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스트 나와 돼지고기 파는 청년 '정육각' 김재연 대표

중앙일보 2017.04.09 00:01
김재연 '정육각' 대표. 김경록 기자. 

김재연 '정육각' 대표. 김경록 기자.

중학교 조기 졸업 후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미국 국무성 장학생 선발까지. 정말 꽃길만 걸었다. 그런데 미국유학을 8개월 앞둔 2015년말 돌연 돼지고기를 팔겠다고 나섰다. 부모는 유학 앞둔 아들이 잠시 재미삼아 해보는 것이라 생각해 말리지 않았다. 하지만 8개월 후 미국행 비행기 대신 돼지고기 농장으로 향했다. 도축 후 1~4일 이내의 초신선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온라인몰 '정육각'의 김재연(26) 대표 얘기다. 
벤처캐피탈(캡스톤파트너스)에서 4억원의 투자를 받아 대전에 공장을 세웠고, 이젠 자사 온라인몰에 입점하라는 대기업 요청이 줄을 잇는다. 돼지 도매상과 농장주는 사업 초기 김 대표를 '조무래기' 취급했지만 이젠 1주일에 1톤씩 돼지고기를 사는 큰 손이라며 반긴다. 원하는 사료로 돼지를 키워주는 지정 농장까지 생겼다. 4일 서울대연구공원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 내 정육각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영재학교 출신이 유학 대신 돼지고기를 판다
품질 가격 혁신으로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아
공장자동화시스템으로 인건비 낮추고 유통단계 축소도
"색안경 끼고 축산업 바라보는 시선 힘들어"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김재연 '정육각' 대표. 카이스트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유학을 앞두고 '초신선' 컨셉트를 내세운 돼지고기 온라인몰을 창업했다. 김경록 기자 

김재연 '정육각' 대표.카이스트를 졸업한 김 대표는 미국 유학을 앞두고'초신선' 컨셉트를 내세운 돼지고기 온라인몰을 창업했다.김경록 기자

수학전공자가 축산업을 택한 이유는.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혼자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대학 땐 친구집에 갈 때마다 주변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사갔다. 삼겹살이라는 게 특별한 레시피나 반찬이 필요없는데 맛까지 있지 않나. 이만한 게 없다. 물론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어느날 친구 집에 삼겹살을 사갔는데 그집 강아지가 내가 사간 삼겹살만 먹고 원래 친구네 집에 있던 삼겹살은 안먹더라. 어라, 왜지? 안심장보기앱으로 확인하니 내가 사간 건 도축한 지 20일 된 거였고 친구집에 있던 건 100일도 더 된냉동고기였다. 강아지가 알아챌 정도면 사람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도축장을 검색해 찾아갔다. 돼지 삼겹살 20㎏짜리 한 박스를 사다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그때부터 다들 나만 보면 고기 어디서 사냐, 팔아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유학가기 전 재미삼아 잠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도축일자를 표기한 '정육각' 삼겹살 포장. 마트 삼겹살과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사진 정육각]

도축일자를 표기한 '정육각' 삼겹살 포장. 마트 삼겹살과 달리 표면이 울퉁불퉁한 게 특징이다. [사진 정육각]

기존 돼지고기 유통과 어떤 차이가 있나. 
"대형마트 냉장육은 진공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유통·판매된다. 우리는 도축 후 1~4일내 고기를 판다. 돼지는 도축한 후 피를 빼고 스팀으로 소독해 발골 작업을 하는데 이 과정이 1~2일 정도 걸린다. 이후 3일 정도 영하 4~0도에서 비게를 굳힌다. 업계에서는 냉을 맞힌다고 한다. 돼지는 살이 연해 생육 상태로 썰면 비게 부분이 밀려서 울퉁불퉁하게 썰릴 수 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은 단면이 매끈한 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거치는 거다. 우리는 이 과정을 없앴다. 그래서 우리 고기는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다. 유통 단계도 줄였다. 보통 돼지고기는 원가가 한 달에 30% 오르내릴만큼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일반 업자들은 30% 내려갔을 때 매입해두는 데 우리는 고객이 주문하면 그날그날 매입해 판매한다. 또 일반적으로 서너 명의 중도매상이 끼는데 난 이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지고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농장과 직거래해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한다."  
 
비쌀 때 사서 팔면 이윤이 적게 남을텐데. 
"공장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낮췄다. 보통 정육업체의 인건비가 매출의 30% 수준이라면 우리는 자동화시스템으로 10%까지 낮췄다. 대학에서 응용수학 공부하며 소프트웨어 개발 전산이랑 연관돼 있어 그때 배운 코딩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고객이 주문한 데이터가 공장으로 가니 바로 대응 생산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휴대폰 하나로 공장 시스템이 다 돌아간다. 예를 들어 대량 주문이 추가로 들어와 휴대전화로 입력하면 공장의 작업 순서가 바뀌어 대량 주문부터 출고할 수 있다. 시스템은 계속 개발중이다. 앞으로는 작업하는 모든 고기 사진을 찍어 자동으로 출력해 고객들이 고기를 받기 전에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고기 사진을 보고 비게 부분이 많아 교체해달라고 하면 발송 전에 교체할 수 있다. "
 
악플도 많던데.
"우리에게 부정적인 포스팅이 많은 건 잘 알고 있다. 누군가는 45일이라는 유통기한을 굳이 5일로 줄인 이유가 뭐냐, 그래서 더 맛있다는 건 사기라고도 한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고맙다. 그걸 본 사람들이 궁금해서 한 번 먹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먹고 나면 우리 고기를 또 살거다. 그만큼 자신있다. 우리의 2050원짜리 삼겹살·목살과 4590원짜리 삼겹살·목살을 비교한 글도 봤다. 마트의 4000원대 삼겹살과 목살을 선택한 사람이 많다는 게 결론이었지만 둘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꽤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 고기가 4000원대의 품질에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 아닐까. "
 
계속 삼겹살·목살만 팔 계획인가. 
"삼겹살과 목살은 내가 자라면서 쭉 먹어본 거니까 자신이 있다.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삼겹살도 사업하기 전까지 내가 직접 썰어본 적도 없었다. 처음엔 가정용 칼로 고기를 자를 정도로 잘 몰랐다. 그때부터 정육점 찾아다니며 어떻게 썰어야 하는지 배웠다. 축산일을 안해본 내가 여러 부위를 파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갈비만 해도 전용 기계가 필요하다. 국내에선 돼지고기 판매량의 70% 이상이 삼겹살·목살이어서 이것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물론 삼겹살과 목살만 떼오면 비싸다는 건 단점이다. "
 
대전에 위치한 정육각 공장은 김재연 대표가 만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사진 정육각]

대전에 위치한 정육각 공장은 김재연 대표가 만든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사진 정육각]

힘든 점은. 
"축산업에 대한 인식이다. 지금은 부모님과 형 모두 내 일을 응원하고 홍보도 해주지만 처음엔 주변에서 '아들(동생) 유학갔냐' '요즘 뭐하냐'는 질문에 주춤하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죄송했다. 함께 일하던 여자 디자이너는 결혼을 앞두고 시댁에서 돼지고기 파는 일을 탐탁치 않게 여겨서 회사를 그만뒀다. 한국은 여전히 축산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 아쉽다. "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려면 가격이 더 높아도 될텐데. 
"식품은 예외다. 우리는 일반 마트(일반 삼겹살)와 가격이 비슷하다. 100g 기준 2000원 안팎이다. 돼지고기는 주부들이 생각하는 가격 기준이 1800~2300원이다. 이 기준을 넘어가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시중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파는 방향으로 가면서 맛을 높이는 게 우리의 목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 안에 정육식당 개념의 직영식당을 열 계획이다. 우리 고기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맛보여 주기 위해서다. 이달부터 당일 도계한 닭과 당일 산란한 달걀도 팔 예정이다. 현재 600g 단위로 파는 고기는 300g 단위로도 판매하려고 한다. 초신선이라는 우리의 브랜드 정체성을 좀더 많은 사람에게 알렸으면 한다. "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