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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숨긴 기업인 5000만원 기부에 휴~ 모로코 유학생 9명, 한국 석사 꿈 살렸다

중앙일보 2017.04.11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전북대 석사과정의 모로코 유학생 9명이 지난 2월 서울 경복궁에서 기념촬영했다. [사진 전북대]

전북대 석사과정의 모로코 유학생 9명이 지난 2월 서울 경복궁에서 기념촬영했다. [사진 전북대]

학비가 없어 본국에 돌아갈 처지에 놓였던 아프리카 유학생들이 한 원로 기업인의 익명 기부 덕분에 2년 석사과정을 온전히 마칠 수 있게 됐다.
 

전북대서 2년 과정 마칠 수 있게 돼

아살란 와파( 22·여) 등 모로코 남녀 유학생 9명은 지난해 9월 한국에 왔다. 오는 8월까지 1년간 전북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서다. 전공은 컴퓨터공학·화공학·경영학 등 다양하다. 이들의 한국 유학은 지난 2015년 12월 전북대 이남호 총장 등이 모로코를 방문해 현지 명문인 카디 아이야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성사됐다.
 
두 대학은 ‘1년 전액 장학금’ 조건으로 교환 학생을 선발했다. 와파 등이 당시 2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행 기회를 얻었다.
 
전북대에 따르면 모로코는 한국을 교육과 경제·보건·의료 분야 등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유학을 택하는 모로코 청년들은 드물다. 모로코의 1인당 국민소득(3100달러)이 한국(2만7561달러)의 9분의 1 수준으로 한 해 1000만원이 넘는 국내 학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주에 온 모로코 학생들도 부모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노동일을 하는 서민 자녀다. 모로코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공유하는 등 생활비를 아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말 ‘멘토’인 조화림 전북대 프랑스·아프리카연구소장을 찾아가 “전북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학 내 다른 나라 유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로 학비 추가 지원은 불발됐다.
 
조 소장은 지난해 말 한국에 부임한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에게 이런 사정을 알리는 등 후원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리고 지난달 초 한 기업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모로코 학생들을 돕고 싶다”며 익명을 조건으로 전북대에 장학금 5000만원을 기탁했다. 이 기부자는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70대 회장으로만 알려졌다.
 
그는 조 소장을 통해 “모로코 유학생들이 장차 본국의 정계·재계·학계의 주역으로 성장해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와파 등 모로코 유학생들은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샤픽 대사도 “한국 학생들이 동일한 조건으로 모로코 유학 길을 찾는 데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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