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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3분의 1 이상이 벌써 폐업... 말 뿐인 창조경제

중앙일보 2017.04.04 11:45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사회적기업 입주 공간) 내에 문을 연 푸트트럭들. 번화가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있다.  목이 좋은 곳은 대부분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가 없는 장소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사회적기업 입주 공간) 내에 문을 연 푸트트럭들. 번화가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있다. 목이 좋은 곳은 대부분 푸드트럭이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가 없는 장소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3월부터 푸드트럭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팔아온 박자현(37ㆍ여)씨는 지난달 초에야 안정된 영업장소를 얻었다.


그의 장사터는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사회적기업 입주 공간) 내 도로 옆이다. 하루 매출은 그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10만원 남짓이다. 박씨는 “일주일 내내 나왔지만 한 달 간 순이익은 30만원이다. 안정된 곳에서 장사할 수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여긴 유동인구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실제 박씨가 장사를 하는 곳은 번화가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그나마 박씨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그는 “이 자리라도 오기 전엔 장사터를 구하지 못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일하는 게 전부였다. 지금도 장소마저 못 구해 차량개조비 5000만원만 날리고 몇 개월 만에 운영을 포기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상징이었던 ‘푸드트럭’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지하철역 주변이나 기존 상권가처럼 장사가 될 만한 곳은 사유지이거나,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곳이어서다. 사유지가 아니고 기존 상인들의 반발이 없는 도로 등을 찾았다 해도 관할 시ㆍ구청이 허락한 곳이 아니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합법적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장소는 시ㆍ구청이 정해준 공유지 뿐이다. 이런 공유지 대부분은 사람이 적은 공원이나 공공기관 앞마당처럼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공유지 별로 푸드트럭 운영자와 임대 계약을 맺는 관리 주체가 시ㆍ구청 또는 산하 기관 등으로 모두 다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푸드트럭이 어디에 얼마만큼 들어섰는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트럭 한두 대를 뽑는 모집 공고에 수십명이 몰린다.
 
푸드트럭이 합법화된지 3년 가까이 됐지만 활성화까지는 거리가 멀다. 2014년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당시만 해도 푸드트럭을 막는 자동차관리법ㆍ식품위생법 상 규제는 ‘손톱 밑 가시’로 거론됐다. 이후 총리실 등이 주도해  8월 합법화 시켰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시내 각 자치구에 등록신청을 한 푸드트럭은 468대에 그친다. 이중 168대는 폐업을 했다. 결국 서울시내에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푸드트럭은 300대에 그친다. 서울시 정정희 외식업위생팀장은 “여러 군데에서 장사를 하려고 구청별로 중복해 등록하거나 잠시 운영을 중단한 경우까지 고려하면 그 수가 더 적을 것이다”고 말했다. 태어날 땐 귀한 자식이었지만, 이젠 오갈 데 없는 ‘홍길동’ 신세가 된 셈이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하소연한다. 3년째 푸드트럭을 운영해 온 이계수(50)씨는 “기존 상인과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목 좋은 장소는 푸드트럭 운영자들이 잘 안다. 우리가 장소를 제안하면 시나 구청이 검토를 해 허가를 내주는 방식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종빈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푸드트럭 운영자와는 소통 창구를 항상 열어 놓고 있다”며 “영업 장소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고, 주변 상점들과 협업할 수 있는 운영 방식 등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푸드트럭 사업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는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푸드트럭 100여 대가 참가하는 ‘밤도깨비야시장’(4~10월 간 운영)을 열고 있다. 서울 서초구청은 유동인구가 100만 명에 이르는 강남역 주변에 트럭 20대가 들어설 ‘푸드트럭 존’ 3곳을 지정하고, 지난달엔 방송인 백종원씨 등을 초청해 트럭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진입 규제를 풀어주는 건 올바른 판단이지만 급하게 서둘렀다. 자영업자·창업전문가 등과 충분한 논의를 하고 시장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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