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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월급이 650만원, 그런데도 사람이 없다

중앙일보 2017.04.04 10:28

디자인, 중국의 최대 약점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디자인에 주목하다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주 중심으로 변하는 제조업

가격을 경쟁력으로 택한 중국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 반으로 디자인을 외면해왔다. 그 결과 중국의 산업 디자인 수준은 독일, 일본, 한국 국가들과 비교해 한참 뒤처졌다. 짝퉁이라는 오명도 뒤따른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낮은 디자인 수준의 대명사가 됐다. [출처: 바이두]

메이드 인 차이나는 낮은 디자인 수준의 대명사가 됐다. [출처: 바이두]

이런 중국 기업들이 얼마 전부터 디자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높은 몸값을 제시하며 세계의 디자인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정부도 다양한 산업 디자인 육성 정책을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기술력은 어느 정도 확보했으니, 이제는 디자인에 투자해 진정한 '일류'로 올라서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은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됐나?
 
중국 기업들의 디자인 투자 열기를 말하기 앞서, 중국은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지 그 배경을 알아보자.  
 
중국인들은 전기 스쿠터를 구입하는 데 약 1500~3000 위안을 소비한다. 소득 수준 중하층의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다.  이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서는 차체와 도색에 질이 낮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저가의 노동력이 투입된다. 또한 타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신제품 출시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한다. 자연스레 '디자인'은 논외가 될 수밖에 없다.
 
가성비의 상징 베이징 중관춘 전자시장, 다양한 짝퉁제품들이 팔려나간다. [출처: 바이두]

가성비의 상징 베이징 중관춘 전자시장, 다양한 짝퉁제품들이 팔려나간다. [출처: 바이두]

중국이 왜 디자인 후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많은 중국 기업들은 낮은 디자인 경쟁력을 결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디자인에 투입될 돈을 아끼면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국은 디자인은 포기했지만 전 세계 '서민'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었다.  
 
이 같은 인식이 제품 생산과 디자인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난 2009년 기준 독일의 전체 GDP에서 산업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0.55%였다. 같은 기간 중국의 GDP에 이 수치를 대입하면, 약 3721억 위안이 된다. 그러나  2011년 중국의 산업 디자인 시장 규모는 46억 위안에 불과했다.
 
중국 공업보는 현재 중국 기업들의 65%가 산업디자인 인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글로벌 디자인 전문 잡지 월페이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100명 중 중국에서 활약하는 사람은 단 2명뿐이다. 중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과 비교해 초라한 숫자다.  
  
이와 관련해 디자인 기업 뤄커커의 창업자이자, 중국의 유명 산업디자이너인 쟈웨이는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게 최고라는 인식 때문에 그동안 중국 제조업계는 '소비자'가 아닌 엔지니어가 주도해 왔다"며 "소비자들은 가격과 물건의 간단한 기능만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데 익숙해 있었다"고 지적한다.
 
2010년을 기점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점도 중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가성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업체들의 마진율이 떨어지면서 디자인 침해에 대응할 여력이 작아졌고, 이로 인해 상대방의 디자인을 베껴 빠르게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당연시됐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중국 당국의 열악한 지원, 낮은 수준의 디자인 교육기관, 인재 유출 등이 중국을 디자인 약체국으로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선전, 디자인에 주목하다.
 
이처럼 디자인과는 담을 쌓아온 중국 기업들의 태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에서 우수 디자이너들을 모셔오는 등 디자인 관련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인 퍼스트"를 외치는 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선전. 유네스코가 선정한 디자인 창의 도시(서울은 2010년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중 한 곳이다. 최근 중국 산업계에서 불고 있는 디자인 붐의 발원지로 꼽힌다.  
중국 기업의 제품들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중국 기업의 제품들이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출처: 바이두]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으로 꼽히는 2017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선전 소재 기업들이 총 142개의 상을 수상했다. 전체 중국 기업 수상(394)의 40%를 차지하는 숫자다. 전년(63%)과 비교해도 2배로 늘었다.  
  
선전시의 유명 산업디자인 회사인 시가(ciga) 디자인이 영국 유명 디자이너 마이클 영과 협력해 만든 손목시계와, 디자인 회사 오르비보가 만든 스마트 멀티탭 S51이 금상을 수상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반영하듯, IF 디자인 어워드 측은 최근 중국 선전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 중국 내 정상급 산업디자이너들과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남방 도시보에 따르면, 현재 선전에는 6000여 개의 산업 디자인 관련 회사가 있다. 이중 산업디자인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500여 개다. 지난 2016년 선전의 산업디자인 시장 가치는 69억 위안으로 전년대비 15% 늘었다.  
첨단 하드웨어 중심지에서 산업 디자인의 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선전 [출처: 바이두]

첨단 하드웨어 중심지에서 산업 디자인의 수도로 거듭나고 있는 선전 [출처: 바이두]

신문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중국의 첨단 하드웨어 중심지인 선전에서부터 디자인 붐이 일고 있다"며 "이 같은 열기가 중국의 산업 업그레이드 정책 등과 맞물려 전국으로 확산해 나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당국도 소매를 걷고 나섰다. 선전시 정부는 지난해 지역 내 디자인 플랫폼 업체 우셔왕과 손잡고 글로벌 디자인 파트너 영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백만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해외의 우수 디자이너를 데려온다는 계획이다. 영국의 키치 디자인(Keech Design), 독일의 에버디자인(everdesign) 등 11개 글로벌 선두 디자인 팀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10년 새 3200% 성장, 여전히 블루오션
 
최근 중국 제조 기업들의 총 투자액 중 외관 디자인에 투입되는 금액의 비중이 1%를 넘어서고 있다(중국 제일재경). 디자인 투자 비중이 5% 많게는 15%에 육박하는 미국, 유럽 기업들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전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주요 기업 간부 60명을 대상으로  중국 공업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지난 2013~2015년 디자인이 매출 증가, 수익률 개선, 시장 지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94%가 제품의 품질과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산업 디자인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덩달아 산업 디자이너들의 몸값도 치솟는다. 중국의 한 취업 정보 사이트를 보면 3~5년 차 경력자 기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UI/UX 디자이너 월급은 각각 2~4만 위안(325만~651만원), 1.8만~3만 위안(293만원~488만원), 1.5만~3만 위안(244만원~488만원)이다.
 
3~5년 차 경력자 기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디자이너 월급은 각각 2~4만 위안, 1.8만~3만 위안, 1.5만~3만 위안이다.[출처: 라거우왕]

3~5년 차 경력자 기준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의 디자이너 월급은 각각 2~4만 위안, 1.8만~3만 위안, 1.5만~3만 위안이다.[출처: 라거우왕]

2015년 기준 대졸자 평균 '연봉'이 8만 위안 대(약 1300만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특히 디자이너를 1~2명만 두고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디자이너들의 몸값은 이보다 더욱 높다는 전언이다.  
 
각 지역 지방정부들도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중국 공업보에 따르면 지금까지 13개 성 정부가 산업 디자인 관련 정책을 내왔다. 이들 중 45%가 산업 디자이너들을 관리하는 공공 플랫폼을, 36%가 산업 디자인 우수업체를 지정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산업 밀집지역인 광둥성 둥관시 정부의 경우 ‘’산업디자인 중점 기업 관리 임시법‘’을 지정, 디자인 중점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에 최대 10만위안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보조금 혜택 외에도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전문훈련, 전문가 교류 플랫폼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오는 2018년 중국의 산업디자인 시장규모는 15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중국 선완훙위안 증권은 전망하고 있다. 2011년 46억 위안과 비교해 32배가 넘는 차이다.  
 
디자인, 중국 경제를 부탁해
 
중국 기업들이 디자인에 투자하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열악한 디자인 경쟁력이 국가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중국 제품 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 2025. 정부 주도의 제조업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다. 부가가치가 낮은 기존의 전통 제조업에서 로봇, 신소재, 3D프린터, 스마트카 등 첨단 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양'에서 '질'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중국제조 2025 [출처: 바이두]

중국제조 2025 [출처: 바이두]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산업 디자인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제조업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전통 제조업 시대와 달리, 첨단 제조 시대에서 산업 디자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중국 디자인 플랫폼 기업 유니 오렌지의 쾅훙인 대표는 "중국은 장기간 모방에 디자인 산업을 의존해오면서 선진국과 비교해 혁신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의 제조는 거대한 시장 규모와 달리, 글로벌 제조 밸류체인의 가장 하단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결국 산업 디자인의 부흥이, 중국의 낙후된 제조 산업을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오차오민 광저우증권 연구원도 일본 히타치의 분석을 인용 "1000만 엔 씩 매출이 증가할 때 디자인의 공헌이 52%인 반면 기술의 공헌은 21% 다"라며 "앞으로 기술력과 자본만 가지고는 절대 글로벌 제조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한 듯, 중국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중국 제조 2025’를 발표하면서, 산업 전반의 디자인 역량을 기르기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개방형 산업디자인 회사를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디자인 어워드를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큰 인기를 끈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 [출처: 샤오미]

큰 인기를 끈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미믹스 [출처: 샤오미]

일례로 지난해 10월 샤오미가 출시한 프리미엄 베젤리스 스마트폰 미믹스는 3999위안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팔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탓에 프리미엄이 최대 1000위안이 붙었다는 전언이다. 샤오미는 이 제품 디자인을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인 필립스탁과 협업했으며, 출시까지 2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알다시피 샤오미는 중국을 대표하는 가성비 전략 기업이다.  
 
중국 뉴미디어 타이메이티는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성비보다 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은 인식이 산업 디자인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며 전체적인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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