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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 침몰한 화물선 막내 한국선원 “세월호 다시 없게” 졸업식 답사 했었다

중앙일보 2017.04.04 02:33 종합 8면 지면보기
“세월호 같은 무참한 인명사고가 바다 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은 물론 사명감을 갖기 바랍니다.”
 

26세 문원준씨 작년 해양대 졸업
폴라리스쉬핑 입사했다가 실종

지난해 1월 27일 열린 한국해양대 제68기 졸업식에서 2000여 명의 졸업생을 대표해 연단에 오른 명예사관장(학생회장) 문원준(26·사진)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누구보다 오랫동안 세월호 사고를 기억했으면 한다”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피하거나 봐주기식 대응을 하지 않는 용기와 힘을 기르는 68기가 됐으면 한다”는 말로 재학생 송사에 답했다.
 
문씨는 졸업과 동시에 폴라리스쉬핑에 입사했다. 지난 2월 스텔라데이지호에 승선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문씨를 포함한 한국인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을 태우고 남대서양 인근을 지나던 중 지난달 31일 침몰했다. 3일 현재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고, 문씨를 포함한 22명은 실종 상태다.
 
문씨 아버지 문승용(59)씨는 “명예사관장을 할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찾아내 이들을 위한 모금활동을 하고 자신의 용돈을 보태 장학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며 “상대방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하고 실천하는 아들이어서 이번에 사고가 났을 때도 주위 선원들을 먼저 챙겼을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 문씨가 졸업식에서 밝힌 바람은 지켜지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은 사고 발생 12시간이 지난 2일 오전 11시6분에 정부 당국에 늑장 보고했고, 정부는 우왕좌왕하다 브라질 공군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하루를 또 허비했다. 브라질 공군의 C-130 항공기가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가 일어난 지 37시간이 지난 뒤였다.
 
혼선은 또 있었다. 3시간 동안 이어진 1차 수색 작업에서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자 선사는 곧바로 2차 수색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2차 수색을 위한 브라질 공군의 P-3 항공기는 김 회장 발언 이후 15시간이 지난 3일 오전 10시40분(현지시각 2일 오후 10시40분)이 되어서야 브라질에서 출발했다. 항공기보다 훨씬 낮은 고도로 면밀하게 수색할 수 있는 헬리콥터를 탑재한 배는 5일께 사고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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