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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 밥샀다 20만원 과태료…권익위, 김영란법 시행 6개월 현황 점검

중앙일보 2017.04.11 08:22
김영란법 적용 당사자의 하루. [중앙포토]

김영란법 적용 당사자의 하루. [중앙포토]

 #. 공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자 A씨는 공연이 예정돼 있는 공연기획사 대표 B씨로부터 5만원 상당의 식사를 접대받았다. 이 사실을 파악한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으로 법원에 이들에 대한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 A씨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내게 됐다. 식사를 접대한 B씨는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을 뿐 아니라 B씨가 속한 공연기획사 법인도 과태료 20만원을 부과받았다.
 

신고 2311건…수사의뢰·과태료 부과 요청은 2.5% 뿐
교수 생일선물 31만원, 담임에게 준 10만원 상품권 "과태료 부과 요청"
공직자가 금품 수수한 경우 '자진 신고>제3자 신고'

#. 현행범으로 체포된 C씨는 조사를 받고 나온 뒤 담당 수사관 바로 앞 바닥에 1만원을 흘렸다. 수사관은 이를 다시 C씨에게 돌려주고 이 사실을 소속 기관에 알렸다. 국민권익위는 C씨가 수사관에게 금품을 제공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고 C씨는 과태료 2만원을 부과받았다.
 
권익위가 지난달 28일로 시행 6개월을 맞은 김영란법 운영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11일 내놨다. 2만 3852개 공공기관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3월10일 현재까지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신고는 2311건이었다. 소액의 금품 수수 시도만 있어도 자진 신고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거액을 받았다 제3자의 신고로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신고가 접수된 2311건을 유형별로 보면 상한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수수하거나 신고를 늦게 하거나 하지 않은 경우 등이 176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금품 등 수수가 412건, 부정 청탁이 135건이었다. 신고가 접수된 관련 기관 별로는 학교 및 학교법인이 1147건으로 가장 많았다. 권익위 측은 “금품 등 수수 신고 412건 중 공직자의 자진 신고가 255건(62%)으로 제3자 신고(157건, 38%)보다 많았다. 현금 2000만원부터 양주, 상품권, 음료수까지 금액에 관계 없이 반환 및 자진신고해 공직 사회 내에서 높은 자율 준수 의지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반 신고 사례 중 사안이 중해 수사를 의뢰했거나 법원에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통보한 경우는 2311건 중 57건으로 2.5% 뿐이었다. 부정 청탁 5건(수사의뢰 3건, 과태료 부과 요청 2건), 금품 등 수수가 52건(수사 의뢰 16건, 과태료 부과 요청 36건)이었다.  
 
공직자 등이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해 수사 의뢰된 사례로는 대학 교수가 외국에 거주하는 박사과정 학생이 강의에 나오지 않았으면서도 학점을 인정해준 경우가 있었다. 공공의료기관 종사자가 진료 청탁을 받고 절차에 따라 예약이나 진료순서 대기를 하지 않고 외래 진료 및 MRI 촬영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도 수사 의뢰 대상이었다.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받아 수사를 의뢰한 경우는 피의자의 동거인이 사건을 맡고 있는 수사담당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사례가 있었다. 학교 운동부 감독이 코치의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운동부 학부모들에게 800만원의 금품을 요구한 사례, 대학 병원 의사가 후배 교수들이 갹출해 마련한 700여만원 상당의 퇴임기념 선물을 받은 사례, 언론사 관계자가 다른 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를 후원한다고 빙자해 1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요구하거나 실제 받은 사례 등이 있었다. 피의자가 현장조사 뒤 수사관 차량에 현금 100만원과 양주 1병을 놓아뒀다가 적발돼 수사를 의뢰한 경우도 있었다.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주거나 받았다가 과태료 부과 요청 대상이 된 사례 중엔 특히 학교 현장에서 주고받은 선물 등이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자녀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95만원을 받았거나, 학과 동아리 학생들이 담당 교수의 생일선물 명목으로 상품권 등 31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사례가 있었다.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과 음료수를 한 박스를 준 경우도 과태료 부과요청 대상이었다.
 
과태료 부과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과태료 금액은 금품수수액의 2~4배 수준이었다. 사건 피의자 D씨가 조사를 받은 뒤 담당 수사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100만원을 놓고 사라졌는데, 해당 수사관은 이를 돌려주고 자진 신고했다. 법원은 D씨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 공사를 수주한 회사의 현장 대리인 E씨는 해당 공공기관 직원 등에게 48만원 상당의 식사와 향응을 접대했고,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받았다. 자신의 고소 사건 조사 전날 담당 수사관에게 4만5000원 상당의 떡을 보낸 F씨는 과태료 9만원을 물게 됐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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