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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기자의 ‘Trend Maker’(3) | 봉구비어 기획한 오세형 남쪽나라 대표]

중앙일보 2017.04.09 00:02
1~2인 운영 시스템이 성공 비결... “스몰 브랜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 만들 것”
 

"창업 아이템도 성격따라 달라" 색소폰 불던 오봉구 날다

오세형 남쪽나라 대표. / 사진:우상조 기자

오세형 남쪽나라 대표. / 사진:우상조 기자

봉구비어는 작은 공간에서 싼 가격으로 맥주와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국내 ‘스몰 비어(small beer)’의 원조 격이다. 봉구비어가 간판을 처음 내건 것은 2012년 2월 부산 전포동에서였다. 지금은 전포동이 카페거리로 유명해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범지대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때문에 빈 점포가 많았고 10평 규모 점포의 월 임대료도 30만~50만원 정도로 저렴했다. 그곳에 봉구비어가 자리 잡았다. 당시 권리금도 없는 9.8평 규모의 매장에는 실내와 야외까지 포함해 의자 20개가 전부였다. 메뉴도 단출했다. 생감자를 갓 튀겨 내온 감자칩과 감자튀김, 2000~3000원의 저렴한 가격의 맥주 정도였다.
 
그렇게 시작한 봉구비어는 오픈 한 달 반 만에 매출 1000만 원을 넘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성공 비결은 간단했다. 가격은 싸지만 감자칩과 맥주가 맛있어서다. 좁은 매장에서의 아늑한 분위기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맛과 분위기에 매료된 고객들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장 사진을 올리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후미진 곳에서 맥주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고객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듬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우범지대 작은 매장에서 시작 
봉구비어를 기획한 오세형(38) 남쪽나라 대표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가장으로 살아야 하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야 했다”며 “생계를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게 봉구비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토박이다. 대학에서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관련 분야에 취업하면 월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와 둘이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었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친구에게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장 라이브카페 공연자리를 중개해주는 기획사를 찾아갔다. 딱히 특기가 없었던 그는 기획사에 놓여져 있던 색소폰을 불기로 마음 먹었다.
 
색소폰을 만져 본 적도 없는 그는 그때부터 독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쯤 지나니 꽤 잘 불었다. 그때부터 부산 라이브카페를 돌면서 하루에 많게는 5~6차례 연주했다. 실력은 늘고 인기가 많아지면서 그를 찾는 카페도 불어났다. 그렇게 2년여간 공연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당시 그가 연주했던 한 라이브카페 사장이 자신의 가게를 인수해 보라고 했다. 그는 “돈도 없고 경험도 없어서 망설여졌지만 내 가게에서 색소폰을 불면 좋겠다는 생각에 가게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가진 돈 1500만원과 사장님의 도움으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26살이었다.
 
100평이 넘는 대형 매장이었지만 워낙 단골손님이 많아 처음에는 매출이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겨울철 비성수기에는 장사가 안 되고, 매장이 커서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또 수익률도 투자 대비 높지 않아 결국 3년 만에 손해를 보고 매장을 팔았다. 이후 다시 보증금 없는 월세 20만원의 연습실을 구해 색소폰 레슨을 시작했다. 그는 “장사는 접었지만 ‘차라리 소규모로 운영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혼자서 운영 가능한 매장이라면 고정비용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아이템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우연히 부산 경성대 근처에 있는 감자튀김 전문점 낙타깡을 가게 됐다. 낙타깡은 주차장을 개조해 만든 감자튀김 전문 매장이다. 7평이 채 되지 않는 바 스타일의 실내에 간이의자 12개뿐인 곳이다. 생맥주도 300㏄ 작은 잔 위주로 판다. 그때 ‘간소화된 메뉴와, 감성이 있는 아늑한 인테리어를 구성한 스몰비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지금은 10평대 점포의 인기가 높지만, 5~6년 전에는 10평대에서 할 수 있는 외식업이 없었다”며 “돈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창업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돈이 없었던 그는 지인에게 투자를 받아 봉구비어 간판을 내걸었다. 봉구비어는 오 대표의 별명인 오봉구의 이름에서 따왔다. 20대 때 일이 너무 안 풀리자 어머니가 지어온 이름이 오봉구였다.
 
은화수식당은 아내 이름 따서 만들어
봉구비어의 대표 메뉴인 감자칩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감자 칩은 얇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타기 십상이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감자칩을 튀기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했다. 낮은 온도의 기름에 삶은 후 튀기니 바삭한 감자칩을 만들 수 있었다.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후 그의 손에서 봉구비어의 레시피가 탄생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봉구비어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손을 떼고 회사를 나왔다.
 
스몰 매장이 가능하면서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메뉴가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돈가스와 카레가 떠올랐다. 그는 “대중적인 메뉴이기 때문에 사계절 꾸준한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6개월의 준비 끝에 2014년 4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봉구비어가 탄생한 부산 전포동에 은화수식당을 오픈했다. 은화수식당의 특징은 매장에서 고객들이 조리 과정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오픈형 주방이다. 오 대표는 “돈가스집에 가면 오래된 기름을 사용하고, 기름이 여기저기 튀겨서 주방의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다”며 “은화수식당은 돈가스집이지만 깔끔하고 위생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픈형 주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맛에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일반 돈가스집은 냉동고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우리는 생고기를 사용한다”며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고기를 빵가루에 묻히고 튀기기 때문에 바삭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과 서울 등에 20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은화수식당 이름에는 스토리가 있다. 은화는 아내의 이름이다. 어려웠던 20대 시절 오 대표는 나중에 성공하면 고생한 아내에게 꼭 예쁜 가게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내 이름을 썼다. ‘은화의 손으로 만든 식당’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오 대표는 스몰형 창업에 확신을 얻고 스몰 브랜드 프랜차이즈 전문 기업을 만들기 위해 ‘남쪽나라’를 설립했다. 남쪽나라는 한반도 남동단에 있는 부산을 지칭하는 말이다. 남쪽나라의 목표는 앞으로 브랜드를 더 많이 선보여 다양한 가맹점주에 적합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오 대표는 은화수식당에 이어 스테이크덮밥, 고기국수 브랜드인 오공복이, 일본식 빙수와 커피를 즐기는 카페인 연운당을 열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창업 아이템도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며 “창업주에게 맞는 브랜드를 제안해 진짜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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