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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1척으로 시작한 한국 원양어업...어느새 60년

중앙일보 2017.04.04 14:36
1957년 6월 29일 출항한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모습[사진 해양수산부]

1957년 6월 29일 출항한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의 모습[사진 해양수산부]

1957년 6월 29일 부산항. 230t급 선박 하나가 제 1부두를 나와 바다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인도양. 당시엔 일본어 ‘마구로’ 또는 영어 ‘튜나’라고 불렸던 참치를 잡기 위한 항해였다. 참치를 직접 본 적도 없었던 윤정구 선장과 16명의 선원은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부를 건져오라’는 뜻으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지남호’에 몸을 실었다. 지남호는 미국이 1946년 49만 달러를 들여 해양조사선으로 건조한 워싱턴호를 한국 정부가 49년 32만5000만 달러에 사들인 배다. 거금이 투입된 이 선박은 크기는 작았지만, 냉장시설과 수심·어군 탐지기 등 최신장비를 갖고 있었다.지남호의 임무는 한국 최초의 원양어업 항해였다. 
 

1957년 6월 지남호 부산항에서 출항
70~80년대 효자 수출 상품으로 각광
각국 어업자원 보호 정책으로 위기
ODA 등으로 어업 자원국과 합작해야

 
 하지만 여정은 쉽지 않았다. 인도양으로 가는 도중 대만과 싱가포르 해역에서 벌인 참치잡이 조업에선 번번이 허탕을 쳤다. 지남호에는 실제 참치연승(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바닷속에 늘어뜨린 후 참치를 잡는 방식) 조업을 해 본 선원이 1명도 없었다. 유일하게 경험이 있던 주한 미국경제협조처(USOM) 어업 고문은 인도양에 도착하기 전에 허리를 다쳐 대만에서 내렸다. 그런데도 윤 선장과 선원들은 직접 부딪혀 가며 도전했다. 결국 출어 후 두 달 만인 57년 8월 15일, 인도양 니코바르 섬 해역에서 0.5t의 참치를 건져냈다. 그해 10월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온 지남호엔 10t가량의 참치가 실려 있었다. 지남호는 이듬해에도 출항해 남태평양 사모아 근해에서 1년 3개월간 조업하며 약 150t의 참치를 잡았다.
 
 
 지남호의 출항으로 한국 원양어업 역사가 시작된 지 올해로 60주년이 됐다. 그동안 국내 원양어업은 큰 성장을 거뒀다. 57년 지남호 1척 뿐이었던 원양어선은 10년여 만인 70년 278척, 80년엔 750척까지 늘었다. 특히 60~70년대에는 원양어업이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71년 원양어업 수출액 5510만 달러는 당시 한국 전체 수출액(10억6760만달러)의 5%를 넘기도 했다. 80년대 이후엔 서민들이 참치를 비롯해 명태, 오징어, 꽁치 등의 먹거리를 밥상에 손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원양어선 기업 LF푸드는 2012년 인도네시아에 연육 가공 공장을 세웠다[사진 해양수산부]

한국 원양어선 기업 LF푸드는 2012년 인도네시아에 연육 가공 공장을 세웠다[사진 해양수산부]

 최근엔 먼 바다로 나가 고기만 잡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진출해 유통, 가공, 판매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LF푸드는 2012년 인도네시아에 연육(으깬생선살) 가공 공장을 설립해 매년 2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동원산업은 2008년 미국 1위 참치 가공 업체인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뒤 현재 남태평양 사모아에 참치 가공공장을 세워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양어업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원양어선의 수는 1990년 810척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어선 수는 255척이다. 1990년 92만t이던 생산량도 지난해는 절반도 안 되는 45만t 수준에 머물렀다. 강인구 해양수산부 원양산업과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대만, 태국 등 후발 주자들이 원양어업에 진출하며 경쟁이 심화된데다, 배타적경제수역(EEZ) 체제가 정착됨에 따라 조업지역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연도와 업종별 한국 원양어선의 수. 1990년 810척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자료 : 해양수산부]

연도와 업종별 한국 원양어선의 수. 1990년 810척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자료 : 해양수산부]

 
 어장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각국은 최근 자국의 어업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원양어선의 조업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거나 어업 허용 쿼터를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3년 11월엔 서부아프리카에서 불법조업을 한 원양어선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예비 불법어업국(IUU)으로까지 지정됐다. 만일 불법어업국으로 지정됐다면 두 지역에 수산물을 수출하거나 어선을 입항시킬 수 없게 된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2015년 4월 IUU지정은 해제됐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원양업계가 미국의 태평양 어장을 사실상 잃는 결과를 겪었다”며 “세계 각국의 자원보호 정책 등으로 인해 업계의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원양산업의 경영실태와 업종별 현황, 타 원양조업국 정책 동향 등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원양산업 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해외수산업진출지원법’ 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해역별 원양어선 수[자료 : 해양수산부]

해역별 원양어선 수[자료 : 해양수산부]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어장 확보를 위해서는 어업 자원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어장을 가진 국가와 교류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류정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어업 자원국에 어선을 제공거나 어업기술을 전수하며 합작 원양어업을 벌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생산된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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