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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토끼 샐러드에 당나귀 구이 … 그 맛 어떨까

중앙일보 2017.04.04 01:46 종합 18면 지면보기
샐러드·샌드위치·스테이크. 아무 레스토랑에서나 내놓을 법한 흔한 메뉴다. 하지만 요리 앞에 뭐가 붙느냐에 따라 이 평범한 음식이 한순간 아주 특별한 요리로 바뀐다. 토끼 샐러드, 우설(소의 혀) 샌드위치, 당나귀 스테이크처럼.
 

영역 넓혀가는 희귀 식재료들
우설 샌드위치, 왕메추리 요리 …
젊은 셰프들 새 메뉴로 차별화
예전보다 낯선 음식 거부감 줄어
SNS 입소문에 찾는 사람도 늘어

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식재료가 다양해지고 있다. 토끼·당나귀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재료는 물론이요, 볼살이나 혀·흉선(가슴뼈 뒤에 있는 림프기관) 등 소·돼지의 특수 부위로 만든 요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대미문 요리의 탄생
 
꿩·토끼·우설·돼지볼살….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가 쇠고기 등심·안심과 함께 레스토랑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제주 해비치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에선 꿩 요리(맨 아래)와 토끼 샐러드(왼쪽)를 낸다. [사진 해비치]

꿩·토끼·우설·돼지볼살….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가 쇠고기 등심·안심과 함께 레스토랑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제주 해비치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에선 꿩 요리(맨 아래)와 토끼 샐러드(왼쪽)를 낸다. [사진 해비치]

2017년 들어 제주도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프렌치 레스토랑 ‘밀리우’는 토끼 샐러드를 내고 있다. 토끼고기를 소금물에 담갔다 꺼내 훈연해 저온 조리하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토끼 요리라는 이름에 꺼리던 고객도 일단 맛본 후엔 “새롭고 맛있다”며 편견을 거뒀다. 실제 토끼고기는 닭·돼지·소에 이어 세계 육류 소비량의 4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적으로 익숙한 식재료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토끼고기를 즐겨 먹는데 최근엔 중국에서도 소비량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메추리 요리는 루이쌍끄·류니끄·꼼모아 등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하지만 4~5년 전만 해도 찾기 힘들었다. ‘루이쌍끄’ 이유석 오너셰프는 “2012년 왕메추리 배 속에 푸아그라(고급 거위 간 요리)와 보리 리소토로 채워 구운 ‘메추리 요리’를 처음 내놨다”며 “수많은 신문·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당시엔 파격적이고 신기한 요리였다”고 말했다. 요즘은 한 달에 100마리가 팔리는 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파인다이닝 ‘익스퀴진’은 당나귀로 만든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이십사절기’로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유현수 셰프는 올 초 새롭게 연 한식당 ‘두레유’에서 멧돼지 요리를 내놓고 있다.
 
경쟁력 높여 주는 희귀 식재료
 
생소한 식재료로 만든 메뉴가 느는 건 소비보다는 공급 측면 영향이 크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젊은 셰프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식재료를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음식 콘텐트 기획자 김혜준씨는 “젊은 셰프들이 식재료 탐구를 계속하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코스 요리 메인은 무조건 쇠고기 스테이크이던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씹을수록 고소한 ‘당나귀 구이’. [사진 익스퀴진]

씹을수록 고소한 ‘당나귀 구이’. [사진 익스퀴진]

익스퀴진 장경원 셰프는 “한국은 산지가 많아 육류 생산량이 적고 종류도 한계가 있다”며 “육류 고유의 맛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당나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다른 셰프들과 차별화하며 자신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의 김은조 편집장은 “흔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일수록 셰프의 실력이 드러난다. 레시피나 노하우가 공유돼 있지 않아 특유의 식감을 살리거나 냄새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무현 밀리우 총괄셰프는 “투플러스 등급(++) 한우처럼 누가 요리해도 맛있는 식재료가 아니라 어떤 식재료를 던져줘도 맛있게 해내는 게 셰프의 실력”이라고 덧붙였다.
 
못 먹으면 촌스럽다?
 
최근의 희귀 식재료 부상엔 공급자 역할이 컸지만 소비자도 분명 달라졌다. 늘 먹는 친숙한 음식보다 셰프의 차별화 시도를 적극적으로 즐기고 있다. 이유석 셰프는 “최근엔 새롭고 독특한 걸 ‘못 먹는 것’을 오히려 촌스럽게 여긴다”며 “무슨 음식이든 거부감 대신 ‘맛 좀 볼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도 한몫했다. SNS에 자랑하기 위해 남들보다 먼저, 최소한 너무 늦지 않게 새 메뉴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설 샌드위치를 파는 ‘고메트리’ 김성모 총괄셰프는 “한 유명 블로거가 우설 샌드위치를 블로그에 올린 이후 실제로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최근 분위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차별화를 꾀하면 경제적 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농가마다 새로운 식재료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 의령에서 메추리농장을 운영하는 류배현 대표는 다른 메추리보다 3배 정도 큰 왕메추리 품종을 개발했다. 이천의 당나귀 요리 전문점 ‘나귀당귀’는 농장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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