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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국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은 사드 관련 현실

중앙일보 2017.04.04 03:30 종합 29면 지면보기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위성락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이른바 중국의 사드 보복은 한·중 관계의 기반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현상을 보면서 드는 첫 의문은 중국이 한국의 안보 수요는 축소 해석하고 미국의 의도는 확대 해석하면서 정작 분노는 약한 고리인 한국에 쏟아붓고 있지 않은가이다. 둘째 의문은 중국이 이로써 얻을 것이 무엇일까이다. 이러한 의문을 염두에 두고 우리가 보는 현실과 전망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싶다. 출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경제 공격형 중국 사드 보복
우리에게 큰 타격은 못 주고
한·중 관계 환상 깨는 계기 돼
건강한 전화위복 기회 될 것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는 한국의 사활적인 이해다. 핵심 이익을 넘는 생사존망의 문제다. 중국에 대만, 티베트, 달라이 라마가 핵심 이익이나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간 중국은 우리의 생사가 달린 북한 핵 미사일 문제에서 자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거의 배려해 왔다. G20 중 한국보다 중국의 핵심이익을 배려하는 나라는 드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없을 것이다.  
 
경위가 이런데도 한국이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작은 방어 조치인 사드를 정하자 중국은 대놓고 배신이라고 한다. 놀라운 말이다. 중국 이익 배려를 당연시하고 ‘불배치’를 믿었는데 미국 편을 들었다는 뜻 같다.
 
한국은 중국이 핵 미사일에 관해 북한의 역성을 들더라도 배신이라고 보지 않는다. 나름의 이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배신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주권국가에 쓰는 중국도 이해할 수 없고, 이런 발언을 그냥 넘기는 우리 쪽은 더 이해할 수 없다. 무슨 곡절인지 궁금하다. 중국이 ‘배신’한 한국에 가하는 보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가? 아닐 것이다. 왜 그런가?
 
첫째, 사안의 명분이 약해 중국의 강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한국의 안보 이해는 사활적이지만 중국의 사드 관련 이해는 상대적으로 사소하다. 사드 레이더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군사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다. 이 점은 러시아도 인식하는 듯하다. 러시아의 사드 반대가 강렬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처럼 상호이익에 격차가 큰 사안을 갖고 중국이 관계 전반에 걸친 보복을, 그것도 뒤에서 조종하는 식으로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 물질적 타격을 주고 중국은 국가 위신에 타격을 입고 머지않아 멈출 것이다. 그 후 정치적·군사적 대처는 있을 수 있다.
 
둘째, 대선 국면인 지금 한국을 압박해야 진보 집권 시 번복이 기대된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개연성은 적다. 진보가 집권하면 보수는 결속해 오는 총선에서 세를 만회하려고 벼를 터인데, 그 공격의 호재가 안보다. 진보 진영도 이 정황을 알기 때문에 번복이 쉽지 않다.
 
셋째, 일단 한국에 타격을 주어야 미사일방어 등 후속 한·미 간 안보 협력을 억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긴 한데, 역시 그대로 되기는 어렵다. 한·미 연합 방위는 주로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달려 있다. 그간 북한의 위협에 대한 여론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으므로 중국의 보복이 미칠 영향은 부차적이다. 더욱이 중국이 사드로 끼친 손해가 여론에 투영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상기할 점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이다. 한국은 중견국이나 중국이 따라올 수 없고 따르고 싶지도 않을 시민 정치적 에너지를 가진 나라다. 중국에서 권력이 강하다면 한국에서는 사회가 강하다. 분출되는 민심의 강도는 최근 한국 정치의 격동에서 본 대로다. 이것이 권위주의 권력에 맞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이룩한 동력이었다. 이런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들은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를 현대사의 양대 성취로 여기며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그것도 시민 정치 에너지가 최고점에 달한 지금의 시점에서 경제적 손해를 입혀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넷째, 앞의 논점을 다 인정하더라도 당장의 손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마저도 건강한 한·중 관계를 위한 수업료로 간주될 수 있다. 그간 중국은 한국을 끌어당기려고 노력해 왔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우리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선 것이 성과를 상징한다. 당시에도 대중 경사와 중국의 한국 경시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사드 보복으로 우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국민적 성찰이 시작된 셈이다. 지금 대선 과정도 그 일부다. 계속되는 보복은 범사회적 대중 정책 리뷰 과정을 추동할 것이다. 결국 한·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덜어내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고 관계는 뉴노멀을 지향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 건강한 방향이니 전화위복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타격은 심하지 않고 역효과 개연성이 크며, 피해도 장기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이 보복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경우의 전망이다. 곧 미·중 정상회담이 있고,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중국도 사드 관련 중간점검을 할 것이다. 판단은 중국 몫이다. 그러나 중국이 감안하도록 현실을 진솔하게 제기하는 것은 한·중 우호를 바라는 친구로서 우리의 도리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전 주러시아 대사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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