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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차이 가장 큰 남성의 체취 여성이 섹시하다고 느끼는 까닭

중앙선데이 2017.04.09 02:00
[ 조현욱의 빅 히스토리 ] 땀 냄새의 과학
셔츠 냄새를 맡아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페르몬 파티’의 참가자들. [사진 ‘페르몬 파티’ 페이스북 홈페이지]

셔츠 냄새를 맡아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페르몬 파티’의 참가자들. [사진 ‘페르몬 파티’ 페이스북 홈페이지]

인간이 가진 후각 관련 유전자는 1000개 이상으로 시각 관련 유전자의 3배가 넘는다.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냄새를 맡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했다는 증거다. 오늘날에도 인류는 냄새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

땀 냄새, 남녀 짝짓기에 중요 역할
면역반응 조절 항원복합체 유전자
다를수록 자손은 질병에 저항성
차이 큰 성적 파트너 무의식적 선호



몸에서 나는 냄새, 즉 체취는 겨드랑이에 사는 박테리아가 땀을 분해한 성분이 주종을 이룬다. 이것은 짝짓기 상대를 고르고 상대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월경주기를 같아지게도 하고 공포감을 전달해 경각심을 돋우기도 한다.
 
땀 냄새가 실제로 남녀의 짝짓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험결과는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은 ‘땀에 젖은 티셔츠 실험’이다. 1995년 6월 스위스의 동물학자 클라우스 베데킨트가 ‘생물과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그는 44명의 남성에게 깨끗한 티셔츠를 이틀간 입게 하면서 샤워를 하거나 데오도란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회수한 셔츠를 49명의 여성에게 준 뒤 1인당 7장씩 냄새를 맡고 기분 좋음, 섹시함 등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여성 참가자들은 자신들과 특정 유전자의 차이가 가장 큰 남성의 땀 냄새를 '기분 좋다' '섹시하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항원복합체(MHC)의 유전자 얘기다. 이것이 서로 다를수록 그 자손은 더욱 다양한 질병에 저항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와 다른 적합유전자를 가진 성적 파트너를 선호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부부의 해당 유전자 차이는 무작위로 선발한 커플의 경우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전자가 다를수록 서로 결혼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월경주기 같아지게 만든다

자매나 룸메이트, 친한 친구, 직장의 여성 동료들은 월경을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 현상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매클린톡 효과’라 불린다. 그녀는 대학생 시절 기숙사의 동료 여학생들의 주기를 조사해 졸업 직후인 1971년 동조 현상을 발표했다.
 
1988년엔 시카고대학 생물학 교수로서 실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 실험은 여성들의 겨드랑이에서 면봉으로 땀을 찍어 다른 여성의 코 밑에 바르는 것이었다. 월경 주기의 초기에 채취한 남의 땀을 바른 여성은 다음 번 월경을 빨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와 반대로 배란기에 채취한 땀 냄새는 다음 번 월경을 늦추는 영향을 미쳤다. 여학생들은 냄새를 매개로 침묵의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주기를 계속 앞당기거나 늦추고 있었던 것이다. (근래에는 이를 잘못된 실험설계나 해석이 빚은 착각으로 평가절하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동조 현상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원시시대에 여성 동료들과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임신하면 아이 돌보기나 젖먹이기의 부담을 나눠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다.
 
‘공포의 냄새’ 존재한다
공포에 질렸을 때 나온 땀의 냄새는 뇌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행태도 달라지게 만든다. 2009년 7월 뉴욕 스토니부룩대학의 인지신경과학자팀이 ‘PLOS ONE’ 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자. 이들은 생애 최초로 텐덤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고속으로 낙하하는 사람 40명의 겨드랑이에 패드를 붙여 땀을 채취했다. 이 다이빙은 교관이 초보자와 몸을 묶고 고공에서 함께 뛰어내리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이들 초보자의 땀을 fMRI 스캐너에 누운 자원자들의 코 밑에 분무했다. 그러자 뇌에서 공포를 관장하는 영역인 편도와 시상하부가 확연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러닝 머신 위에서 흘린 땀에 대해서는 이 같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행동검사 결과, 공포의 냄새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협을 더 잘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얼굴이 위협적인지 중립적인지를 판단하는 검사에서 정확성이 43% 높아진 것이다.
 
우리는 외모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통해서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낸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학 연구팀이 2011년 12월 ‘유럽 성격 저널(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에 발표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남녀 참가자 각각 30명에게 흰 면 티셔츠를 사흘 계속 입게 했다. 그동안 순수하게 냄새를 보존하는 각종 조치를 지키게 하고 성격검사도 했다.
 
이들이 입었던 셔츠를 회수해 남녀 각각100명에게 나눠 주고 셔츠 주인공의 성격 특성 5가지에 대해 1~10점까지 점수를 매기게 했다. 그 결과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평가한 성격 특성 중 3가지와 들어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향성(사교적이고 사회적인 성향), 신경증성(불안하고 우울해하는 경향), 지배성(지도자가 되려는 욕구)이다.
 
특히 지배성에 대한 평가는 평가자와 셔츠 주인공의 성별이 다를 때 가장 정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지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자들은 말했다.
 
셔츠 냄새를 맡아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페로몬 파티’가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의 도시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페로몬이란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 개체 사이의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체외 분비성 물질을 말한다. 파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① 3일 동안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잠을 잔다.
 
② 냄새 나는 티셔츠를 비닐 백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③ 남자는 비닐 백에 청색 카드, 여자는 분홍 카드를 번호와 함께 부착해 파티 주선자에게 준다.
 
④ 주선자는 파티 참석자들에게 티셔츠 냄새를 맡은 뒤 짝을 선택하게 한다.
 
시카고대학 심성·생물학 연구소 설립자이기도 한 앞서의 마사 매클린톡 박사는 “인간은 코를 통해 아주 미세한 화학적 차이만으로도 짝을 고를 수 있다”며 “그것은 마치 눈이 첫 인상을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인간 페로몬’ 없다?
위의 사례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특정 물질이 확인된 일은 없다. 인간의 체취에는 2000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것은 쉽지 않은 과업이다. 인간에게도 다른 동물과 같이 페로몬이 존재하는지가 논란거리인 이유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제시됐던 것은 두 종류의 호르몬이다. 남성의 땀과 정액에서 검출되는 안드로스타디에논(AND), 여성의 소변에 섞여 있는 에스트라테트라에놀(EST)이다.
 
하지만 지난달 ‘영국왕립오픈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 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이것들은 인간 페로몬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성애자 남녀 집단을 두 호르몬에 노출시켰다. 이어 이성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고 호감도를 평가하라고 요구했다. “여성에게 뿌려진 AND와 남성에게 뿌려진 EST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성의 얼굴을 좀 더 후하게 평가하게 할 것”이라는 추론을 검증한 것이다. 또한 이들에게 남성과 여성의 이미지를 합성하여 만든 중성적인 얼굴을 보여줬다. 이런 얼굴을 여성 참가자는 남성으로, 남성 참가자들은 여성으로 각각 인식할 것인지를 알아본 것이다.
 
그 결과 두 물질은 참가자들의 느낌과 인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ND와 EST에 붙었던 ‘잠정적인 인간 페로몬’이라는 딱지를 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진이 사용한 얼굴이미지가 ‘진정한 중성’이 아니었으며, 참가자의 얼굴에 ‘호르몬에 적신 면봉’을 부착하기 위해 사용한 테이프 때문에 냄새가 가려졌을 가렸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애당초 인간에게는 페로몬을 탐지하는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콧속에 있는 한 쌍의 미니 콧구멍에 해당하는 보습코기관 때문이다. 많은 동물이 이를 통해 페로몬을 탐지해 뇌로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에게도 이런 기관이 있지만 이를 뇌와 연결하는 뉴런이 없다. 인간은 이 기관의 작동에 필요한 유전자들은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페로몬 수용체 단백질을 생산하지는 못한다. 복제과정에서 오류가 축적돼 이른바 위(가짜)유전자가 돼 버린 탓이다.
 
하지만 일부 동물은 보습코기관이 아니라 통상의 후각기관을 이용해 페로몬을 탐지한다는 사실이 근래 확인됐다. 예컨대 생쥐는 통상적인 후각계에 연결된 코 끝의 신경세포 다발을 통해 다른 생쥐의 경고 페로몬을 탐지한다.
 
인간의 뇌가 앞서의 후보 페로몬 두 종류에 반응한다는 사실도 2005년 발표된 바 있다. 이성애자 남녀의 뇌에서 시상하부 앞쪽-성적 행동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영역-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신경과학자 이방카 사비치의 연구결과다.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느냐의 여부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이와 별도로 페로몬을 가미했다는 향수, 화장품 중 효과가 입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 
 
페로몬 식별 능력 2300만 년 전 상실
인간의 조상이 페로몬 탐지 능력을 상실한 것은 언제일까? 미시간대학 진화 유전학자팀에 따르면 약 2300만 년 전이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수컷 구세계원숭이가 붉은색을 보는 능력을 발전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한다.
 
연구팀은 시각이 냄새보다 짝을 찾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암원숭이의 번식능력을 배란기에 붉게 부풀어 오른 엉덩이를 보고 수컷들이 멀리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 탓에 근거리에서 냄새로 작동하는 페로몬 탐지 능력이 필요없게 됐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페로몬 전달경로에만 작용하는 특정 유전자(TRP2 )의 변이를 시뮬레이션해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인간에게 이 유전자는 염기서열에 오류가 너무 많이 축적돼 기능을 잃었다. 비비를 비롯한 구세계원숭이와 침팬지고릴라 등의 유인원도 그러하다. 하지만 다람쥐원숭이를 비롯해 중남미에 사는 신세계원숭이는 해당 유전자가 완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이들은 페로몬을 탐지하는 정확한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푸른색과 녹색은 구별하지만 인간의 적녹색맹과 비슷하게 붉은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암컷들이 예전부터 신구세계를 막론하고 완전한 시각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과 구별된다.
 
 
 
조현욱
서울대 졸업. 중앙일보 논설위원, 객원 과학전문기자,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역임. 2011~2013년 중앙일보에 ‘조현욱의 과학산책’ 칼럼을 연재했다. 빅 히스토리와 관련한 저술과 강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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