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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반려견 뒷이야기, 진돗개와 진도개는 다르다

중앙일보 2017.04.04 16:14
2013년 희망이와 새롬이가 청와대에서 뛰어놀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

2013년 희망이와 새롬이가 청와대에서 뛰어놀고 있는 모습. [사진 청와대]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새롬이·희망이도 주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수난을 겪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데려가지 않아 ‘유기견 신세가 됐다’는 주장부터 진짜 진돗개가 아니라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엔 서울 삼성동 주민이 2013년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측의 부탁을 받고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새롬이·희망이 진돗개는 맞지만 진도개는 아냐
'진도개'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중앙포토]

'진도개'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중앙포토]

다른 궁금증은 빼고라도 새롬이·희망이가 진돗개는 맞을까. 상당수 전문가는 “‘진돗개’는 맞지만 ‘진도개’는 아니다”고 평가한다. 진돗개는 품종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고, 진도개는 진도에 사는 천연기념물(제53호)로 법적인 조건을 충족시킨 개를 말한다.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진도개법)에 규정된 진도개의 조건은 출생지가 진도인 개 중 추가 인증을 받은 개체여야 한다. 생후 6개월이 지났을 때 진도군수가 미리 고시한 혈통·체형·외모 등을 충족해야 한다. 진도에서 태어났더라도 기준에 미달되면 섬 밖으로 반출된다.

한 번 진도개로 인정받으면 쉽게 섬 밖으로 나가기도 어렵다. 문화재청장과 진도군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분양도 진도군청에서 지정·관리하는 진도군 소재 28개 사육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현재 4000여 마리의 진도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진도에서 살고 있다.

새롬이·희망이는 진도에 있는 시범사육장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50일째에 박 전 대통령에게 분양된 탓에 추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천연기념물 진도개’의 법적 요건에는 미달인 ‘육지 진돗개’인 셈이다.
 
육지 진돗개 혈통 인증하는 민간단체만 10개 이상 
진돗개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리스(LA) 경찰견 도입이 논의됐지만 2011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중앙포토] 

진돗개는 2010년 미국 로스앤젤리스(LA) 경찰견 도입이 논의됐지만 2011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중앙포토]

육지 진돗개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혈통 인증은 비영리법인 등 민간단체들이 한다. 문제는 관련 단체가 10곳이 넘는다는 점이다. 새롬이·희망이를 인증했고 현재 보호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보존협)’도 그중 하나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보존협은 새롬이·희망이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졌지만 1989년부터 활동해 온 단체다. 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당시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서는 올림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 여론에 대응하면서 최기철 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등이 이듬해 만들었다. 경기도 광주에 3300㎡(1000여 평) 규모의 개 사육장을 보유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새롬이와 희망이는 사육장에서 생활한다. 따로 분양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80년 설립된 ‘대한민국국견협회’도 진돗개 혈통 인증서를 내주는 등 관련 활동을 한다. 이 협회는 경기도 여주에 진돗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협회 총재인 우무종(69)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진돗개 한 쌍을 선물했다. 우씨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진돗개를 넣어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진도견협회’는 민간단체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70년 만들어져 회원 7000여 명과 충남 아산과 경기도 양주 등에 지부를 두고 있다. 그밖에도 한국진도견연구소, 진돗개중앙회, 53협회, 한밭진도견협회, 토종견협회 등도 활동하고 있다. 진돗개 관련 단체는 아니지만 '애완동물보호협회' '애견협회' 등도 혈통인증서를 발급한다.

"방치된 곳도…" 단체 간 갈등도 적지 않아
단체가 많다보니 이권 갈등 등 논란도 적지 않다. 40년 이상 관련 단체 활동을 한 A씨는 “자금난 때문에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육지 진돗개의 표준이 중구난방으로 운영된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카페의 진돗개 분양 알림글에는 “진돗개중앙회 백구입니다” “국견협회 진돗개입니다” 등 인증 단체명이 붙는다. 새롬이·희망이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한국진도견협회 이철용 회장은 “새롬이와 희망이의 체형이나 얼굴 두상 등을 봤을 때 우리가 판단하는 기준에는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영익·윤정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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