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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에 몰아친 ‘현의 노래’ … 인삼공사 춤추게 했다

중앙일보 2017.04.11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금강불괴, 이정현’.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주역
승부처 4쿼터에 10점 몰아넣어
4점까지 쫓아온 모비스 전의 꺾어
첫 판 승리팀 챔프전 갈 확률 75%

10일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차전이 열린 안양실내체육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 KGC인삼공사의 홈팬들은 간판 슈터 이정현(30·1m91cm)의 이름을 연호할 때 ‘금강불괴(金剛不壞)’라는 단어를 앞에 붙였다. ‘금강처럼 단단해서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의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코트를 누비는 이정현의 특징을 살린 별명이다.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은 10일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2점을 올렸다. 유재학 모비스감독은 “이정현에게 너무 많은 슛을 내줬다”고 말했다. 점프슛을 시도하는 이정현. [사진 KBL]

KGC인삼공사 가드 이정현은 10일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2점을 올렸다. 유재학 모비스감독은 “이정현에게 너무 많은 슛을 내줬다”고 말했다. 점프슛을 시도하는 이정현. [사진 KBL]

이 별명처럼 이정현은 4강 PO 1차전에서 가장 오래 뛰고, 결정적일 때 가장 빛났다.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팀(6회)인 올 시즌 정규리그 4위 울산 모비스를 맞아 이정현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8분46초를 뛰었다. 그리고 승부처였던 4쿼터에 10점을 몰아넣으면서 팀의 90-82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4강 PO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확률은 75%(40회 중 30회)다.
 
경기 전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우승팀으로 4강 PO에 직행했지만 플레이오프에 강했던 모비스를 겸손한 자세로 상대하겠다는 의미였다. 3쿼터 한때 18점 차까지 앞서면서 여유 있는 인삼공사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가드 양동근(36), 슈터 전준범(26)을 앞세운 모비스의 반격은 끈질겼다. 4쿼터 3분26초를 남기고 83-79, 4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3쿼터까지 33점을 넣었던 데이비드 사이먼(34)은 체력이 떨어져 4쿼터 무득점에 그쳤다. 위기에 몰린 KGC인삼공사를 구해낸 건 이정현이었다. 오세근(30)의 골밑슛으로 85-79로 달아난 종료 2분28초 전, 골밑슛에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는 ‘3점 플레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정현은 이날 22점·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정현은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상대 선수들과 몸싸움을 마다치 않았고, 때론 코트에 뒹굴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과도한 몸짓으로 ‘악’ 소리를 지르면서 플레이한다는 의미로 이정현에게 ‘악정현’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정현은 “친구들도 소리를 크게 지른다는 뜻에서 ‘으악새’라고도 놀리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떤 상황이든 코트에서 최선을 다 하는 내 본연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순 없다. 언제든 나는 ‘파이터’로 불리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들어 한층 더 원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삼공사의 간판 슈터로 정규리그 54경기 전 경기를 뛰면서 평균 15.28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고, 최우수선수상(MVP) 후보로도 올랐다. 김승기 감독은 “팀내에서 가장 성실하고 꾸준하다. 경기 외적으로도 모범이 될 만 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정현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잘 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두 팀의 4강 PO 2차전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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