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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미트 벗으니 꿈이 잡히네요 … 돌풍의 kt ‘끝판 마법사’ 김재윤

중앙일보 2017.04.11 01:00 종합 24면 지면보기
kt 마무리 김재윤은 포수(사진 아래)에서 투수로 변신한 뒤 야구인생을 꽃 피우고 있다. [사진 kt 위즈]

kt 마무리 김재윤은 포수(사진 아래)에서 투수로 변신한 뒤 야구인생을 꽃 피우고 있다. [사진 kt 위즈]

22이닝 무실점. 프로야구 kt 위즈 불펜투수진은 개막(3월31일) 이후 8경기에서 한 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철벽 불펜’의 중심에 마무리 투수 김재윤(27)이 있다. 올 시즌 4경기(3과 3분의1이닝)에 나와 3세이브(공동 1위), 평균자책점 0이다.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그는 “우리를 돌풍의 팀이라고 하지만 우리끼리는 ‘올해 정말 잘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분위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신의 마술’ 만화 같은 선수
어깨·수비 좋았지만 타격이 문제
프로지명 못 받고 미국 진출도 실패
포수 → 투수 전향 뒤 야구인생 역전
“롤모델 오승환처럼 철벽 마무리 꿈”

2017년 KBO리그의 초반 주인공은 kt다. 2013년 말 창단해 2015년 1군에 진입한 kt는 지난 2년간 최하위였다. 시범경기 1위(7승1무3패) 때까지도 이런 돌풍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 김진욱 감독을 영입한 것 빼곤 뚜렷한 전력 보강도 없었다. 오히려 kt는 강력한 최하위 후보였다. 그런 kt가 시즌 초반 7승1패로 단독 1위다. 공수 전력이 모두 탄탄한, 그야말로 올 시즌 다크호스다.
 
돌풍의 중심축인 김재윤의 야구 인생은 만화 같다. 고교(휘문고) 시절 청소년대표를 거쳤지만 국내 프로구단 지명을 받지 못했다. 어깨도, 수비도 좋았지만 타격이 문제였다. 그의 가능성을 본 미국 프로야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손을 내밀었다. 그 해 말 계약금 15만 달러(약 1억6000만원)를 받고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타율 0.221로 저조했고, 5년 만인 2012년 방출됐다.
 
프로야구 kt 투수 김재윤. [사진 kt 위즈]

프로야구 kt 투수 김재윤. [사진 kt 위즈]

귀국 후 김재윤은 현역 입대했고, 군 의장대에 배치돼 2년 동안 복무했다. 전역 후 몸을 만들던 그를 kt는 2015년 드래프트에서 예상보다 높은 순위(전체 13순위)로 지명했다. 포수였던 그는 입단과 함께 투수로 전향했다. 강한 어깨를 눈여겨봤던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김재윤은 “10년 넘게 쓴 마스크를 벗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위에선 투수로 전향하지 않았다면 방출됐거나 2군에 머무를 거라고 하는데, 내 생각도 그렇다. 나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공식경기에 투수로 나선 적이 없던 김재윤이 시속 150㎞짜리 공을 던졌다. 2015시즌 개막 두 달 만에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에서 그는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 처리했다. 시즌 도중에 불펜 필승조로 고속 승진했다. 그리고 1년 뒤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지난 시즌 14세이브(8승1패, 평균자책점 4.97)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엔 초반부터 kt 뒷문을 책임 지고 있다. 그는 “마무리는 내게 잘 맞는 보직 같다. 타자에게 지지 않으려고 표정부터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윤에게 ‘끝판대장’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단순한 역할 모델 이상의 존재다. 그는 오승환의 경기는 꼭 챙겨본다. 돌려보고 또 돌려본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오승환의 투구 영상 가운데 그가 보지 않은 건 없을 정도다. 그는 오승환을 “멘털·구위·제구 모든 게 완벽한 투수”라고 평가한다.
 
오승환 돌직구의 비결 중 하나로 강한 악력(손아귀힘)이 꼽힌다. 악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오승환의 맨손 사과 쪼개기다. 대개의 경우처럼 꼭지 부분을 잡고 쪼개는 게 아니라 위 아래로 잡은 뒤 가로로 쪼갠다. “직구가 오승환처럼 묵직하다”고 평가받는 김재윤도 사과 쪼개기에 도전한 적이 있다. 그는 “측정해본 건 아니지만 다른 투수들보다 (내) 악력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잡았던 사과가 유독 단단했는지 가로 쪼개기는 실패했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을 직접 만나고 싶어 주위에 부탁도 해봤지만 아직 기회가 닿지 않았다. 김재윤은 “오승환 선배를 만나면 어떻게 운동을 하는지, 루틴(투구를 준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어떤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다 물어보고 싶다.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투수로 전향한지 2년여, 김재윤은 스스로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이제 70% 정도 완성됐다. 아직은 나만의 루틴도 없다. 주자 견제나 번트 수비 등 부족한 부분도 많다. 투수로 마운드에 서는 게 어색하진 않은 정도다. 완벽한 투수가 되기 위해선 아직 한참 더 던져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급 마무리 투수는 주무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지금은 직구가 주무기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신무기로 ‘스플리터’를 연마하고 있다. 왼손 타자 상대로 효과적인 구종이다.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지만 점점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윤은 “이제 시작이다. 언젠가 ‘kt 하면 김재윤’이 되는 팀의 간판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재윤은?
▶생년: 1990년 9월 16일 
▶체격: 1m85㎝, 91㎏ 
▶학교: 휘문중·고(2008년 국내 프로구단 미지명)
▶경력: 2008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국가대표(포수), 
2009년 미국 애리조나 입단(계약금 1억6000만원)
2012년 마이너리그 팀에서 방출돼 현역 군입대, 2015년 kt가 특별우선 2차지명·투수로 포지션 변경
2017년 4경기·3세이브(구원 공동 1위)·평균자책점 0
 
수원=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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