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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200장 사놓고 정화식물 키우고­ … 미세먼지 폭탄 ‘셀프 방어’ 나선 시민들

중앙일보 2017.04.04 02:02 종합 14면 지면보기
“휴지나 생리대처럼 이젠 생활필수품이잖아요. 그래서 대량 구입했죠.”
 

올봄 연일 ‘나쁨’ 대책은 외출 자제뿐
지난달 황사마스크 판매 작년의 2배
대기오염 측정기 구입도 155% 늘어
“예보 정확도 높이고 장비 지원을”

회사원 양모(30·여)씨는 지난달에 미세먼지 마스크 200장을 샀다. 산업용 소모품 온라인쇼핑몰에서 16만원어치 쇼핑을 했다. 양씨는 “지난달 3주 연속 주말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외출을 못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 한 꽃집에서 미세먼지 방지용 식물인 틸란드시아를 진열해놓고 있다. [사진 여성국 기자]

서울 삼성동 한 꽃집에서 미세먼지 방지용 식물인틸란드시아를 진열해놓고 있다. [사진 여성국 기자]

회사원 황모(33)씨는 자신의 오피스텔 베란다에 틸란드시아라는 식물 화분 5개를 들여놨다. 얇고 긴 수염처럼 생긴 잎이 난 이 식물은 흙에 심지 않아도 공기 중의 수분과 떠다니는 먼지 속 미립자 일부를 흡수해 자양분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물에 먼지를 씻어 내고 걸어 두면 어느 정도의 공기 정화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재배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이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 기법을 선택하고 있다.
 
3일 기상청은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를 예보하면서도 “외출은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예보된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1시 기준 92㎍/㎥로 ‘나쁨’ 수준이다. 전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알리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은 지난달 21일 기준 서울의 공기품질지수가 세계 179위라고 발표했다. 인도 뉴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쁜 수준이었다.
 
소셜커머스 사이트 티켓몬스터에 따르면 지난달 마스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미세먼지를 80%까지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능성 황사 마스크가 많이 팔렸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는 틸란드시아 등 공기 정화식물의 올해 1~3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9% 증가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변무석 전북대 조경학과 교수는 “잎이 좁은 침엽수의 전체 표면적이 활엽수보다 넓고 잔털이나 송진 등이 있어 미세먼지 흡착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내에 있는 화분 하나가 공기를 어느 정도까지 정화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떨쳐 내기엔 미흡하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보급하고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에 18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대학원생 이동진(28)씨는 “정부가 ‘외출 자제’ 권고 외에 당장 무엇을 도와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최모(34·여)씨는 “농도가 심한 날엔 학교를 휴교하는 등 직접적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불안해했다.
 
직장인 신모(27)씨는 매일 아침 출근 전 해외 미세먼지 측정사이트를 확인한다. 그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 기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보다 관대하다는 말을 들었다. 해외 앱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쁘면 기상청에서 괜찮다고 해도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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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기의 질을 측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은 지난달 휴대용 공기 질 측정기 판매량이 바로 전달보다 155% 늘어나자 ‘공기측정기’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다.
 
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대기관리과 최용석 박사는 “경유차 줄이기 등 발생원에 집중된 대책보다는 예보시스템 정교화와 마스크 지원 확대 등 보다 직접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한·여성국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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