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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安 수락연설, 오바마 표절 어디까지 했길래...

중앙일보 2017.04.07 15:39

안철수 후보가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안철수 후보가 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나라, 진보의 나라도, 보수의 나라도 아닙니다.국민의 나라입니다.이 나라, 청년의 나라도, 노인의 나라도 아닙니다.국민의 나라입니다.이 나라, 남자의 나라도, 여자의 나라도 아닙니다.국민의 나라입니다.” _안철수, 2017년 4월 4일 대선후보 수락 연설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중앙포토]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습니다.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흑인의 미국도, 백인의 미국도, 라틴계의 미국도, 아시아의 미국도 없습니다. 미합중국만이 있습니다.”_버락 오바마, 2004년 7월 27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원문) There's not a liberal America and a conservative America; there'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There's not a black America and White America and Latino America and Asian America;there's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안철수 대선후보 수락연설, 오바마 연설과 거의 같아
저작권법상 문제없지만 윤리적인 비난까지 면할 수는 없어
해외에서도 잦은 연설 표절 논란, 사전에 출처 인용해야

이번엔 연설문 표절 논란이다. 5일 SNS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오바마 연설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졌다. 비교해보면 사실 단어를 제외하고서 구성과 맥락이 흡사하다. 
정말 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문을 ‘표절’한 걸까? 전문가들에게 안 후보의 해당 연설문을 비교해 물었다.
1. 표절? 오마주?
먼저 표절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저작권 기술용어사전>에는 “법률 용어라기보다는 윤리적 개념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마치 자신의 저작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바마 ‘오마주(hommage: 영화 등에서 다른 작가나 감독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경의를 담아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모방하는 일)’ 정도로 해석한다. 특히 안 후보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을 적극 벤치마킹하는 하는 모습을 보여 연설문도 그 일부로 보는 것이다.  
과거 주요 정치인 연설문을 작성해온 한 관계자도 “오바마의 연설문을 차용한 것은 맞는 듯하지만, 사실 관행상 다들 그렇게 한다”며 “이런 인용은 흔해서 유력 정치인 연설문들만 비교해봐도 서로 ‘크로스 베끼기’를 한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이 유사하거나 동일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보지만 (안 후보의 연설은)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변형한 정도로 표절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익명을 요한 저작권법 전문가는 “표절이다, 아니다를 언급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2.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제한사유(저작권법 제24조)에 해당 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개적으로 행한 정치적 연설 및 법정·국회 또는 지방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행한 진술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저작자의 연설이나 진술을 편집하여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_저작권법 제 24조


이규호 교수는 “법적인 문제가 되려면 ‘입증’이 되어야 하는데 근거가 약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했던 지적재산권 전문가는 한국과 미국은 베른협약(만국 저작권 보호 동맹조약)에 가입돼 있어 오바마 연설문은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지만 저작권법 24조에 의해 이용 가능하다”고 했다. 즉, 연설문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지만 ‘공개적’인 진술이라 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3. 해외 연설문 표절 사례는?
대선 후보나 정치인 간의 연설 표절 사례는 해외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7월 멜라니아 트럼프가 미셸 오바마 연설 표절을 한 것으로 언론이 떠들썩했다. 결국 트럼프 측에서는 실수를 인정했다. 한국의 네티즌은 표절 여부를 번역·분석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두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미셸 오바마가 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를 국빈 응접실 '옐로 오벌룸'에서 맞았다.[사진제공=백악관 플리커]

지난해 11월 미셸 오바마가 후임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트럼프를 국빈 응접실 '옐로 오벌룸'에서 맞았다.[사진제공=백악관 플리커]

멜라니아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미셸 오바마의 연설문을 일부 표절한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블로그 '소시엄연구소' 캡쳐]

멜라니아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미셸 오바마의 연설문을 일부 표절한 것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블로그 '소시엄연구소' 캡쳐]

같은 해 9월 무함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도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의 2008 당선 연설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17일(현지시간) 부하리 대통령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표절을 사과하며 책임자까지도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일간지 <디스데이>에서는 부하리 대통령의 표절을 지적하며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올해 1월 가나 대통령의 취임사도 부시와 클린턴 연설을 표절했다. 첫 문장부터 조지 부시 대통령의 2001년 취임사를, 빌 클린턴 1993년 취임 연설도 ‘미국인’이라는 부분을 ‘가나인’으로부터 바꿔 그대로 차용했다. 역시 논란이 커지자 유진 아힌 가나 대통령 공보담당관은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원본을 인용한 것을 알지 못한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이것은 완전한 실수로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오바마 연설 영상을 SNS에 올려 "오바마 흉내내기"라며 비꼬았다. [정청래 의원 트위터 캡쳐]

정청래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오바마 연설 영상을 SNS에 올려 "오바마 흉내내기"라며 비꼬았다. [정청래 의원 트위터 캡쳐]

4. 법과 윤리 사이?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더라도 윤리적 비난의 가능성은 있다”
문제는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윤리와 법적인 측면을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용에 대한 출처를 사전에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사후에 '오마주'임을 밝히는 것은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설문 인용 시) ‘케네디가 이런 말을 했다’ ‘오바마가 이런 말을 했다’ 식으로 가능한 출처를 밝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사안에 대해 “너무 미미한 부분까지 지적하다 보면 표현의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안 후보 측이) 사과하는 선에서 끝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팩트체크 결과]
안철수 후보의 연설은 오바마와 흡사하나 표절로 보긴 어렵다. 연설문은 법적 보호를 받을 저작물이지만 공개돼 있어 이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법적으로는 문제없지만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비난받을 수 있다. ‘인용’에 대한 출처를 사전에 밝히지 않아 추후 ‘오마주’라 해명해도 윤리적 논란은 가능.
  
▶오바마 vs 안철수 연설 비교 영상 [youtube]
 
 
박지현 기자·도서현 인턴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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