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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호의 '시대의 얼굴'] 안철수 "나는 항상 소신대로 살아왔다"

중앙일보 2017.04.04 08:39
 ⑥ 국민의당 안철수


 사진에서 그는 무언가에 감동하고 있는 듯하다. 의사에서 교수, 그리고 사업가, 이젠 정치인으로서, 항상 소신으로 살아왔다는 그가 감동받을 수 있는 상황은 무엇일까. 국민의 행복? 지금 상황에선 당연히 그럴거다. 하지만 아직도 결혼 반지를 끼고 있는 그에게, 나는 개인의 행복을 사진으로 선물하고 싶었다.(위 사진)
 
 최근 대선행보를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안철수가 달라졌다. 이제 정치인 다 됐네 ”등의 얘기들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 연설하는 그를 보면, 목소리나 어투가 굵어지거나 강해졌다. 4년 전일까.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많은 일정을 마치고 밤늦게 스튜디오로 온 그를 보며 측은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그를 고생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괜히 미안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기 직전, 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박근혜의 상대로 나온다는 것에 상당히 흥분이 되어 있었다. 그가 나오길 바랬다. 그 시절 나 또한 그를 정치바닥으로 떠민 이름모를 사람들 중에 한 명이었다. 결국 그는 자의반타의반, 어쩌면 운명처럼 정치에 입문했다. 
 
 내가 만나 본 정치인들은 두 부류다. 운명적 정치인, 그리고 의도적 정치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가 운명형에 해당된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낙하산'처럼 정치인이 된 사람들이다. 뭔가 성골 같은 아우라가 강하다. 사람들은 안철수에 대해 정치인 이전의 모습, 즉 사업가이면서 멘토같은 이미지의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땐 그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정치판에 들어온 후, 그에 대한 호불호는 남북처럼 갈리었고, 과거의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다.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마주 앉았을 때, 왠지 그가 상처투성이로 보였다. 나는 뜬금없이 그에게 사과했다. “뭘요?” 그가 의아해 했다. 나는 “그냥요, 제가 안 의원님을 험한 곳으로 밀어낸 것 같아서요…. 미안하네요. 많이 힘드시죠?”
 
 그는 조금 전까지 피곤한 눈빛이었는데, 내 말을 듣자마자 자세와 눈빛이 바뀌었다. “아닙니다, 저는 항상 제 소신으로 살아왔습니다. 한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난 사실…. 약간 후회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이상하게도,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그래야 할 모습을 내게 보였음에도 난 왠지 좀 실망스러웠다. 험한 정치라는 세상 속에 그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예전에 그가 강의할 때 기억이 난다. 그는 항상 자신의 독창적 지식을 뽐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말을 할 때 “뭐뭐 하더라구요” 등의 서술어를 많이 썼었다. 자신은 단지 전달자, 메신저일 뿐이라는 겸손함의 우회적 표현이었다. 정치에 들어온 후, 그의 서술어는 바뀌었다. 이젠 전달하지 않는다. 정보나 생각의 주어가 온전히 자기 자신이다. “하더라구요”는 사라졌다.


 사실 좀 섭섭한 기분도 든다. 그냥 내가 알던 그가 변했기 때문이다. 내 옆에 있다가 내 위로 간 느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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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때, 그는 자기 여분의 신발을 직접 들고 들어왔다. 옆의 비서가 “저 주세요” 하자, “에이 신발은 제가 들어야죠” 하며 사양했다. 그의 다른 옷들을 점검하는데 옷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예전에 옷을 사 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난 내심, 돈 많을텐데 짠돌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와 얘기를 나누며 그의 성향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필요한 것과 관심분야 외, 여분의 분야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검소하기도 하지만, 옷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정장 외의 촬영 때는 내 옷을 가져와 입혀서 작업을 해야 했다.
 
 그와 대화를 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그는 상대방이 이야기를 할 때, 자동적으로 “네.. 네..”라고 한다. 잘 듣고 있다는 예의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영혼없는 자동응답기 처럼 들리기도 한다. 잘못 들으면, 마치 내가 수상소감을 얘기하는데 너무 길게 하지는 말라는 신호나 추임새로 들렸다. 국민의 얘기를 최대한 듣겠다는 욕심이 만든 습관이 아닌가 싶었다. 


 안철수가 정계에 들어온 후, 그를 더 좋아하게 된 이도 있고 싫어하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나 기억했으면 좋겠다. 안철수를 오늘의 모습으로 밀어넣은 사람들은 사실 우리다. 미우나 고우나, 그에게 우린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진으로나마 나는 내 기억 속의 국민 멘토, 안철수를 최대한 다시 끌어 내었다.
  
글·사진=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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