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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평일엔 양손에 시계 차고 다녀 … 손이 둘인 게 아쉬울 따름”

중앙일보 2017.04.11 01:10 종합 17면 지면보기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7년 스위스 각종 제조 업체들이 전시회를 연 게 시초인데, 당시 시계 브랜드는 29개가 참여했다. “29개 브랜드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브랜드는 단 두 개, 티쏘 와 론진뿐입니다. 당시 티쏘가 1번 전시관을 사용했습니다.”
 

‘티쏘’ 사장 프랑수아 티에보
1999년 세계 첫 터치형 시계 만들어
애플 스마트폰보다 10년 앞선 것
직경 45㎜ ‘크로노XL’ 올해 기대작

바젤월드에서 만난 스위스 시계 브랜드 티쏘의 프랑수아 티에보 사장은 164년 역사의 티쏘가 스위스 시계산업의 산증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양손에 각각 시계를 차고 있었다. 왼쪽은 티쏘의 ‘티-터치 엑스퍼트 솔라’, 오른쪽은 올해 신제품 ‘발라드’였다.
 
티쏘 역사상 처음으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한 ‘발라드’. [사진 티쏘]

티쏘 역사상 처음으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한 ‘발라드’.[사진 티쏘]

티쏘가 살아 남은 비결은.
“우리에게는 혁신의 DNA가 각인돼 있다. 티쏘는 1930년대에 세계 최초로 항자성(anti-magnetic·자기장 차단 기술) 시계를 만들었다. 전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자기장이 시간 계측에 영향을 주자 티쏘가 개발했다. 20세기 들어 세계여행이 활발해지자 세계 최초로 24시간 시간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내비게이터 시계를 1951년 선보였다. 99년에는 세계 최초의 터치형 시계를 내놓았다. 애플이 터치형 스마트폰을 내놓기 10년 전의 일이다.”
 
티쏘만의 경쟁력은 뭔가.
“혁신적인 상품을 어포더블(affordable·적당한)한 가격에 내놓는다. 티쏘는 연간 400만 대의 시계를 제조 판매하는데 클래식 시계 분야에서 수량으로 1위다. 수량이 많으면 시계 케이스, 사파이어 글라스, 브레이슬릿 등 공급받는 구성품의 품질은 높이면서 단가는 낮출 수 있다. 골드의 가치를 실버 가격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게 우리의 비결이다.”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우리는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 (시계를 풀어 보여주며) 올해 신제품 ‘발라드’다. 아름다운 베젤(테두리)과 사파이어 글라스, 80시간 지속하는 오토매틱 무브먼트, 고가 브랜드에만 있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태엽)을 적용했다. 크로노미터 인증(무브먼트 정확성을 검증하는 스위스 인증 방식)까지 받았는데 1000달러(약 114만원) 이하로 가격을 책정했다. 어느 브랜드에서도 볼 수 없는 가격이다. 브라이틀링은 4000달러, 롤렉스는 9000달러쯤 한다. 티쏘도 고객도 모두 자부심을 느낄 만한 퀄리티다.”
 
오토매틱 시계는 밸런스 스프링이 감겼다가 풀리는 힘으로 움직이는데 스틸 소재는 자성의 영향을 받아 시간 오차가 생긴다. 실리콘 소재는 자성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간 오차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인다. 고가 브랜드에서 도입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기술을 티쏘가 올해 ‘발라드’ 시계에 적용했다.
바람에 날리는 실크 리본에서 영감을 얻은 ‘티-웨이브’. [사진 티쏘]

바람에 날리는 실크 리본에서 영감을 얻은 ‘티-웨이브’.[사진 티쏘]

 
이 밖에 올해 주목할 만한 신제품으로는 직경 45㎜ 커다란 케이스 사이즈의 ‘크로노 XL’, 실크 리본이 바람에 흩날리는듯 우아한 실루엣의 ‘티-웨이브’, 60년대 여성용 골드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페미니-티’가 있다.
 
가격이 곧 품질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다.
“스위스에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무브먼트를 만들고, 인그레이빙하거나 제품마다 서명해 내보내는 고급 시계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다. 화가의 작품과 같다. 무브먼트 하나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린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급되는 똑같은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경우엔 퀄리티는 다르지 않고 가격만 다를 뿐이다. 책 속 콘텐트는 똑같은데 앞뒤 표지를 어떻게 만드느냐 정도의 차이다.”
 
직경 45㎜의 커다란 케이스와 빈티지한 가죽 스트랩이 멋스러운 ‘크로노 XL’. [사진 티쏘]

직경 45㎜의 커다란 케이스와 빈티지한 가죽 스트랩이 멋스러운 ‘크로노 XL’.[사진 티쏘]

스마트폰 시대에 시계의 위상이 달라질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계는 100분의 1초까지 재는 정확성 못지않게 디자인, 기술력, 정서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 차지 않고 서랍 속에 넣어두더라도 좋은 기억, 기념할 만한 일을 떠올려 주는 게 시계다. 차 안, 컴퓨터, 스마트폰 등 사방에 시간을 볼 수 있는 장치가 있는 현대 사회에서 시계는 전자기기와 상호보완적 관계다. 코카콜라가 나왔다고 와인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콜라도 더 마시고 와인도 더 마시게 되지 않았나.”
 
스위스 시계의 역사라는 자부심이 느껴진다.
“스위스는 시계 제조의 테루아르(terroir·포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환경)를 간직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각자의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 듯 스위스에는 스위스 고유의 시계 제조 철학과 방식이 있다.”
 
1960년대 여성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쿠션 케이스의 ‘페미니-티’. [사진 티쏘]

1960년대 여성 시계에서 영감을 얻은 쿠션 케이스의 ‘페미니-티’. [사진 티쏘]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출이 감소했다.
“2015년보다 2016년 스위스의 시계 수출이 9.9% 감소했다. 테러로 인해 해외여행객이 감소하는 등 정치적 변화가 주요 요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2009년 시계 수출이 전년 대비 22.3% 감소했을 때에 비하면 재앙은 아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보강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면 된다. 시계 산업에 몸담은 지 40년, 티쏘 경영자로 22년간 일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왜 시계를 양손에 차나.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늘 두 개를 찬다. 휴대전화도 두 개 쓰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귀걸이도 한 쌍, 구두도 한 쌍이듯, 손이 두개니까 양손을 사용한다. 손이 두 개밖에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한쪽은 클래식한 시계, 다른 쪽은 고도·기압·날씨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스크린 터치형 시계다.”  


 
바젤=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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