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출, 소비 이어 물가도 고공 행진…‘경제 봄바람’, 진짜일까 신기루일까

중앙일보 2017.04.04 11:19
한국 경제에 불어오는 봄바람은 진짜일까, 아니면 신기루에 불과한 걸까.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길고 길었던 경기침체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저효과 등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비 2,2% 상승
3월 수출도 489억 달러로 13.7% 증가
2월 소매판매는 3.2% 증가로 반전

생산, 투자는 후퇴…‘서민 체감경기는 나빠
"고용, 가계소득 회복돼야 진짜 봄바람"

 
물가 고공행진, 경기 회복 신호일까
 
3월 소비자물가

3월 소비자물가

 
4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했다. 2012년 6월(2.2%) 이후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함께 바닥을 기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1월 2.0%로 상승하더니 2월에도 1.9%의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완연한 상승세다.  
  
신선식품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신선과실은 전월 대비 4.1%, 전년 동월 대비 15.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도 전년 동월 대비 14.4% 올라 2011년 11월(16.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 지수는 1.7% 높아졌다.  
 
물가는 경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표다. 경기가 좋아져 소비가 증가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 물가 상승 추세를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 소비도 반가운 회복세  
 
회복세 뚜렷한 수출

회복세 뚜렷한 수출

 
물가뿐만이 아니다.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수출은 지난해 11월 증가로 반전하더니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3월 수출액은 489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7% 증가하면서 2년3개월만에 가장 큰 액수를 기록했다.  
  
소비 회복은 더욱 반갑다. 5개월 연속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경기회복세는 ‘반쪽 짜리’로 치부됐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의 선순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소매판매(소비)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2월 3.2% 증가로 깜짝 반전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96.7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상승 행진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주는 지표들이다.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 경제 상황도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중순 발표한 ‘G20 감시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상향 조정했다. 미국은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 금리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도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8로 4년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산,투자 후퇴...서민 체감경기는 여전히 겨울
 
반가운 소비 회복 불구, 생산과 투자는 후퇴

반가운 소비 회복 불구, 생산과 투자는 후퇴

 
하지만 경기 회복을 속단하긴 이르다는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실제 각종 지표들에도 긍정적, 부정적 신호들이 뒤섞여 있는 상태다. 일단 생산이 후퇴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던 전월 대비 전산업생산이 2월에는 0.4% 감소했다.  
  
전월 대비 설비투자도 계속 증가하다가 2월에 -8.9%라는 비교적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부 지표 호전이 서민 경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고 기업 수익이 서민층으로 흘러들어가는 낙수효과가 약해지면서 서민층은 경기 회복의 훈풍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물가 상승으로 고통만 받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고용 상황도 녹록치 않다. 2월 실업률은 5.0%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오르면서 2010년1월(5.0%)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제 경제 측면에서도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4월15일쯤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발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발 예상 악재들은 하나같이 현실화했을 경우의 파장이 메가톤급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 보복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전문가들, “고용, 가계소득 호전돼야 진짜 경기 회복”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경기침체기의 종료를 선언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경기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지속성”이라며 “중국은 조만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중국으로의 수출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내수다. 가계소득이 계속 줄고 부채가 늘어나면서 가계가 소비에 나설 여력이 없는데, 이런 소비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 좋아질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신흥국이 취약해질 것 같지는 않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도 “소비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난 건 지난 몇 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진한 것에 대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노후불안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기 회복을 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내수 확대, 서민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장기적으로 기업 수익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확신이 없다”며 “미국,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수출 증가 흐름이 지속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어 경기 회복을 단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수출 증가가 내수에 파급효과를 미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직은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가 보다 확실하게 늘어나고, 고용 상황이 개선되는 조짐이 있어야 진짜 경기 회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이승호 기자, 조현숙 기자 kaila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