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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 일일농부'…일손 없는 농촌의 구원투수 됐다

중앙일보 2017.04.04 01:39 종합 21면 지면보기
충북 증평군의 한 감자 밭에서 생산적 일손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파종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증평군의 한 감자 밭에서 생산적 일손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파종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17일 충북 증평군 내성리의 한 감자밭. 2640㎡ 규모 밭에 30여명이 모여 감자를 심었다. 이들은 증평에서 약 20㎞ 떨어진 청주시에서 온 여성의용소방대 대원들이다. 대부분 40~50대 주부들로 감자 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인 1조로 팀을 이룬 대원들은 비닐로 덮은 고랑에 구멍을 뚫고 씨감자 조각을 심어 1시간 만에 파종작업을 마무리했다. 농장 주인 안용호(65)씨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파종기에 맞춰 와주니 일손 걱정을 덜게 됐다”며 웃었다.
 

충북도 ‘생산적 일손봉사’ 현장
도시 유휴인력, 농장·업체에 연결
일당 4만원 중 절반 지자체 부담
참여자들 “돈보다 봉사에 큰 의미”

충북도가 시행 중인 ‘생산적 일손봉사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농가뿐 아니라 농촌에 입주한 제조업체 등에 도시 유휴인력을 연결해 주고 인건비 절반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내용이다.
 
참여자는 일당 4만원(8시간 기준)을 받는다. 인건비의 절반인 2만원을 도와 시·군이 지원해 농가 부담을 줄였다. 4시간짜리 반일 봉사 참여자는 일당 2만원을 받는다. 이럴 경우 농가는 인건비 부담이 전혀 없다. 충북에 사는 만 75세 이하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참여자 모집은 각 시·군 경제담당 부서와 자원봉사센터가 맡는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농장주와 업체들은 이 사업을 반긴다. 충북 진천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김종국(58)씨는 “농장 하루 일당은 남자가 9만~10만원, 여성은 6만~7만원에 달해 인건비가 적잖은 부담이 돼 왔다”며 “적기에 사람을 쓰고 인건비 부담이 줄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 6일부터 나흘간 근로자 5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하우스 비닐을 걷어 내거나 김매기 작업을 도왔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생산적 일손봉사에 참여한 이모(62·여)씨는 “오전 4시간 오이농장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손주 학원비도 보태게 돼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들깨 수확 작업에 참여했다는 박진호(58·여)씨는 “돈을 번다기보다 봉사의 의미가 강해 거부감이 덜하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생산적 일손봉사 조례’를 제정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 6개월간 시범운영을 통해 1137개 농가·기업에 3만3975명이 참여했다. 올해 3월 한 달간 423개 농가·기업에 신청자 8184명이 몰렸다. 충북도는 올해 이 사업에 22억원을 책정했다. 이혜옥 충북도 생산적일자리팀장은 “도시에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에겐 일자리 제공을, 농가와 중소기업은 경영개선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 시책”이라고 설명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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