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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까지 등장...'이대호 효과'로 들썩이는 사직야구장

중앙일보 2017.04.04 19:14
4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홈 개막전(넥센전)이 열린 부산 사직야구장.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포 터뜨린 이대호 부산=양광삼 기자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포 터뜨린 이대호 부산=양광삼 기자

 
첫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35·롯데)가 배트를 휘두르자 경쾌한 타격음이 났다. 타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좌측 담장을 넘었다. 이대호가 두 팔을 높게 들어올렸고, 사직야구장에 모인 팬들은 이대호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광했다. 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그는 복귀 첫 타석에서 그를 기다린 팬들을 향해 화끈한 인사를 했다.  그가 사직야구장에서 홈런을 친건 2011년 9월22일 사직 SK전 이후 2021일 만이다.


'이대호 효과'가 사직야구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날 롯데는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화려한 개막행사를 진행했다. 롯데 선수들은 개막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붉은 상의의 '동백 유니폼'을 입고 외야에서 1루까지 뛰어 등장했다. 진행자가 이대호의 이름을 호명하자 관중석에선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부산의 아들' 이대호가 고향에 돌아온 걸 실감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이대호는 프로야구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4년 150억원)에 지난 1월 롯데와 계약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이대호는 2001년 경남고 졸업 후 롯데에 입단, 11년 동안 롯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2012년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4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뛰었다.
 
6년 만에 사직구장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게 된 이대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팬들을 향해 오른 손을 흔들었다. 이미 시범경기를 통해 부산 팬들과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정규시즌 홈 개막전이라는 상징적인 자리에서 이대호는 다시 한번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시작 전 사직야구장에는 2만1500여명의 팬들이 모였다. 경기 시작 전 온라인 예매로 판매된 티켓은 2만장이 넘었다. 현장 판매가 진행된 매표소 근처에는 암표상도 등장했다. 


'이대호 효과'는 경기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는 이날 구단 관련 상품 위탁판매를 시작했다. 이대호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해 구단 스토어를 찾은 팬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를 하기 어렵지만 이대호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이대호의 이름을 마킹해달라는 팬들도 가장 많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유병찬(32)씨는 이대호의 이름이 마킹된 2011년 유니폼을 입었다. "5년 만에 유니폼을 꺼내 입었다"는 그는 "야구를 보기 위해 사직구장을 찾은 건 3년 만이다. 이대호 선수를 보러 왔다"고 했다. 팬들은 한 목소리로 "이대호가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대호 유니폼(9만9000원)을 구입한 변채원(30)씨는 "이대호 선수는 원래 실력만 보여주면 된다. 그래도 오늘은 꼭 홈런을 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적은 롯데팬. 부산=김원 기자

이대호를 향해 응원 메시지를 적은 롯데팬. 부산=김원 기자

이대호 복귀로 기대가 커진 롯데팬들

이대호 복귀로 기대가 커진 롯데팬들

   
창원에서 열린 NC와의 개막 3연전(3월31일~4월2일) 승리도 팬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NC에 14연패를 당하는 등 1승15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기록했다. 화가난 롯데팬들은 NC전에 '느그가 프로냐'라고 쓴 다소 자극적인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가세한 롯데는 올 시즌 개막 3연전을 2승1패로 마쳤다. 2년(718일) 만에 기록한 NC전 위닝시리즈였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대호는 10타수 5안타·2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롯데 구단 스토어에 진열된 이대호 유니폼

롯데 구단 스토어에 진열된 이대호 유니폼

롯데 구단 스토어에 진열된 이대호 유니폼

롯데 구단 스토어에 진열된 이대호 유니폼



롯데는 지난 2013년부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실망스러운 성적이 이어지면서 사직야구장을 떠나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대호가 있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100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찼던 롯데는 2009년(138만18명), 2010년(117만5665명), 2011년(135만8322명)까지 프로야구 관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롯데는 올 시즌 관중 동원 목표를 100만명으로 잡았다. 지난해 총 관중수(85만2639명)보다 17.3%를 높게 잡았다. '이대호 효과' 이어지면 충분히 달성가능한 목표라는 계산이다. 
 
롯데 구단은 '이대호 마케팅'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날 1루측 익사이팅석을 이대호 응원존으로 정하고 4만원(주말 4만5000원)에 판매했다. 99명을 모집했는데 2시간 안에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다. 경기 전 이대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이대호 티셔츠와 응원 타월을 입고 경기를 관람했다. 5회 클리닝 타임 때는 이대호 복귀 행사가 별도로 진행된다. 롯데는 앞으로 이대호 관련 이벤트를 점차 늘릴 계획이다.   
 
부산=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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