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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기본소득이 뭔가요

중앙일보 2017.04.04 03:00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최근 들어 기본소득이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정치인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는 학자들도 기본소득을 언급합니다. 기본소득이 뭔가요. 왜 갑자기 여기저기서 기본소득을 얘기하는 건가요.
 

로봇·AI시대엔 일자리 크게 줄어
소득 없는 사람 늘게 돼 기업도 손해
실리콘밸리 CEO들 잇단 도입 주장
대선 예비후보들·기본소득?공약은
기본소득 아닌 빈곤층 소득재분배
일부선 기본소득 대신 로봇세 제안

 

나라가 국민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돈 … 구매력 늘리는 효과 있죠"

 
A. 기본소득(basic income)이란, 매달 벌어들이는 수입과 재산에 관계없이 국가가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주는 돈을 말합니다. 틴틴 독자 여러분의 가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국가에서 ‘기본소득 30만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틴틴 여러분의 가족이 ‘아빠·엄마·나·동생’ 네 명이라면 ‘4×30만원’해서 매달 12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틴틴 독자 부모님이 회사에서 5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면, 나라에서 주는 기본소득을 더해 매달 620만원의 소득이 생기는 셈입니다. 누가 이 돈을 주느냐고요. 물론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가 줘야 하겠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30만원을 받기 때문에 ‘기본’이라는 이름이 붙은 소득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일을 하지 않아도 공짜로 나라에서 돈을 준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더 없이 좋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5000만 명이 매달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으려면 ‘30만원×12개월×5000만명’으로 계산해 연간 180조원이 듭니다. 이는 400조원 남짓한 올해 우리나라 예산의 4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정부는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한 해 예산을 짭니다. 당장 1인당 30만원을 주는 기본소득을 실시한다고 하면, 나라 살림의 절반 가까운 돈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줘야 할 판입니다.
 
기본소득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일부 학자나, 부자 나라의 얘기로만 들렸습니다. 지난해 6월 스위스는 18세 이상 국민에게 월 2500 프랑(약 283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국민투표를 했습니다. 결과는 투표자의 76.9%가 반대해 부결이었습니다. 기본소득이 지나치게 높고 재원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럼에도 핀란드에서는 올 들어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년간 실업수당 대신 월 560유로(68만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 논쟁은 최근 한국 땅에도 상륙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진 19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기본소득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중 한 사람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시장은 “국민을 위한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며 “농어민·장애인 전원과 청년학생, 아동에 연간 100만원 기본소득을 제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지난해 9월 아동·청년·농민·노인 등에게 월 20만~3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의 단계적 도입과 이를 위한 사회복지세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사실 이재명·심상정 두 정치인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일부 계층이나 세대에만 한정해서 돈을 나눠준다는 의미에서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완전한 기본소득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이나 세대에 돈을 나눠준다는 의미에서 그간 진보정당이 주장해온 복지 차원의 소득 재분배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기본소득은 ‘고루 나눠가지자’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언뜻 진보·좌파 정치인들의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최근 기본소득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입니다. 그는 ‘모두를 위한 현금에 관하여(The case for cash for all)’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늘 부자들이 있었지만 오늘날처럼 빠르게 과하게 부가 집중됐던 적은 없었다. 페이스북과 아이폰의 새로운 경제는 대중의 풍요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인 75%가 다음 세대가 자신들보다 더 잘살지 못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 모두에게 현금을 주는 것이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이윤을 쫓는 자본가들이 왜 ‘공짜로 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을 주장할까요. 그들이 갑자기 천사가 돼 버린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자본가들 자신을 위해서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해답은 요즘 한참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이슈인 ‘4차 산업혁명’에 있습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은 사람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텔레비전 등을 통해 보셨을 거에요.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는 자동차공장에서 로봇팔이 휙휙 움직이며 차량의 뼈대를 용접하고 있는 장면 말이에요.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기술 발전으로 특정 직업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가 꼭 그런 경우입니다. 그간 동남아 등지에 공장을 운영해오던 아디다스는 지난해 9월 독일 내에서 운동화 생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1993년 공장을 모두 해외로 이전한 지 23년 만입니다. 연간 50만 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한다는 독일 공장은 그러나 사람이 필요 없습니다. 컴퓨터와 3차원(3D) 프린터, 로봇 12대가 생산을 책임집니다. 이처럼 그간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을 고용해온 수많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사람이 필요없는 똑똑한 공장 ‘스마트 팩토리’로 변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디다스와 같은 기업은 로봇을 이용해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럼 실제로 사람 중에는 누가 돈을 벌까요. 예전에는 노동자들도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동화된 공장을 가진 아디다스에서는 대주주를 비롯한 일부 주주들만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더 진전돼 세상이 온통 아디다스와 같은 기업으로 가득 찬다고 가정해보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을 소유한 일부는 큰 돈을 벌겠지만, 일자리를 잃은 대부부분의 사람들은 가난에 빠질 수밖에 없겠지요.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이런 상황을 기업가들이 원할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가난에 빠진다면, 기업이 물건을 생산해내도 사 줄 사람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업도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21세기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이 점을 간파했습니다. 유니온 스퀘어 벤처스의 앨버트 웽거는 “인간이 했던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 하게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회가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으로 양분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이 바로 기본소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자료:한국고용정보원·OECD

미국의 저술가 제레미 리프킨은 20년 전 자신의 저서 『노동의 종말』(1995)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세계시장과 생산 자동화라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든 경제로 향한 길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그 길이 안전한 천국으로 인도할 것인지 또는 무서운 지옥으로 인도할 것인지의 여부는 문명화가 제3차 산업혁명의 바퀴를 따라갈 후기 시장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시에 노동의 종말은 새로운 사회변혁과 인간 정신의 재탄생의 신호일 수도 있다.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럼 한국땅에서도 기본소득이 곧 도입이 돼야 할까요. 틴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부분의 정치인이나 학자들은 ‘아직은 아니다’라는 입장입니다. 당장 대선 유력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TV토론회에 나와 “부유한 어르신들까지 (기본소득을)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가난한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봇세’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도 비슷한 논리를 폅니다. 이 원장은 “기본소득 도입은 빠를수록 좋지만, 재원 확보 없는 기본소득 도입 주장은 허황된 얘기”라며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산업을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로봇세와 같은 새로운 재원이 우선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봇세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게 될 로봇의 노동에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로봇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재교육이나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로봇세를 내는 주체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이다. 소득세를 징수하려면 납세자가 인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봇세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 로봇이 살아 있지 않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로봇에 대한 세금 부과는 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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