트 과제 중 이번 집 만들기가 가장 재밌었다는 예음이. 이날 예음이는 계단이 있는 이층집을 만들었다.

프로젝트 과제 중 이번 집 만들기가 가장 재밌었다는 예음이. 이날 예음이는 계단이 있는 이층집을 만들었다.

'골판지에 칼질하기'라는 이 간단한 작업엔 사실 메이커 운동의 핵심이 있습니다. 메이커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이에요. 그러려면 자르기·붙이기·색칠하기 등 여러가지 작업의 기술을 익히고 이를 능숙하게 이용할줄 알아야겠죠? 추 멘토는 "앞으로 칼·송곳·망치 등 간단한 공구에서부터 회전톱·드릴과 같은 전동 공구까지 메이커들 스스로 이들의 사용법을 익혀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 같은 경험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요? 추 멘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만들기를 잘 못한다고 주눅들 필요 없어요. 도구를 사용해 뭔가를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해보세요. 그럼 훗날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그때도 했는데, 지금이라고 못할까?' 이렇게 도구를 익힌 경험은 여러분에게 자신감을 줄 거에요. '뭔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죠."
 
평소에도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는 효섭이는 도구 사용법을 계속 배울 거란 얘기에 "아싸!"하고 소리 쳤죠. 효섭이는 칼·전선·모터 같은 자기가 평소에 잘 다루는 도구들을 응용해 발명도 해봤대요. "참치캔의 뚜껑이 날카롭잖아요. 그리고 모터는 계속 원을 그리며 회전하죠. 이 둘을 가지고 회전톱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시윤이 역시 청소하는 RC카를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 예정이라는데요. 방과후 수업시간에 로봇 만들기를 배웠던 게 계기가 됐다고 해요. "수업시간에 전선과 모터로 장치를 만드는 걸 꾸준히 해왔어요. RC카 만들기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요?"
칼질하는 요령까지 익힌 메이커들은 모두 집 만들기에 대한 의욕이 커진 듯했습니다. 상자 위에 칼을 대고 서둘러 사각형 창문과 대문을 뚫으려는 친구들이 많았죠. 추 멘토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칼질하기 전에 종이에 설계도부터 그려보세요. 집의 전체적인 모양이 어땠으면 좋겠는지, 창문과 문은 어디쯤 있었으면 좋겠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세요. 멘토들에게 '이렇게 만들어도 되나요?'라고 허락 받을 필요는 없어요."
 

모두가 함께 떠올리는 새로운 아이디어
하지만 막상 설계도를 그리려고 하면 뻔한 생각밖에 안 떠오릅니다. 좀 색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박세영 멘토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도 좋아요." 왜냐하면 프로젝트 내내 그 비현실적인 구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 나가기 때문이죠. 
집에서 가져온 상자로 어떤 집을 만들지 구상 중인 시윤이.

집에서 가져온 상자로 어떤 집을 만들지 구상 중인 시윤이.

열쇠는 '협동'에 있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메이커들은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칩니다. 어떤 부분이 좋은지, 뭐가 부족한 지에 대해 얘기를 듣는 것이죠. 때로는 영 메이커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를 올리고 댓글로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김 멘토는 다음과 같이 말하죠. "친구들에게 좋은 점, 보완할 점 등에 대해 듣다보면 '이걸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는 방법이 점점 구체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할 거에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내가 가진 고민을 풀었다는 경험 역시 소중한 추억이 되겠죠."
상자 집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영 메이커 도전자.

상자 집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영 메이커 도전자.

이날도 메이커들은 조별로 모여 앉아 함께 집을 만들었습니다. 효섭이는 영석이가 키보드를 치는 것을 도와줘서, 가은이는 예음이가 칼질과 글루건 사용을 도와줘서 보다 쉽게 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었죠. 기성이는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것은 뭐든 좋다"고 말했습니다. "어른들은 제가 하는 일을 대신해주려고 해요. 반면 친구들은 옆에서 용기를 주죠. 덕분에 저 스스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요." 지민이는 이렇게 말했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제가 전보다 훨씬 성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저도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친구들 작품을 보며 만드는 방법도 훨씬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요."
 

뭐든 만들 수 있는 신기한 연구실, 메이커스랩 탐방
이번에는 영 메이커들과 함께 센터 1층에 위치한 메이커스랩 'Idea Factory 강원 공과대학 공용 장비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메이커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들과 메이커들을 도울 전문가들이 일하는 곳이에요. 눈에 띈 것은 죽 늘어서 있는 3D 프린터들이었죠. 이날 메이커들은 3회차 프로젝트 때 만들었던 명찰을 3D 프린터로 인쇄했습니다. 초보자도 쉽게 다룰 수 있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팅커캐드(TinkerCad)를 이용해 3차원 설계도를 만든 다음 '인쇄' 버튼을 누르면 끝이에요.
3D 프린터로 제작한 총을 들고 있는 영 메이커들. 이날 멘토들은 3D 프린터 총이 일으킬 수 있는 메이커 윤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총을 들고 있는 영 메이커들. 이날 멘토들은 3D 프린터 총이 일으킬 수 있는 메이커 윤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쪽에는 '3D 스캐너'가 놓여있었습니다. 3D 스캐너는 사물, 사람 등 입체적인 대상의 형태를 읽은 다음 그것의 3차원 형상을 설계도 형태로 모니터 화면에 띄워줍니다. 스캐너가 문서를 읽은 다음 이를 그대로 모니터 화면에 띄우는 것처럼 말이에요. 실제로 다양한 3D 프린터 작품이 전시된 전시장에는 누군가의 얼굴을 그대로 본따 만든 작품도 있었죠.
이처럼 메이커스랩에는 클릭 몇 번이면 뭐든 뚝딱 만들어는 장비들이 가득합니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영 메이커들도 이 신기한 연구실 안에서 자신의 제품을 완성해나가겠죠. 각종 공구 활용법까지 섭렵한 이들은 똘똘 뭉쳐 과연 어떤 물건들을 만들어 낼까요? 남은 프로젝트 날들이 꽤 기대됩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5월 11일 출범한 강원 지역 스타트업, 중소기업, 예비 창업자를 지원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의 정부기관이다. 센터가 위치한 강원대학교 한빛관 1층의 '아이디어 팩토리'는 메이커들을 위한 팹랩이다. 3D 프린터·레이저 커터· 소형 CNC ·3D모델링 컴퓨터 등의 장비가 마련돼 있고 2명의 전담인력이 일하고 있다. 정규 교과목(캡스톤디자인, 종합설계, 졸업논문, 창의설계 등)과 연계한 학생 지원, 창업동아리의 시제품 제작 지원 등 사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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